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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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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의 이미지. www.bioworld.com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미지. www.bioworld.com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 대유행에 세계 각국은 백신·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두 번째 백신 등록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는 항체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모두 안전성과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개발 과정을 더욱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안전한 접종, 빨라야 내년

백신은 바이러스 항원에 맞서 싸우는 항체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물질을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약물로, 가장 근본적인 코로나19 방지책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병원성은 제거하면서 면역체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은 살려내는 것이다.

백신은 개발 방식에 따라 크게 핵산 백신, 바이러스 벡터 백신, 불활화 백신 등으로 나뉜다. 핵산 백신은 바이러스 대신 바이러스가 인체 정상세포와 결합해 침투하도록 돕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물질인 핵산을 인체에 넣어 항체 형성을 유도한다.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DNA)가 직접 투입되거나 세포 밖 유전정보 전달 물질인 메신저RNA(mRNA)가 활용된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인체 투여 실험을 했던 미국 제약사 모더나, 국내 제약사 제넥신이 개발 중인 백신이 핵산 백신이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항원(항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단백성 물질)을 인체에 해가 없는 다른 바이러스에 끼워넣어 인체에 투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재조합 바이러스 매개체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위해성이 적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함께 개발 중인 백신 물질 AZD1222, 러시아가 세계 최초 승인 백신으로 내세우는 스푸트니크V가 이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불활화 백신은 화학 또는 열처리로 병원성을 제거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으로 기존의 백신 개발 방식과 같다.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이 방식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며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35개의 백신 후보물질이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상용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에 돌입한 것은 9개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업체는 제넥신으로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 후보물질 GX-19를 개발 중이며 지난 6월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초 임상 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된 백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이 백신 개발 선두주자라고 했던 아스트라제네카마저 영국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을 발견하고 지난달 8일 개발 절차를 잠시 중단해야만 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2일 각국 규제 기관 승인을 거쳐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임상을 재개했지만 미국은 임상 중단을 해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빨라야 내년 중반쯤에야 안전한 백신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과학자료 분석업체인 에어피니티 자료를 인용해 임상 3상 중인 백신 후보들이 모두 개발에 성공해도 세계 인구의 61%는 적어도 오는 2022년까지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신 공급 부족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앞서 WHO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에 대한 공정한 유통 및 접근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항체치료제도 바이러스 변이엔 속수무책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이 코로나19 저지에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지난 3월 3건에 불과했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달 132건으로 44배나 늘었다.

혈장치료제는 회복기 환자 혹은 완치자의 혈장에서 다양한 항체가 들어 있는 면역단백질을 정제·농축해 만드는 약물이다. 인체에서 유래하고 같은 원리를 적용한 제품이 많은 만큼 국내에서도 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GC녹십자가 혈장치료제로 개발 중인 ‘GC5131A’는 지난 8월 임상 2상을 승인받고, 지난달 처음으로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됐다. GC녹십자를 비롯해 BPL, CSL, 다케다 등 글로벌 혈액제재 기업들인 참여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연합체 ‘얼라이언스’는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뒤 체내에 형성된 항체를 분리·배양해 만드는 항체치료제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단일클론항체치료제만 최소 50건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일클론항체치료제란 특정 항원 부위 하나와 결합할 수 있도록 분리·배양한 것이다. 여러 항체를 섞어 만든 항체칵테일치료제까지 더하면 70건 이상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항체치료제는 항체가 체내에 존재하는 수주동안 바이러스 감염 예방효과도 있어 백신이 나오기 전 의료진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 8월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16일 452명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항체치료제 LY-CoV555를 접종받은 코로나 감염자의 입원률이 72%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항체칵테일 치료제를 개발 중인 리제네론은 지난달 1000명 환자 중 275명이 유의미한 회복 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 연구진이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의 동물 투여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 연구진이 항체치료제 후보 물질의 동물 투여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가장 앞서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의 국내 경증 및 중증환자 대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고 본격적인 임상 2·3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항체치료제도 백신처럼 안전성과 효과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고, 안정적인 공급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혈장치료제는 면역단백질 분리시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다른 물질까지 섞여들어올 위험성이 있다. 또 회복기 환자들이 각기 다른 항체를 만들 뿐만 아니라 농도도 제각각이어서 동일한 효과를 재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대규모 혈장 공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량 생산도 불가능하다. 세계에서 혈장매매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이에 GC녹십자는 지난 8월 보건당국, 적십자 등과 협력해 채혈기관을 기존 4곳에서 전국 46곳 ‘현혈의 집’으로 확대했다.

항체치료제는 백신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키면 소용이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2개 이상의 항체를 섞는 항체칵테일 체료제도 개발 중이지만 현재까지 중증환자에게서 치료효과를 보인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항체치료제의 높은 가격은 대량 공급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연구자선단체 웰컴트러스트는 미국에서 암과 같은 질병 치료에 드는 비용의 중위가격은 최소 1만5000달러에서 많게는 20만달러에 달한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010020856011&code=920501#csidx4910f4e2f43b898805fac008e15cb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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