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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올렸는데’... 택배비 또 인상될까

추가 인상 가능성엔 말 아낀 택배사 “아직 택배기사 처우개선 해결하기엔 부족”

윤정헌 기자 
발행2021-05-02 13:00:42 수정2021-05-02 13:00:42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합의기구(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택배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택배운임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올해 초 국내 대형 택배업체 3사(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가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던 만큼 불과 몇 달 새 또 택배운임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figcaption>

2일 사회적합의기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열린 회의에서 택배비를 200~300원가량 인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인상폭이 확정된 건 아니다. 합의기구에 참여 중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발제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내용을 토대로 추산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사회적합의기구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택배비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정말 택배비는 또 인상되는 것일까.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고ⓒ기타

택배사 “아직 택배기사 처우개선 문제 해결하기엔 부족”... 추가 인상 가능성 시사

 

결론부터 말하면 택배비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택배비 인상이 확정된 건 아니다. 아직 국토부 연구용역이 진행 중인 데다, 그 결과를 두고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이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추가 논의 과정도 남아있다.

그러나 사회적합의기구 논의 자체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것인 만큼 주요 대책 중 하나인 ‘택배비 현실화’는 추진될 것이라는 게 택배업계의 설명이다.

택배기사들을 대표해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 중인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사회적합의기구에서는 원가 상승 요인이 택배사들의 영업이익에 가지 않고 택배기사들의 처우개선 용도로만 사용하는 걸 전제로 연구용역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이후 택배비 현실화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국내 택배업계가 이미 택배비를 올렸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국내 대형 택배 3사는 올해 초 택배비 인상을 단행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1일부터 소형(세 변의 합이 80cm, 무게 2kg 이하) 기준 계약 단가를 1,600원에서 1,850원으로 250원 인상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3월 초부터 소형 기준 택배비를 1,750원에서 1,900원으로 150원 올렸다. 한진택배 역시 지난달 소형 택배를 1,800원 미만으로는 계약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일선 대리점에 배포하는 식으로 택배비 인상을 진행했다.

현재 사회적합의기구는 택배비 인상에 앞서 택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거래 실태를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택배비를 인상하더라도 백마진과 리베이트 등 불공정 관행이 지속한다면 그 혜택이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관련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 택배 3사는 택배비를 단행했다. 이 같은 택배비 인상 이유에 대해 롯데택배 관계자는 “올해 초 이뤄진 택배비 인상은 각 사의 상황에 맞게 진행된 것”이라며 “1차 합의문에 따르면 사회적합의기구의 거래구조개선과 택배비 요금인상 작업이 마무리되기 이전이라도 택배사들이 자구적 노력 차원에서 택배비를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회적합의기구가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택배비 인상을 결정할 경우 불과 몇 달 새 택배비가 두 번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택배사들은 택배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복수의 택배사 관계자들은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개별 택배사가 (추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택배비 추가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의했다. 최근 인상한 택배비만으로는 분류인력 투입비용과 자동화 설비 확충 등 택배기사들의 근무 여건 개선 비용을 감당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배사 관계자는 “아직 택배비 현실화와 관련해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추가 인상이 없으면 택배기사 근무 여건 개선 비용을 충당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거 같다”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선 추가적인 택배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회적합의기구 내에서 결정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뉴시스

‘택배비 인상 논의 중인데’... 먼저 올린 택배사들
“수익 확보 위한 택배사들의 꼼수” 비판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초 단행된 택배비 인상이 ‘수익 확보를 위한 택배사들의 꼼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사회적합의기구에서 결정될 ‘택배비 현실화’는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한 것인 만큼 인상될 항목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셈이다. 택배사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면서 “이를 예상한 택배사들이 자신의 수익을 챙기기 위해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가격인상을 단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부는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경비 ▲택배업계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원가상승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적용에 따른 원가상승 ▲택배비 인상에 따른 물량 감소를 위한 원가상승 등 구체적인 항목을 고려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인상된 택배비만큼 택배기사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처럼 사회적합의기구의 택배비 현실화가 적용될 경우 인상돼야 할 항목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이는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인상된 택배비 중 택배사에 돌아갈 몫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올해 초 인상된 택배비는 각사의 상황에 맞게 진행된 만큼 인상 항목도 택배사가 판단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인상 항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요금이 250원가량 올랐는데, 보통 택배비의 40% 배송수수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택배기사들의 건당 수수료는 100원 정도 인상돼야 하는 게 맞다”면서 “하지만 CJ대한통운이 일선 대리점에 배포한 수수료 기준표에는 최대 20원을 넘지 않고, 10원 안팎의 인상폭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사들의 이 같은 행보에 소비자단체도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저희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택배비 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고 계속 반대 입장을 내왔다”면서 “그런데도 논의 중인 상황에서 택배비를 인상한 건 납득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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