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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깨물고 죽지” “개나 줘버려” 또 막말 국감…한동훈은?

등록 :2022-10-10 07:00수정 :2022-10-10 08:4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시작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전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공수 교대 후 처음으로 맞붙은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풍자만화 <윤석열차> 논란,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등 현안마다 거칠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번 국감에도 어김없이 반말과 막말, 고성은 빠지지 않았다.

 

피감 기관장 질타하며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 관련 기관 국감에서는 피감 기관장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혀 깨물고 죽지”라는 말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가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며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그 뭐하러 그런 짓 합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의원님께서 국감 자리에서 질문하실 자유는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서 폭언에 가까운 말씀을 하신 것은 사과해달라”고 항의했지만,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사과하기는 뭘 사과해요”, “무슨 말이야”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파장이 커지자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권 의원에게 유감 표명을 건의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나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발언을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사과를 거부한 것이다. 다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했다. 권 의원은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선택적 환청’은 끝이 없다”며 “김 이사장한테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한 적 없다.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반말과 막말은 반복되고 있다.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지난 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지난 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김교흥 민주당 의원),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 주철현 민주당 의원)등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출석을 두고 대립하던 여야 의원들이 회의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출석을 두고 대립하던 여야 의원들이 회의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개나 줘버리라고요”…파행 또 파행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도 여야 의원들 간 막말로 파행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내로남불당”이라고 반발하며 여야는 충돌했다. 앞서 지난 4일 국감에서 정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검증한 국민검증단 김경한 중부대 교수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지만, 동명이인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 의원은 국감장에서 김 교수의 얼굴까지 공개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인격 살해에 버금가는 짓을 했고, 동명이인의 논문 표절 논란을 국민검증단 소속 교수의 (논란으로) 몰지 않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정경희 의원은 “인격살인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국민대·숙대 총장에게 하는 것은 인격살인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국민대·숙대 총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데 대해 민주당이 맹비난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다른 사람은 다 이야기해도 (정경희) 의원은 그러면 안 된다.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해당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았나”고 쏘아붙였다. 정 의원이 허위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저희 의원실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그친 데 대해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정 의원이 “뭐라고 했나, 억지 쓰지 말라”고 하자 문 의원은 “개나 줘버리라고요”라고 소리치며 국감은 한때 30분간 정회했다.

 

국감 첫날인 지난 4일에도 외교통일위원회는 국감이 세 차례나 중단되는 등 종일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국감은 개의 30분 만에 정회했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국감에 출석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국감이 재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동영상 재생 문제로 회의 속개 40분 만에 다시 중단했다. 이후 오후 4시께 다시 열린 회의에서 여야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 문제로 충돌하며 밤 10시45분께 다시 정회됐고, 가까스로 밤 11시40분 재개된 국감은 자정을 넘겨 5일 오전 0시40분에 종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스타 장관' 한동훈 국감 데뷔전…박범계에 “반말 하시길래”

 

지난 6일 국감장에 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의원이 이렇게 물어보면 ‘예, 의원님. 그렇게 좀 해주십시오’ 하는 게 예의”라고 하자 한 장관은 “예, 의원님. 그렇게 하겠습니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은근한 신경전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한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고개 끄덕거리지 말고 답을 해주십시오”라며 “저는 한 장관에 대해 증오의 정서가 없다고 방송 나가서 (말했다)”고 하자 한 장관도 “제가 다른 방송을 들었나 봅니다”라고 응수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 의원이 “수원지검 2차장을 감사원으로 보낸 거는 영전이요, (인사에) 물먹은 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은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가요”라며 “반말을 하시길래 혹시 물어봤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요’라고 했는데 반말인가. 감사를 오래 받으니 귀가 좀 그러시나”라고 쏘아붙였고, 한 장관은 “제가 잘못 들었다”고 답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XX' 비속어 팻말 등장한 문체부 국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는 지난 5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의 중심에 섰다. 앞서 문체부가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엄중 경고’하면서 논란을 빚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킨다”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엄중 경고의 뜻을 고수했다. 박 장관은 “(진흥원이)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공모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정식으로 공모받을 때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며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 쌓아온 중고생 만화 응모전이 정치적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감 시작 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 최근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풍자한 ‘일 잘하는 이XX’라고 적힌 팻말을 붙여 소동이 있었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여야 간사 요청으로 팻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류 의원은 “정의당은 간사가 없다. 이것도 어제부터 뜬 표현의 자유에 관한 차별인가”라며 “잠깐 내려놓고 제 질의 때 쓰겠다”고 팻말을 떼며 마무리됐다.

 

<윤석열차> 논란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도 등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차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심사위원이었으면 상을 줘서 이런 것을 응원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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