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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경찰과 싸우고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행정안전부가 ‘경찰국’을 시행령으로 신설해 경찰 인사에 직접 개입하기로 하고, ‘지휘규칙’이란 부령으로 수사 지휘 근거를 만들어 경찰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 경찰서장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기도 하고, 일선 경찰들은 거리로 나서 삭발과 단식 투쟁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를 “쿠데타”에 비유하면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임기 초부터 새 정부가 경찰 조직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쟁점을 정리해봤다.

논란의 발단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달 2일부터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휘·감독한다. 그 근거는 지난 7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이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것이 골자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주요 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의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도 부령으로 제정된다. 지난 7월 15일 입법예고된 ‘행정안전부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안에는 ▲경찰청 중요 정책 사항에 대한 승인과 사전 보고 ▲보고와 함께 법령 질의 결과 제출 ▲장관-청장 정책협의회 개최 ▲예산 중 중요한 사안에 대한 보고 등이 담겼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인근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화환이 설치되고 있다. 2022.7.25 ⓒ뉴스1

그게 왜 문제인가? - 정부의 경찰 장악 시나리오

이를 두고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찰청은 1987년 민주화 전,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경찰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났다. 과거 내무부(행안부 전신) 산하에 있던 치안국(경찰)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경찰권을 오·남용하는 폐단을 드러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내무부 장관의 사무 권한에서 ‘치안’을 삭제했으며, 1991년 경찰법을 제정해 독립된 외청인 경찰청이 탄생했다.

그런데 다시 행안부 내 경찰국으로 신설하면서 내무부 내 ‘치안국’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민주적 통제를 통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추진해온 지난 30여년 간의 고민과 논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어떻게 15명(행안부 내 경찰국은 경찰국장을 포함해 총 16명) 되는 조직으로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겠나. 이건 완전히 기본적인 전제가 잘못된 상태에서 형성된 여론”이라며 부인했다.

현재 검찰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 내 검찰국이 있으니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 5월에 임명된 신자용 검찰국장은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또한 법무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검찰’이 있는 반면,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엔 ‘치안’이 없다는 점에서 두 조직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행안부 내 경찰국은 직접 치안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사권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치안국’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는 것이 행안부의 주장이기도 하다.

오히려 핵심은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 총경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한 임용 제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총경은 경찰서장이나 경찰청 시도청의 과장급이다. 총경 이상으로는 시도청 차장급인 경무관, 시도청 청장급인 치안감, 경찰청 차장급인 치안정감,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등이 있다. 이전에는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총경 이상 경찰관에 대한 광범위한 인사를 해왔다.

모든 조직이 인사에 매우 민감하지만 경찰의 경우 인사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행안부 장관의 인사권 강화는 곧 경찰 통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경 이상 고위직 비율이 다른 정부 조직에 비해 매우 낮은데다가 퇴직 후 변호사 개업 등이 가능한 검사와도 확연히 다른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의 입김이 미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전국의 경찰서장 등이 모여 ‘총경 회의’를 연 배경이기도 하다. 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그동안 수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과 절차적 문제점, 역사적 퇴보에 대한 우려를 표했고, 시행령이 아닌 국회의 입법 사항임을 밝히고 신중하고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길 바랐다”며 “그럼에도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지휘규칙’으로 경찰청장이 각종 사안을 행안부 장관에게 해야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게 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휘 규칙에도 수사에 관한 언급은 다 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법예고된 ‘지휘규칙’에는 ‘그밖에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까지도 경찰청장이 보고도록 명시돼있다. 이를 두고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으로 행안부 장관의 ‘치안’ 사무에 대한 개입 여지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장관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반적인 수사 지휘는 받는다”고 밝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예컨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고 하면 ‘수사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고 독립적인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전국서장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5. ⓒ뉴시스

그게 왜 문제인가? - 졸속 추진에 따른 위법성

절차적 문제도 제기된다. 시행령 개정안과 지휘규칙 제정안 입법예고기간은 7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단 4일이었다. 최장 40일을 둘 수 있는데 이를 4일로 단축한 것이었다. 의견수렴 기간이 그만큼 짧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졸속 추진이란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 대신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도입하려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이관하면서 정부조직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권력기관인 경찰에 대한 통제마저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헌법 96조를 보면 행정 각부의 설치·수립(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거기서 말하는 법률이 정부조직법인데 조항을 보면 국·과에 해당하는 보조기관의 설치와 사무분장은 법률로 정한 것 외에는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백히 규정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경찰법에서 경찰 인사를 비롯한 주요 정책의 심의의결을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 하도록 하고 있는데, 시행령으로 이를 바꾸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갑자기 경찰국을 밀어붙인 이유는?

정부가 갑자기 이런 논란을 만들게 된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자체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누가 없애라고 한 적도 없는 ‘치안비서관’ 자리를 스스로 없앤 데 따른 조치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조리함을 이미지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과거 사정(司正) 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도 “대통령실에 종전에 그런 업무를 한 민정수석실 자체가 없어지고, 치안비서관도 없고, 이런 업무를 할 조직 자체가 대통령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업무를 위한 지원 인력이 없다. 현재는 시스템 부재라 시급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보단 절차를 오히려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선동”이라며 “기존 민정수석실은 대통령의 인사권 대상인 경찰 고위직에 대한 검증 업무만 수행한 것이지 일반 업무나 내부 인사에 관여한 곳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정수석실에서 어떤 밀실 인사가 있었다는 건지 실체와 근거를 밝혀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정부는 ‘국가가 경찰을 통제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에서 연방수사국(FBI)은 법무부 소속이지만 예산 관리 지원만 받을 뿐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영국의 자치경찰인 런던경찰청장은 국가경찰 임무까지 수행하는데,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일본은 국가공안위원회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모두 관리·감독한다.

우리나라도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이를 통해 경찰을 통제하고 있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1991년 내무부 소속 치안국을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면서 경찰에 대한 민주적 견제·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하지만 이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은 아무련 기속력이 없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제청권을 행사하기 앞서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는 게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만 기속력이 있을 뿐, 나머지 심의·의결 사항 중에서 기속력이 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등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26. ⓒ뉴시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장관의 말은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걸 오히려 반증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그동안 경찰 개혁 방안으로 요구해온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게다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해진 경찰 조직이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그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할 필요도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경찰 개혁 방안으로 엉뚱하게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는 법률개정 사안이고, 제가 드릴 말씀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찰국 설치를 두고 정치적 논란만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해 검찰을 장악한 데 이어 윤 대통령 고등학교·대학교 후배인 이 장관을 통해 경찰마저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연이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자, 그 권한을 넘겨받은 경찰까지 통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찰의 비대해진 권한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국가경찰위원회의 권한을 실질화시키고 강화하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경찰권한을 분산⋅축소할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자치경찰제도의 실질화, 정보경찰의 폐지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일선 경찰들의 공개적인 반발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이유기도 하다. 류 총경은 “이제 국회와 국민의 시간이 왔다”며 “법치주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의 원칙, 법률우위의 원칙, 법률유보의 원칙 등을 심각하게 위반한 대통령령에 대해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통령령 등에 대해 상임위원회가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에 재검토를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재검토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에 경찰국 신설 시행령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과 이 장관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낮다.

일단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이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뿐 아니라 업무보고에서 경찰국 신설 불법성을 따지겠다”고 말했다. 또한 “행안위에서 정부조직법과 경찰청법을 개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며 “경찰국을 신설할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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