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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해결 약속하고선 입닫은 박근혜

 

4·3 위원회가 정부에 보낸 건의사항을 기억하길
 
耽讀 | 등록:2013-04-03 09:09:25 | 최종:2013-04-03 09:13: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제주 4·3 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고 많은 분들이 희생되신 가슴 아픈 역사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2012년 8월 1일,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후보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에게)

“평화의 섬, 우리 제주도는 아픈 역사의 상처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곳이다. 4·3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다. 4·3 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저와 새누리당 앞장서서 노력하겠다.”(2012년 10월 17일, 박근혜 대선후보 새누리당 제주도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인사말 중)

“4·3은 제주 도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부족했다. 국가 추모기념일 제정을 비롯해 제주 도민들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2012년 12월 11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제주 유세 당시)

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 시절 당시 제주 4·3사건을 두고 한 발언들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제주도에 ‘4·3 완전한 해결 새누리당이 해내겠습니다’라는 커다란 펼침막을 내다 걸었다.
 

 

▲ 새누리당이 내건 ‘4·3 완전한 해결 새누리당이 해내겠습니다’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 ⓒ 트위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목소리로 4·3사건을 해결하겠다고 제주도민과 4·3사건 관련자들에게 약속하는 것을 보고 나는 두 손 들어 환영했다. 특히 그들이 보수 후보이고 보수 정당이라 더 환영했다. 왜냐하면 이들이 4·3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면 색깔론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사건을 국가공권력 자행한 것이라며 사과하자 보수세력은 색깔론을 제기했다.

4·3사건을 두고 이념 논쟁이 생기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2012년 '북의 대남 전복 전략' 강연에서 '제주 4·3 사건을 무장폭동 및 반란으로 규정'한다는 식의 발언을 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야당 질의에 대해 남 후보자는 “전체 사안을 얘기한 것이 아니고 (4·3사건에) 참여했던 김달삼에 한정해서 한 이야기”라고 답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육군이 유튜브에 제주 4·3사건을 무장공비의 폭동 진압으로 소개한 동영상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이런 사례를 두고 봤을 때 한국 보수세력에게 제주 4·3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민간인 학살이 아니라 ‘무장폭동’으로 각인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4·3사건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면 색깔론을 피하면서 ‘완전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그 첫걸음을 박근혜 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이라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4·3 위령제에 참석한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올해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참석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3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3 위령제에 참석하는 정부 대표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모양이다.

제주 4·3평화재단은 4월 3일 오전 11시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리는 제65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정부 대표로 정홍원 총리가 참석하게 된다고 밝혔다. 보수 대통령의 첫 4·3 위령제 참석을 바랐던 이들의 바람은 한순간에 무너진 셈이 됐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유가 왠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제주의 소리>는 “정부 측은 제주도에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대치 상황 등을 고려해 참석하지 못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제주의 소리>는 박 대통령 위령제 불참에 대해 4·3유족회 관계자가 “새누리당 제주도당과 간담회·기자회견, 심지어 청와대까지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을 요청했다”며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민주통합당은 박 대통령 불참에 대해 “위령제 불참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한 뒤 “지금이라도 제주도민의 소망을 귀담아듣고 위령제 불참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4·3 위원회가 정부에 보낸 건의사항을 기억하길

대선후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제주에 가서 4·3사건 해결을 강조한 목적이 ‘표’ 때문이 아니라면 10년 전 제주 4·3위원회가 정부에 건의한 7대 사항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 도민과 피해자들에게 정부 공식 사과 ▲ 추모기념일 제정 ▲ 진상보고서 교육자료 활용 ▲ 평화공원 조성 지원 ▲ 유가족에 대한 실질 생계비 지원 ▲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사업 지원 ▲ 진상규명 및 기념사업 지속 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일곱 가지 중 도민과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공식 사과는 이미 완료됐다. 그리고 진상보고서의 교육자료 활용과 집단 매장지 발굴작업도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평화공원 조성 사업 지원은 2009년 이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고, 추모기념일 제정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1일 <한겨레> 대통령이 ‘민간인 학살’ 사과 뒤 10년… 4·3 해결은 아득 기사 참고).

그리고 4·3 위령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화 하나를 보길 추천한다. 지난 3월 31일 6만 관객(배급사 집계)을 돌파한 영화 <지슬>이 바로 그것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이 영화는 1948년 11월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 사살하라는 미 군정의 소개령이 떨어진 뒤 제주 큰넓게 동굴에 숨은 제주 주민들의 실화가 담겨 있다.

나는 박 대통령이 <지슬>을 본 관객 중 한 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니 혼자가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과 4·3사건을 아직도 무장반란으로 보고 싶어하는 이들과 함께 보면 더욱 좋겠다. 그렇다면 4·3사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 행동은 말이 아니라 인식 변화를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근혜 후보의 4·3 관련 발언이 헛말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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