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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난민, 文대통령 생각은?

제주 예멘 난민 추가 입국 막고 범죄 예방 지시
2018.06.20 14:29:30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한국에서도 난민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에 무비자 입국한 예멘 난민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현안이다. 국제 난민 문제에 보수적이던 한국 정부의 기존 입장은 문재인 정부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내로의 추가 유입은 막고, 이미 입국한 이들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의 조치를 한다면서도 청와대 대변인이 "범죄 예방"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예멘 난민 문제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어제(19일)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며 "무사증(비자)입국 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했고, 지금의 500명 이상으로 난민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무비자 입국 불허 대상으로 기존 11개국(가나, 나이지리아, 마케도니아, 수단,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란, 코소보, 쿠바, 팔레스타인) 외에 예멘을 추가했다. 김 대변인은 '무비자 입국 불허 조치가 최근 예멘 난민의 입국이 많아졌기 때문이냐'는 물음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현재 들어와 있는 500여 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3가지 정도 (방침을) 말할 수 있다"며 "첫째, 원래는 난민 신청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 취업이 가능하지만 인도적 필요성에 따라 그 전이라도 내국인 일자리 침해 가능성이 낮은 업종에 취업 허가를 내주고 있다. 주로 농사·축산 관련 일자리다. 둘째,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에게 빵·밀가루 등 식자재를 지원해 주고 무료진료 등 의료 지원을 하고 있다. 셋째, 순찰을 강화하고 범죄 예방에 집중 나서서 불필요한 충돌이나 잡음을 방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민 대책으로 '순찰 강화'와 '범죄 예방'을 거론한 것이 난민에 대한 인종적 편견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제주도민들을 중심으로 걱정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실제로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 아닌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런(주민 우려 대응) 차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예멘 난민 사안에 대한 구체적 답변 외에, 난민정책 전반에 대한 기조를 밝혀 달라는 요청에는 "추후 밝히겠다"거나 "이번 (예멘) 문제를 처리하는 방향·방침을 보고 이해해 달라"며 난색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황 파악을 지시한 것 외에 추가로 언급한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말씀이 좀 있었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내용(무비자 입국 불허 및 기존 입국자 3대 조치)에 포함돼 있다고 봐 달라"고만 했다. 

난민 문제는 지구촌 전체에서 뜨거운 감자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이후 내전 등 정치적 격변을 피해 고국을 떠나온 이들에 대한 인종주의·국수주의적 반감은 유럽에서 극우세력이 발호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예멘 난민이 수백 명 규모가 되자 당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예멘 난민 입국 반대' 등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같은 청원 중 한 건은 2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요건(20만)을 충족하기도 헀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멘(난민) 청원 답변은 청원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답변할 예정"이라고 했다. 

법무부의 '무비자 입국 불허' 조처 등 한국 정부의 난민 대응에 대해서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 1일 "난민 신청자에 대한 보호는 선택이 아닌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며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과 '난민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민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수십 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예멘 국적 무사증 허가를 제외시킨 법무부의 행보는 '세계인권선언'과 '난민협약'의 가치를 명백히 위반하는 처사"라며 "아울러 법무부가 이번 조치의 사유로 '악용 개연성 상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예멘 난민의 위급한 상황을 왜곡, 자신들의 책임 방기를 난민의 탓인 양 떠넘기는 비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소속 김세진 변호사는 지난 1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럽 쪽 문제는 수만 명씩 난민을 받는 상황에서 생겨난 것"이라며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데 난민의 범죄는 크게 부각돼 보도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난민협약에 가입한 것은 국제적으로 난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한 것인데, 예멘 난민이 한국의 문을 두드렸을 때 바로 무비자 금지 국가로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냐. 협약에 가입했는데 '난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 인권단체도 지난 정부 시기부터 난민 지위 인정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각성을 촉구해온 바 있다.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미얀마 난민 문제를 지적하며 "1980년대 한국이 군부독재에 신음하고 있을 때 수많은 사람이 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수백 명 버마인이 한국에 피신해 있는데 난민으로 인정된 이는 1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 정부는 난민 문제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었다. 
 

▲2015년 9월 2일,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 지역 해안에서 3세 시리아 난민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이 발견됐다. 전 세계적인 추모 물결이 일었고, 다음날 유럽연합(EU) 소속 각국이 시리아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터키 대통령은 "인류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개탄하며 "(쿠르디의 죽음은) 주변 국가들이 어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헀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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