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피 사례 대응에서 안정적인 일자리와 서비스 제공까지
민간이 기피하는 돌봄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도 서사원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민간에서 2년 간 돌봄기관을 구하지 못했던 시각장애인이 서사원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노동자는 팀원들과 매일 사례관리회의를 해가며 폭력성과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때문에 민간이 맡기 꺼리던 초등학생을 돌봤다. 매일 먼 거리에 있는 절을 찾아 108계단을 오르며 돌봄이 필요한 스님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비용을 더 받지 않고 추가 인력을 보내는 일도 서사원에서는 가능했다. 오 지부장은 "거동이 어려운 중증와상 환자를 한 명이 돌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경우 서사원은 2명의 노동자가 팀을 이뤄 이용자를 돌보게 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에서 중단됐지만, 이용자가 의료 조치를 받아야 할 때 즉각적 논의를 거쳐 방문 간호사를 지원하는 돌봄-의료 통합 서비스도 제공됐다.
넓은 인력 풀에 따른 안정적 서비스 제공도 서사원의 장점이었다. 보통 빠듯한 인력으로 운영되는 민간돌봄기관에서는 돌봄 노동자가 사정이 생겨 일을 못할 때 대체인력을 보내기도, 이용자와 노동자가 서로 맞지 않을 때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오 지부장은 "서사원은 이용자의 돌봄을 개인이 아닌 기관이 책임졌다"며 "노동자가 휴가를 쓰면 다른 사람을 보내고, 이용자와 맞지 않으면 담당자를 바꾸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돌봄 노동자에게도 서사원은 민간돌봄기관보다 나은 곳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사원 돌봄 노동자와 같은 시간 일하는 민간 돌봄 노동자의 지난해 평균 월급은 145만 원이다. 이마저도 이용자의 변심에 따라 끊길 수 있는 돈이다.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 생활임금에 기초해 지난해 평균 233만 원의 월급을 받으며 고용불안 없이 일할 수 있었다.
오세훈 취임 뒤 위기를 맞은 서울의 공공돌봄
'좋은 돌봄, 좋은 일자리'라는 기조로 운영되던 서사원의 위기는 2021년 4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뒤 시작됐다. 공세의 주요 키워드는 '방만 경영'이었다. 오 지부장은 "서사원 돌봄 노동자들은 필요하면 108계단을 오르고, 민간에서 기피하는 이용자를 돌보기 위해 수도 없이 회의를 해가며 일했다. 그런 사례가 시로 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그냥 1건이 된다"며 "오로지 효율성 이야기만 했다"고 답답해했다.
실제 서울시는 서사원 전일제 요양보호사의 직접 서비스 제공 시간이 4.3시간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코로나19 팬데민 기간의 일이라는 점도, 민간돌봄기관보다 긴 서사원의 회의·교육·이동시간도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200만 원 대의 임금과 연 평균 7일가량의 병가 사용,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로 정해진 노동시간도 문제가 됐다. 인력 충원이 되지 않고 예산이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의 경영 평가 등급도 2021년 S등급에서 2022년 A등급으로 떨어졌다.
노동자들은 서사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023년 8월 전일제 요양보호사의 직접 서비스 제공 시간은 5.8시간까지 늘었다. 병가 사용 일수도 2022년 평균 4.93일로 줄었다. 24시간 운영에 대해서도 노조는 동의 의사를 밝히고 교대제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했다. 중증치매·와상·정신질환 등 민간 기피 돌봄에 집중하고 기존의 센터를 축소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서사원 기관 차원의 혁신안도 지난해 5월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동시간 삭감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았고, 혁신안에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했다. 돌봄 노동자에게 200만 원 대의 임금은 높으니 삭감을 받아들이라는 격이었다. 이후 별다른 논의 진전 없이 시 차원의 서사원 해산 수순이 진행됐다. 오 지부장은 "자부심을 갖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서사원에 왔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고 허탈해했다.
오 지부장은 앞으로도 서사원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 자신과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지키려는 것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성장하는 돌봄시장이 이윤 논리를 중심에 두고 운영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것도 두렵다. 민간 금융사 등 거대기업의 돌봄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런 미래는 돌봄 노동자는 물론 돌봄을 받는 시민 모두에게 불행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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