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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헌법과 법률 위배’ 명확히 한 대법원 판결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20-09-03 15:41:43
수정 2020-09-03 15:4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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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선고를 하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가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조치였음이 대법원의 판단으로 명확히 확인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며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적법하다는 취지의 소수의견을 냈다. 이 사건 소송대리인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10명 중 8명은 처분의 근거가 됐던 교원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무효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고, 나머지 2명은 각각 다른 사유를 제시했다.

대법관 다수(8명)는 해당 시행령의 위헌성을 명확히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은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이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지도 않는데, 시행령상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입법자가 반성적 고려에서 폐지한 노조 해산명령 제도와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며 “단순히 통보로 법외노조가 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 제한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며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에 근거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이 시행령 조항을 유효하다고 보고 법외노조 통보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문제의 조항은 노조 설립신고서에 반려 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이 시정을 요구하고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을 때 ‘노조 아님’을 통보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전교조는 노조 해산명령이 1987년 삭제된 만큼 대통령령인 시행령만 갖고 사실상의 노조 해산명령에 해당하는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대법원이 사실상 전교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다수의견은 현직 교원만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따른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한 행위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해직 교사가 일부 포함됐다고 해서 노조의 자주성이 훼손되는 것인지 등의 기타 쟁점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는 않았다.

해직 교사로 인해 노조 자주성이 훼손되는지와 관련해서는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의 지적이 있었다. 해당 대법관은 “진정한 쟁점은 시행령에 있지 않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더이상 적법한 노조가 아니라고 정한 법률 규정에 본질적 문제가 있다”며 “헌법상 노동3권, 특히 단결권의 의미와 취지에 비춰볼 때 조합원으로 활동하다가 해고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을 부정하고, 이를 이유로 해당 노조의 법적 지위까지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교조가 법외노조임을 전제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봤다.

또 다른 별개의견을 낸 대법관 1인은 “시행령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이 아닐, 전교조의 위법 사항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에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이 사건 법령 규정은 매우 명확하므로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며 “법률 규정에 의하면 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노동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 하므로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하다”며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이 제시한 법리에 기초해 해고 노동자의 노조 가입 문제, 결격 사유가 있는 노조에 대한 규율 문제 등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적·정책적 해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강경훈 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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