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다급한 금리인하...빅컷 이후 또 빅컷 가능성 높아
뉴욕증시 갈팡질팡...서비스·제조업 지표 둔화조짐
노동시장도 급격한 수축...이미 샴의 법칙 발동됐다
불과 4년 만에 대미투자 177% 증가...원인은 미 반도체법

▲미 연준의장 제롬파월 [사진 : 뉴시스]
▲미 연준의장 제롬파월 [사진 : 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가 대폭적인 금리인하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는 혼란스럽다. 이에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무색하게도 내실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대미투자 1위를 기록함으로써 우려를 키운다.

연준, 다급한 금리인하...빅컷 이후 또 빅컷 가능성 높아

지난 18일(현지시간) 연준은 기존 연 5.25-5.5%에 달한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여 연 4.75-5.0%로 조정했다. 지난 4년간 이어진 고금리 국면을 끝내는 첫 번째 ‘빅컷’을 감행한 것이다.

빅컷은 0.25%포인트 이상의 대폭적인 금리 하향조정을 가리킨다.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경제에 충격을 줄이고자 ‘0.25%’ 수준을 기본 조정 단위로 삼는다는 점에서 빅컷은 이례적인 조치다.

이에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현재 (미) 경제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설정한 높은 대출 금리가 미국 경제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파월 의장이 경기침체를 극구 부인하는 까닭은 빅컷이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대출금리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라고 주장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금리부담 경감을 위한 시도라기에는 이번 금리인하의 폭이 너무 크다. 연준 간부들에 따르면 당장 올해 안에 추가 빅컷이 이뤄질 수도 있을 정도다.

연준 전망치에 따르면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약 4.4% 수준으로 인하되며, 내년 말까지는 3.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목표 금리는 2.8% 선으로, 이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낮은 수치다.

뉴욕증시 갈팡질팡...서비스·제조업 지표 둔화조짐

금리인하 폭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나게 되면서 외려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모든 시장 지표를 종합해 본 연준이 경기침체 징후를 감지했음에도 이를 숨긴 채 견조함만을 강조한 게 아니냐는 불안 때문이다.

이에 빅컷 직후 당일에도 뉴욕증시는 하락장으로 마감했으며, 지난 23일에도 전체적으로 뚜렷한 상승세 없이 등락을 반복했다.

이는 미국 실물경기가 지지부진한 것과도 관련있다.

서비스와 제조업 부문 동향을 종합 관측하는 에스엔피 글로벌(S&P Global)의 미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 54.6에서 9월 54.4로 하락했다. 이 수치는 이내 54.3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의 전반 실물 경기가 하락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부문으로 살펴보면 둔화 조짐이 보다 완연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달보다 0.3p 하락해 55.4를 기록했으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 역시 15개월 만에 최저치 47로 떨어져 전월 47.9에서 대폭 하락했다.

 

노동시장도 급격한 수축...이미 샴의 법칙 발동됐다

무엇보다 고용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샴의 법칙’이 발동됐다는 진단도 부정적 전망을 키운다.

샴의 법칙은 미 연준 샴 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미국 실업률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에 비해 0.5% 이상 높으면 경기침체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1950년 이후 미국 내 경기침체 11개 케이스 중 10개 케이스에 들어맞는 모델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연초 3.7%에서 지난 7월 급격히 증가하여 약 3년 중 최고치인 4.3%로 올랐으며, 지난달에도 4.2% 수준을 유지했다. 미연방 공개시장 위원회(FOMC)의 전망치에 따르면 연말까지 실업률은 4.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르면 이미 7월경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든 것이 된다.

불과 4년 만에 대미투자 177% 증가...원인은 미 반도체법

문제는 미국 경제의 심상찮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미투자 규모에서 사상 최초로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대미 거래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한국으로 집계됐다.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는 215억 달러(약 28조5천300억 원)로 2022년보다 11%가량 줄어든 규모지만, 최대 대미투자국 대만이 투자를 줄임으로써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양털깎기’라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의 결과로, 대중 견제를 위해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동맹국들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미국 내로 끌어들이는 정책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가장 잘 호응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5년 전 한국의 대외투자 총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0%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 한국 기업의 대중 투자 규모는 5년 전 전체 대외투자의 11%를 차지했으나 1% 미만으로 급감했다.

이에 미국의 동맹국 블록화 요구에 압력을 느낀 기업들이 대중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미 투자 비중을 늘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정치·경제 흐름과 무관하게 미국발 ‘가치외교’를 신봉하며 미국의 모든 요구에 굴복해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