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농민, 9일 윤석열 퇴진 집회 동참
"쌀값 20만 원, 양곡관리법 약속 어겨"
농민 삶도, 식량 안보도 걷어 차버린 정부
“오빠는 내리고, 쌀값은 올려라”
농업계도 9일 윤석열 퇴진 집회에 힘을 보탠다. 정부가 계속해서 약속을 어기자 김명기 전국쌀생산자협회장은 “이제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퇴진 집회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농민계가 이토록 분개한 이유는 47년 만의 쌀값 폭락에도 정부가 ‘20만 원 보장’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한 가마당(80kg) 20만 원 선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수확기에 소폭 상승한 쌀값은 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농림축산부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하며 “이상 기후, 병충해, 수해 피해, 쌀값 폭락으로 대통령 공약인 쌀값 20만 원을 지켜야 하는데, 지금은 17만 원 수준으로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송미령 농림축산부 장관을 질타했다.
그런데 송 장관은 “수확기 산지 쌀값 20만 원 공약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말한 것”이라며 “호도하지 마시고 진정성을 읽어 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도 농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양곡관리법도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농민에게 약속한 공약 중 하나다. 그는 후보 시절 “농민의 적정한 소득 보전은 쌀의 안정적 수급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양곡관리법상 기준으로 시장격리 요건은 충족된 상태로 늦추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양곡관리법은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됐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잉 생산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된다”는 게 이유였다. 농민이 정부의 시장격리 정책에 기대 쌀 생산을 늘려 쌀값 하락이 계속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쌀값 하락 주요 원인은 쌀 자체 과잉 생산이 아니라, 정부가 매년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수입 쌀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쌀 수입량은 국내 소비량의 약 10% 이상인데, 이는 타국과 비교해도 많은 양이며, 식량 안보 흐름에도 역행하는 정책이다.
최대 쌀 생산국인 중국과 인도는 자국 내 수요 대부분을 자국 생산으로 충당하며, 수입량은 전체 소비량의 3% 수준이다. 미국도 자국 소비를 위한 수입은 필요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는 계속되는 기후위기와 전쟁, 자연재해로 수출 제한 조치가 생길 경우를 대비한 세계 흐름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과 같은 곡물 가격이 폭등한 사례를 고려하면 식량 의존도를 낮춰 자국 농업을 보존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양곡관리법은 국내 농민의 적정한 소득 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식량 의존도를 줄여 혹시 모를 수출 중단에 대비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농민의 생존과 식량 안보를 걷어 차버린 셈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농업인의 분노를 유발한 정책 실패와 쌀값 폭락 책임을 촉구하며 ▲24년산 쌀에 대한 명확한 연중 가격 유지 목표 제시 ▲쌀값 안정 주체로서 농협의 대책 마련 ▲반복되는 쌀값 폭락 사태 방지를 위한 정부와 여야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