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머리 먼저 가격 받고 그 다음에 추락했다"

 

 
법의학자, 장준하 유골감식 '추락사' 아닌 '타살' 결론
 
 
2013년 03월 26일 (화) 15:15:07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s.com
 
   
▲ 고 장준하 선생 유골을 정밀 감정한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가 26일 감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안경호 국민대책위 조사연구위원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머리가 먼저 가격을 받고 그 다음에 추락을 했고, 적어도 약사골에서, 그 낭떠리지에서 지면에 붙어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정밀 감정한 이정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26일 감정결과 발표를 통해 아령이나 돌멩이 같은 둥글고 큰 물체로 머리를 강타당한 것이 사인이라고 밝혀 사실상 타살임을 밝혔다.

이정빈 명예교수는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가 이날 오전 10시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장준하선생 유해 정밀감식 국민보고대회’에서 감정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7cm 가량 함몰된 이유로 “7cm 되는 망치가 흔치 않다”며 “아령도 좋고, 큰 돌도 좋고, 면이 둥그런 돌”의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 이정빈 명예교수는 두개골과 유해에 나타난 상흔 등을 근거로 정밀 감식 결과를 설명했다. 사진은 사건 직후 촬영된 고인의 모습. 골짜기에서 추락한 흔적이나 혈흔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 근거로 추락으로 인해 두개골이 손상될 경우 “꼭 거미줄 모양으로 깨진다”는 점과 충격을 받은 반대편에 손상의 흔적이 남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는 점, 7cm 정도 큰 함몰이 생겼지만 외상은 2cm에 불과한 점 등을 들었다.

또한 단단한 엉덩이뼈(관골)가 6조각으로 깨지고 두개골이 함몰됐는데도 불구하고 어깨뼈 손상이 없다는 점과 약사골 낭떠러지 지형에서 미끄러지거나 추락할 경우 찰과상이 많이 나야하지만 시신이 깨끗한 점 등을 들어 그동안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약사봉 실족설’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그는 사체에서 출혈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 “전체적으로 출혈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머리가 먼저 가격을 받고 그 다음에 추락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법의학자의 한 길을 걸어온 그는 “정치적으로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며 “누구 이야기 들은 바도 없고 압력 받은 것도 없다”고 밝히고 “하는 일이 그 일이고 해야 될 일이다. 제가 하는 일이 그 일인데 안한다고 하면 그게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가 부친의 유해가 등장하는 정밀 감식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경호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 조사연구위원장은 “선생이 착용하였던 안경, 시계, 휴대했던 보온병 역시 깨끗한 상태로 시신 옆에 있었다”며 “결국 장준한 선생은 약사봉 장소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이 아니다”고 재확인했다.

또한 “장준하 선생이 이 장소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것이 아닌 것으로 나오는 이번 감정결과에 의하면 김용환의 그동안의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더 이상 김용환은 이 사건의 단순 목격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의 시신을 처음 발견했다는 김용환 씨가 사실상 타살의 공범자라는 것이다.

안경호 위원장은 “장준하 선생께서 돌아가신 지 38년만에 장준하 선생이 타살되었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며 “이제 국가가 실체적 진실에 대해 대답해야 할 차례”라고 주장하고 “국민 여러분들과 함께 장준하 선생님의 사인규명과 진실규명을 위한 길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씨는 “저희 아버님의 명예회복과 이 나라의 완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그리고 피해 입은 모든 희생자를 위해서 꼭 밝혀야겠다고 해서 이번에 검증한 것”이라며 “다시는 이 나라에서 이러한 피해 겪는 백성이 나오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서, 비록 내 아버님이시지만 장준하 선생의 관을 두 번 여는 큰 죄를 지으면서도 꼭 이번 일은 해야겠다고 해서 진행했다”고 유골 정밀 감식을 의뢰한 배경을 설명했다.

장호권 씨는 “이제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검시가 끝났고 타살이라는, 죽였다는, 살인이라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알게 됐다”며 “남은 것은 비록 박정희와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박근혜가 해결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국민보고대회에는 관계자들은 물론 많은 취재기자들이 몰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날 대국민보고대회에서는 이부영 민주통합당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경과보고를 했으며,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준영 국민대책위 정책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앞으로 진상규명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대통령에게 청원하고 애걸하는 운동을 해나가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기홍 의원은 “국가 차원에서는 새로운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하는 것이 순리이고 국회 요구 이전에 정부가 앞장서서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만약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특별법을 만들어서 진상조사 기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신 반대운동에 앞장섰던 광복군 출신의 장준하 선생은 2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시 약사봉 인근에서 시신이 발견됐지만 박정희 정권은 실족 추락사로 결론지었고, 1999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조사했지만 '진실규명 불능' 결정이 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8월 초순 집중적인 폭우로 경기도 파주시 광탄에 소재한 장준하 선생 묘역의 옹벽이 무너져 '장준하 공원' 건립을 추진하기로 하고 2012년 8월 1일 선생의 유해를 수습하여 이장하는 과정에서 두개골의 함몰을 발견해 타살 의혹이 증폭됐고, 지난 해 12월 5일 선생의 묘를 다시 열어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정밀 감정을 하게 됐다.

   
▲ 이정빈 명예교수는 약사봉 골짜기 현장 사진을 근거로 찰과상 등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추락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추락시 엉덩이뼈부터 부서지고 머리뼈가 손상된 경우에도 어깨뼈가 멀쩡한 것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머리부터 추락하거나 머리와 엉덩이가 동시에 추락한 경우에도 역시 어깨뼈 손상이 동반될 수 밖에 없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외부 가격에 의한 두개골 함몰과 추락으로 인한 두개골 함몰은 충격파 전달이 다르다. 추락시에는 반대편에 충격흔이 발견되어야 정상이지만 장준하 선생의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장준하 선생 유골 정밀 감식 사진.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정밀 감식 발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38년만에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는 결정적 물증이 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