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해충돌방지법 이번엔 처리?

2015년 김영란법 핵심 취지였지만
국회 “포괄적” 이유로 뺀 뒤 감감
시민단체 “의원들 달갑지 않은 법”
논란 때마다 정쟁 도구로만 활용

정부 수정 제출안 정무위에 계류
여야, 여론 참작해 논의 시동걸듯
박덕흠 의원(왼쪽 세번째) 등 당시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의원(왼쪽 세번째) 등 당시 자유한국당 재선 의원들이 지난해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좀 더 심사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7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용태 소위원장은 이런 말로 이해충돌방지법 논의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좀 더 심사하자”던 법안은 5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잠자고 있던 법안을 ‘깨운’ 수준, 딱 거기까지였을 뿐 법안 심사로 확장되지 못했다. 국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대 공사를 수주하고,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지낸 같은 당 윤창현 의원이 삼성 지배구조 관련 법 심사를 맡게 되는 등 이해충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 정쟁으로만 이용되다 논의는 감감 20일 <한겨레>가 국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이 포함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은 19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핵심 취지였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이 내용을 뺀 채 2015년 3월 통과시켰다. 당시 여야는 이 내용에 대해 추가 논의를 하기로 했지만, 그해 4월과 7월 법안소위에서 두차례 논의한 게 전부였다.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이 공직자의 가족 관련 일정 사항을 미리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자고 제안하자 같은 당 신학용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일일이 다 그걸 신고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반박했다.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던 이 법안이 다시 떠오른 건 지난해 1월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20대 국회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지낸 손 전 의원이 목포 도시재생 사업을 미리 파악한 뒤 부동산을 차명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이해충돌방지법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이해충돌은 정쟁 도구로만 사용됐을 뿐 20대 국회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참여연대 이재근 권력감시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이 법이 통과되는 게 달갑지 않으니까 법안 통과에 협조적이지 않다”며 “이 법도 통과되면 김영란법처럼 상당히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주호영 “앞으로 제도화 가능” 정부는 지난 1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자 이 법안을 다시 다듬어 발의했고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이해충돌에 대해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이해관계가 관련돼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사적이해관계자에는 가족뿐 아니라 가족이 대표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근무하거나 고문·자문 등을 제공했던 법인 등도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직무관련자가 사적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 △임용 전 3년 이내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한 경우 해당 내역을 소속기관장에게 제출 △가족이 공직자의 직무관련자와 용역, 공사 등 계약 체결하는 걸 알게 되면 소속기관장에게 신고 △가족 채용·수의계약 체결 제한 △직무상 비밀이용 금지 등을 뼈대로 한다.

여야는 현재 ‘이해충돌’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참작해 일단 법안 논의엔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을) 진작에 주장해왔던 사람이다. 앞으로 제도화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통과 당시에 이해충돌방지법이 왜 빠지게 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직 내부적으로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영지 노현웅 기자 y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62932.html?_fr=mt1#csidx48a30b2c14f1cb1ac1caeee3d981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