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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쇼크’에 26.2조 추경…소득 하위 70%에 지원금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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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4.01 07:30

  • 수정 2026.04.0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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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10만~60만원 고유가 피해 지원

석유 최고 가격제·유류비 경감에 5조 투입

반도체 호조 등 초과세수 25조…국채발행 안해

'3高 쇼크' 추경 응급 처방…물가 자극 우려도

정부가 트럼프 미국의 불법침공으로 야기돼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미국-이란 전쟁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소득하위 70%의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에너지 부담완화에도 5조원 가량의 예산을 사용하며, 지방재정 보강에도 10조원 가량 쓸 계획이다. 정부의 이번 추경이 성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물가자극에 대한 우려도 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반도체 등의 호황에 힘입어 올해 세수 목표치를 25조원 넘게 상향했다.

3580만명에 최대 60만원 지원금 지급예정

정부는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했다.

올해 출범한 기획예산처가 내놓은 첫 추경안이자, 작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는 두번째 추경안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총지출은 753조 1000억원으로, 본예산(727조 9000억원) 대비 25조 2000억원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국채상환에 1조원이 쓰인다.

정부는 ▲ 고유가 대응 ▲ 민생 안정 ▲ 산업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개 분야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2026년 추경예산안 주요 내용, 자료 : 기획예산처

박홍근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은 “고유가·고물가 상황은 소상공인, 청년 등 취약계층에 보다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며 “어렵게 되살린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신속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이번 추경 예산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우리 경제에는 중동 지역 긴장 심화에 따른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급증이라는 거대한 위기의 파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이 파도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미치기 전에 지체 없이 추경예산안이라는 견고한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여야는 시정연설(4월2일) 및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부별심사를 거쳐 4월 10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업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총 4조 8000억원을 투입해 소득하위 70% 국민, 약 3580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을 지급한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직접 지원금이다.

소득수준과 더불어, 수도권 및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 여부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285만명)에는 55만~60만원, 차상위·한부모가정(36만명)에는 45만~50만원, 나머지 소득하위 70% 계층(3256만명)에는 10만~25만원씩 지원된다.

지난해 추경 당시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처럼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처는 지역화폐와 동일하게 설정된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문제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 개요, 자료 : 기획예산처

유류비 및 교통비 경감 위해 5.1조, 지방재정 보강위해 9.7조원 사용

또한 정부는 유류비 절감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를 뒷받침하고 나프타(납사) 수급 위기에 대응하는 재원으로 5조원을 배정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도 한시적으로 최대 3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이와 함께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자 지원을 강화하고, 시설농가와 어업인에 유가연동 보조금도 한시적으로 지급한다.

지방재정도 대폭 보강된다.

내국세 증가분에 법적으로 연동해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이 9조 7000억원가량 늘어난다. 기획처는 행정안전부와 교육부에 가급적 추경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집행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성을 언급했던 문화예술 지원사업도 반영됐다.

청년 콘텐츠 창업투자를 위한 모태펀드 출자 및 문화예술 사업자 저금리 대출 등의 정책금융을 제공하고, 독립영화부터 첨단제작영화까지 촘촘한 제작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도 320억원 확대한다.

그밖에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에 1조 9000억원, 재생에너지 전환에 5000억원, 공급망 안정화에 7000억원 등이 각각 투입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왼쪽부터 오승철 산업통상부 기획조정실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2026.3.31. 연합뉴스

초과세수를 통해 추경재원 확보 가능, 국채발행 필요 없어

한편 추경 재원은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반도체와 증시 호조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 및 기금 자체재원 1조원 등을 활용한다.

세수 증가 덕분에 국가채무비율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2조 5000억원 적자로, 본예산(52조 7000억원)보다 소폭 줄어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본예산의 3.9%에서 추경안 3.8%로 낮아진다. 여전히 작년 본예산(2.8%)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힘입어 매출액 97조원, 영업이익 47조원을 넘어 2024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2조원, 영업익 19조원을 넘어 연간과 분기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률까지 58%로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사진은 28일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2026.1.28. 연합뉴스

추경이 성장 견인할 듯,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자극 염려도

이번 추경은 직접 현금 지원을 통한 '경기 보강'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으로, 추경 총액의 약 18%인 4조 8000억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소비 진작을 위한 전 국민 민생 회복 소비쿠폰 규모(12조 1000억원)의 약 40% 수준의 현금이 풀린다는 의미다.

박홍근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추경을 통해 0.2%p의 성장 효과 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 사업의 성질별로 정부 지출 승수를 재정경제부와 함께 별도 계산한 결과다.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중동전쟁의 불확실성 앞에서 큰 충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동산 원유 비중 자체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p) 끌어내린 상태다.

OECD는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9%로 유지했지만, 한국과 유로존(1.2→0.8%)의 성장세를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주이란한국대사관 인근에서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3.10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정부는 현재 한국 경제가 공급 능력에 비해 수요가 떨어지는 국내총생산(GDP) 갭률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추경으로 수요를 보강하더라도 물가 자극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GDP 갭률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라며 “초과세수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 취약계층을 타킷 지원하는 점까지 포함한다면 물가 자극 우려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응 시점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뜩이나 물가·환율 상승 압력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상당한 유동성이 시장에 풀린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하는 0.2%포인트 성장률 상승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지금은 돈을 풀면 안 될 시점인데, 선거를 앞두고 하는 '벚꽃 추경'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재정투입은 환율·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중동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회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이니까 더 나쁜 것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31일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대응에 초점을 맞춰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확정했다.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0만∼60만원의 지역화폐형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전체 추경 26조2천억원 중 10조1천억원을 이른바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에 할당한다.작년에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처럼 신용카드·체크카드·지역화폐 중에서 선택하게 해 저축이 아닌 소비로 이어지도록 한다.이날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상점에 서울페이와 온누리상품권 등 QR코드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6.3.3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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