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관여 정도와 러시아의 반대급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 대응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소규모 파병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군대를 보내는 목적은 김정은 정권의 체제 보장이다. 우크라이나전의 결과와 무관하게 자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체제 보장을 위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지금 북한의 체제 보장 전술은 중국, 러시아와 북-중-러 삼각 구도를 공고하게 형성하는 것이다. 지금껏 러시아와 중국은 전통적 우방 관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일정하게 거리를 둬왔다. 북한이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을 높이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썩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과 대립하면서도 한편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깨기엔 아직 힘도 충분하지 않았고, 잃을 것도 많았기 때문에 역내 균형을 위해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정도의 우방 관계만 유지해 왔다.
북한 체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대북 제재다. 중국과 러시아가 죽지 않을 만큼만 도와주는 상황에서 북한은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시도했고 그 결과 북미대화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실패한 후 대외적으로 북한이 확보할 수 있는 외교적 선택지는 전무해지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교착상태가 지속되면서 러시아가 난처한 상황이 되길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6월 북러동맹(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회복해 느슨했던 북-러 관계를 강화하고, 파병으로 전쟁 국면을 새롭게 만들면서 러시아와 채무 관계를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금 북한의 전략은 우방국의 외교적 협상 카드를 무력화시키는 데에 있다. 자기가 낼 카드가 없으니 남의 카드를 없애버리기로 한 셈이다. 북한이 파병으로 러시아에 확실한 채무를 안겨주는 방식으로 북-중-러 블록화의 1단계 스텝을 밟음에 따라 러시아의 외교적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블록화가 완성될 수 없다. 아직 중국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러의 밀착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실질적으로는 러시아가 전쟁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제 제재를 우회해 핵심기술, 부품 등을 지원하고 사실상의 무역 중개로 외화벌이 창구를 열어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지만 대외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고 중재자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물밑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비견될 새로운 안보 공동체를 형성하자는 논의를 주고받고 있음에도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애매한 입장만 표하고 있다. 미국과 전면적 대결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대내외적 한계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블록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쉬운 게 많은 러시아부터 끌어들이고, 계속해서 중국을 견인할 유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부심할 것이나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위헌적 국방부 훈령부터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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