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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쪽 백두산에 미·영 지진계 6기 설치

북한쪽 백두산에 미·영 지진계 6기 설치

 
조홍섭 2013. 09. 06
조회수 1650추천수 0
 

천지에서 동쪽으로 일직선상 배치, 백두산 화산 분출 사각지대 커버

<사이언스> 보도, 미국 과학진흥협회와 영국 왕립학술원 나서

 

b2.jpg » 지난달 영국의 화산학자들이 백두산 북한쪽 지질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사이언스>

 

북한이 서방 과학계에 교류의 문을 열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는 6일 미국과 영국의 과학계가 북한의 요청에 따라 백두산의 북한 쪽 지역 6기의 광대역 지진계를 설치했다고 이 협회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이날치 기사를 통해 밝혔다.
 

이번 과학협력에는 미국 쪽 재단의 자금지원과 영국 과학기관의 장비 임대를 통해 실현됐으며, 북한 지진국의 주선으로 영국 과학자 2명이 지난달 백두산 현지에서 지진계 설치와 지질조사 활동을 벌였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g4.jpg » 밀레니엄 폭발을 일으킨 백두산과 화구호 천지 위성사진. 사진=미 항공우주국

 

백두산 화산은 약 10년 전부터 잦은 지진 등 분화 조짐을 보이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잠잠해졌는데, 백두산 화산 분출의 성격과 빈도 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백두산에서 10세기 중반 일어난 화산 폭발은 지난 1만년 동안 일어난 화산폭발 가운데 가장 강력한 분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 영향은 중국 동북부와 북한의 3만 3000㎢와 일본 홋카이도까지 미쳤다.
 

중국은 1999년 장백산 화산 관측소를 세우고 백두산 천지와 그 일대의 지진, 지형변화, 온천의 화학조성 변화 등을 측정해 오고 있으나 북한 쪽의 측정자료가 없어 화산 폭발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왔다.
 

g3.jpg » 중국의 백두산 화산 활동 관측망. 세모와 역삼각형은 지진계를 가리킨다. 그림=쉬젠둥 외, 지구물리학 연구

 

이번 과학 협력은 북한의 비정부기구인 평양 국제 새 기술 경제 정보 센터(PINTEC)가 2011년 클라이브 오펜하이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화산학자에게 제안해 시작됐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제임스 해먼드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지진학자는 영국 자연환경 연구협의회로부터 지진계를 임대하는데 성공했다. 임대 조건은 지진계의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하드디스크에 다운받아 전달받는 것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지진계를 설치할 구조물 건설비와 운영비 등은 미국 리처드 라운스베리 재단이 미국 과학진흥협회를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유엔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제재 때문에 정교한 측정장비의 반입 등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이 잡지는 밝혔다.
 

b1.jpg » 북한의 지질학자들이 10세기 폭발해 생긴 화산암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사이언스>

 

지진계는 천지에서 동쪽으로 직선상으로 배치됐으며 3곳에 관측기지를 건설했다. 영국 과학자들은 북한 관계자들을 영국에 초청해 화산 모니터링에 관한 훈련과정에 참가하고 채취한 백두산 화산암을 공동으로 분석하는 사업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학술원은 북한 당국과 연구 협약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노먼 뉴레이터 미국 과학진흥협회 과학외교센터 수석 자문관은 이날 협회가 낸 보도자료에서 “이번 노력은 화산학과 지진학 분야에서 북한과 서방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아직까지 이 협력은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한은 그동안 백두산에 지진계 설치 등 백두산 화산 연구를 위한 전문가 교류를 추진했지만 남북 경색에 따라 일체의 논의가 중단된 상태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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