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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다하지 못하는 투쟁에 대해서

붉은사랑님의 [몇가지 에피소드] 에 관련된 글.

진짜 에피소드! 집회는 왜 하는가?

 

[.....]힘 미치지 못해 쓰러지는 것을 개의치 않고 꺽이는 것을 거부한다[.....]

유명한 야스다 강당 낙서중 일부다. 원래 이 문구보다는 "연대를 구해~~~~"뭐 이런 말 전체를 쓰기는 하지만 이번엔 이 일부분이 더 현실감 있어 보인다.

 

 



5월4일 전날 대추리로 들어가지 못한 관계로 아침부터 성명서 쓰고, 다른데 필요한 원고 쓰고, 11시 국방부로 갔다. 국방부 집회를 마치고 평택으로 이동 본정리 앞에 도착하니 민주노총 방송차량을 이용한 집회가 한창이었다.

 

집회장인지 종합병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에, 이마에 붕대를 감은 사람, 팔에 깁스를 한사람. 여기저기 피멍이 든 사람 투성이었다.

 

집회 참석 중 다른 사람들과 할 이야기가 있어 정신 없이 왔다 갔다 하다보니 군사차량이 대추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정신이 없어서 다른 일을 하고 마침 지나가는 안면 있는 두 동지들에게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우리는 못들어가는데 저차들은 왜 들어가야 하느냐? 왜 그냥 두느냐고 했다. 두 동지는 그걸로 이미 한판 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대추리로 다시 들어간다고 해서 인사를 나누고 돌아섰다.

 

그 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순간 머리가 돌아버리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여기에 왜 와있는가? 집회는 왜하는가?

 

유혈군사작전, 군사기지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데 군사작전차량이 옆을 버젓이 통행하고 있는데 집회는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알고 있던 동지들과 군용트럭을 막고 강력하게 항의하자 후미에 있던 집회 참석자들도 동의하고 나섰다.

 

역시나 기동대, 정보과 등등 **같은 인간들이 왔다. "다 이야기 된 것이니 길을 열어라. 지도부와 이야기 했다."

 

물론 우리들 입에서 돌아간 말은 있는 그대로 상상하시라. 결국 3차례 협박 "연행하겠습니다. 연행하겠습니다. 연행하겠습니다"를 던진 후 돌아가자. 기동대들이 한쪽 차선으로 전진하기 시작했고 집회대오와 충돌이 생겼다.

 

다음 그림은 당연하게 민주노총 관계자분들이 오셨다. 집회를 하기 위해서 합의했다. 총연맹하고 **당하고 **단위 대표자들이 결정했다는 것이 주요한 이야기의 요지였다. 누구를 위한 합의냐? 집회를 해서 뭐햐냐? 경찰이 밀고 들어오느것 안보이냐? 등의 질문에 그분들 말씀이 차를 막으니까 경찰이 오느것 아니냐?

그러면 집회를 못하니까? 타협한것 아니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군대 차량 스스로 후진하고 돌아가서야 사태는 진정되었다. 물론 사태가 끝난 후 경찰 지휘관이 차량저지한 사람 찾아내 체포하라는 말에 긴장되긴 했지만.....

 

피범이된 황새울 들판을 지척에 두고 군사작전 차량을 들여보내는 것이 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그 차량은 어디로든 들어갈 차량이고 모든 길을 우리가 막을 수도 없다. 거기서 길을 막아봤지 경찰에 의해 연행되거나 해산당할 것도 뻔하다. 그 민주노총관계자 말처럼 집회를 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을 두고 좌익모험주의는 한탕주의니, 장기적인 계획이 없느니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모든 것에 힘 다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도 없다. 단순하게 쇠파이프를 들었냐 안들었냐, 화염병이 나왔냐? 물리력을 써서 승리했느냐가 강력한 투쟁, 원칙적인 투쟁을 판단하는 기준은 분명 아니다.

 

그 당시 원칙적인 투쟁은 내 힘다하지 못하고, 내 눈 미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을 묵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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