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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국정원게이트>국정원은 ‘국민감시’만 하는 데가 아니다.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8/01 [10:29] 최종편집: ⓒ 자주민보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당신은, 혹시 휴대폰으로 이런 문자를 받아본 적이 있는가?
햇볕이 정수리로 곧 바로 내려 꽂이고 있었다. 장마비가 잠시 그친 틈 사이로 선보이는 더위의 위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차마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더운 오후 3시 11분에 그는 그러한 문자를 받았다.

죽을 것 같은 공포와 충격을 받았을 것인가?
아니라고 했다. 섬뜩함이 일순 몰려왔다고 했다. 그 순간, 더위가 그 더움을 잃어버리고 말더라고 했다. 1분 뒤인 3시 12분. 문자는 한 번 더 왔다. 똑 같은 내용이었다. 당신 가족을 모두 토막낼겁니다.

그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시골에 있는 노부모님 그리고 서울에 함께 있는 형과 형수 그리고 이쁘고 귀여운 조카.

테러였다. 바로 신고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신고할 수가 없었다. 신고할 만한 경찰이 그에게는 없었다.

 
▲mbn방송화면 캡쳐 © 한성 기자

지난해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3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의 CCTV 녹화영상을 자체 분석한 자료와 녹취록을 발표해 경찰이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여론조작' 유형을 대부분 파악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이 없었다"는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와는 정면에서 상치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혐의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경찰은 하나라는 인식이 파다하게 퍼져있는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한 경찰을 그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국정원으로부터 거액의 자금까지 은밀하게 지원받는다 말까지 돌았다. 7월 31일 MBN이 보도한 내용이었다.

시민단체로부터 제보받았다고 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에서 나오는 자금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는 예로부터 유명했다. 정보나 사건 수사,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들어가는 경비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그것이 다이다. 사용금액이 얼마인지 사람들은 모른다. 사용내역을 모르는 것 역시 당연하다. 국정원 내부에서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눈 먼 돈’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그렇게 만든 것은 국가였다. 법을 통해 그렇게 만들었다. 1980년대, 국무회의에서 당시 안기부의 특수활동비를 '2급 비밀'로 처리해 의결한 것이다.

각 경찰서 대공 또는 정보부서가 매달 국정원으로부터 지급받은 자금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국정원의 경찰 지급액은 수십억 원이나 된다.

이 모든 것들은 경찰이 국정원과 관련된 수사를 진행한다하더라도 그 수사는 결코 철저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길고 긴 한숨을 가닥 가닥 가다듬었다. 그때서야 더위는 그 위력을 다시 발휘하기 시작했다. 죽을 것 같았다. 더위 때문이었다.

“이 빌어먹을 더위!”
그는 더위를 피해 그늘로 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민주주의가 도둑맞아버렸는데 학생들이 방구석에 쳐박혀 공부나 게임을 하고 있어서야되겠습니까?” 최근 광화문 동아일보에서 있었던 촛불집회에서 전남 무주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생의 발언이 떠올라 그는 피식 웃었다.

'국정원에 납치된 민주주의'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촛불만이 희망이었다. 그랬다. 그리고 촛불은 그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들고 있었다. 테러위협을 받고 있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 촛불인 것이다.

그는 서서히 카톡을 열었다.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어제 서초경찰서 가서 국정원 정문에 집회신고를 냈다.
8/2~8/15 까지 노숙하며 24시간 추악한 살인마들을 감시할 것이다.
그런데 오늘 문자 한 통을 받았다.
...
드디어 나의 활동이 인정을 받았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서초경찰서 정보과 경찰이 국정원 직원과 통화를 하던데...
국정원 댓글이 떠오른다.
최소한 국정원이 너의 빽이리라.


추악한 범죄증거가 널려 있고 그 더러운 역사의 흉악범들이 모여 있는 곳을 아는데 잡으러 가는 사람이 없다.

국정원 앞으로 오너라.
국정조사가 끝날 때까지 너희들의 낯 빤대기에 웃음기를 없애주마.
전인류사적 범죄를 저지른 너희놈들은 최소한 지금 웃고 있으면 안된다.
우선 그거부터 한다.


그가 일어나 다시 햇볕 속으로 걸어갔다. 정수리에 더 이상 강렬한 햇볕은 쏟아지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다.
 
▲ 페이스북에서 캡쳐 ©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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