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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이 대통령의 평소와 다른 화법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막상 선거 과정에선 지역의 중요한 의제와 이슈들이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진짜 이슈] 기획은 각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불편함을 지적하고, '정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하늘에서 본 제주 제2공항 예정지. 2023.3.6 ⓒ 연합뉴스

제2공항 건설 찬성(안전문제 해소 전제), 주민투표와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 검토(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

찬반 입장 표명 없이 갈등해결 주력, 주민투표 반대, 전문가 검증위원회 결론에 따라 결정(문성유 국민의힘 후보)

제2공항 건설 반대, 주민투표로 결정, 취임 즉시 중앙정부에 주민투표 건의, 추진(김명호 진보당 후보)

제2공항 건설 반대, 공론화 거쳐 주민투표로 결정, 취임 즉시 중앙정부에 주민투표 건의, 추진(양윤녕 무소속 후보)

*출처: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지난 15일 발표한 제2공항 도민결정권 관련 도지사 후보 입장 확인 자료

6·3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제2공항 건설 문제다. 단순히 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차원을 넘어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공항을 건설할지 말지를 결정하느냐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 중이다. 그리고 이 쟁점의 핵심은 '주민투표'로 집약되고 있다.

사실 주민투표 이슈를 제외하면 선거판을 달구는 뜨거운 쟁점은 아직 부각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에 맞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관련 공약이 그나마 활발하게 제시되는 형국이다. 2035년 탄소중립도시를 완성하겠다는 위성곤 민주당 후보나, 국립기후대학원을 설립하고 기후테크 분야의 신산업을 창출하겠다는 문성유 국민의힘 후보 등의 공약이 대표적이나 폭발력은 약해 보인다.

이 밖에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제주도의 현실을 고려한 교통체계 개편, 육지로의 이탈로 인한 청년인구 감소를 막을 방안, 국제적 관광도시로의 비전 등 이런저런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이나 이해충돌의 민감도 면에서 제2공항 이슈가 단연 뜨거운 게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의 풍경이다.

현역 도지사와 국회의원이 3파전을 벌였던 더불어민주당 경선 합동토론회에서도 제2공항으로 인한 갈등 해소 방안이 주도권 토론 주제로 제시됐고, 지역언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각 당 후보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측은 도지사 후보는 물론 도의원 후보와 출마예정자들을 상대로도 주민투표 찬성 여부를 묻는 질문지를 보내 의사를 확인중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같은 당 후보들도 찬성, 반대, 유보 등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된 지 10년이 넘었고, 공항 건설을 위한 법적 절차인 기본계획이 고시됐고,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이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제2공항 문제를 두고 찬반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해법 찾기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공항부지가 수용되기 전이므로 이번 지방선거가 갈등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게 중론이다.

정치권, 국토부, 제주도정의 책임

겨울철 철새도래지가 밀집한 성산읍 제2공항 예정부지는 조류충돌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산읍 신양리의 바닷가 마을 상공에 오리떼가 수직 상승하여 날고 있는 모습. 2023년 2월27일 오후 2시31분 촬영. ⓒ 강석호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정치권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제주도정의 책임이 크다. 발단은 보수정권으로부터 시작됐다. 2015년 11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제2공항 예정부지로 전격 발표한 박근혜 정권의 의문투성이 입지선정,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 거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윤석열 정권 국토교통부의 무리한 절차 강행에 이르기까지 보수정권이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온 책임이 크다.

민주당 정권의 책임이 가벼운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도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재조사 검토위원회 활동을 강제 종결하고, 현 제주공항의 개선으로 수용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기관(프랑스 ADPI)의 용역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는 등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전략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환경부에 의해 세 차례나 반려됐음에도 사업수정은 고려하지 않았다.

원희룡에 이어 도정을 맡은 민주당 출신 현 오영훈 지사도 도민결정권을 강조했을 뿐 줄곧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갈등을 키웠다. 또 민주당 소속 3명의 국회의원도 표를 의식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을 뿐 적극적으로 제2공항 이슈를 해결하는 데 나서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여부가 6·3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공항 건설에 제기된 각종 문제점과 의구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가 애초 예측했던 관광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제2공항 예정부지를 둘러싼 쟁점들은 저감방안 같은 보완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입지타당성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조류 충돌의 위험성, 부지 내 존재하는 동굴 파괴 우려, 지하수를 함유한 숨골과 법정보호종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대책이 없음에도, 정치권과 제주도정은 우려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특히 무안공항 참사의 단초가 된 조류충돌 사례가 겨울철 철새도래지가 밀집한 성산읍 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5년 제2공항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공항 이용객 수는 2025년 3940만 명, 2035년 4548만 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제주공항 이용객은 3000만 명을 밑돌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1000만 명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2024년의 전년도 대비 증가율은 0.9%, 2025년은 전년도 대비 0.6% 증가에 불과하다. 추세적으로 보아도 앞으로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2015∼2016년을 정점으로 제주 이주 열풍은 가라앉은 지 오래됐고, 현재 수준의 관광객만으로도 쓰레기와 교통체증, 환경훼손 등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관광수용력은 한계치를 벗어난 상태다. 한마디로 제2공항 추진 명분이 상당히 퇴색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뜻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 '제주의 마음을 듣다'에서 발언권 요청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타운홀 미팅에서 한 발언도 제2공항 찬반 주민투표 이슈에 불붙인 측면이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즉석에서 거수로 찬반 의견을 물은 뒤 "하지 말자는 쪽이 여기서는 조금 더 보이기는 한다"라면서 "어쨌든 여러분이 잘 판단하십시오"라고 간단히(?) 마무리하고 넘어갔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논리 전개를 해오던 대통령이 유독 최대 이슈인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평소와 다른 화법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제주 사회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반응에서부터, 찬반 의견이 팽팽한 만큼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사실 대통령의 진의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읽는 게 맞아 보인다.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국책사업인 만큼 "법대로 하는 게 당연하다"라거나, "도지사가 책임지고 절차대로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굳이 찬반 의사를 거수로 물어보고, '여러분(제주도민)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한 것은 주민투표 혹은 여타 방식의 도민결정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2021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KBS 제주 인터뷰에서 내놓은 제2공항 문제 해결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제2공항 문제는 결국 제주도민들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고, 또 그것도 불합리한 의사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가 중요하고, 그게 과연 제주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제주도민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 이 점에서 좀 판단을 해봐야 되는데... 사실 환경부의 입장도 중요하긴 하지만 제주도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아직 최종적인 결론을 못 낸, 반대가 조금 많은, 이런 상태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해서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정책이라면 사실 정치가 도민의 뜻에 반해서 강행할 일은 아닌 거죠. 충분히 절차상으로 국가기관 상호 간에 협의도 해야 되겠고, 또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도민들 간의 상호 토론을 통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되면, 그에 따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주 공약 1호인 '탄소중립 선도도시'와 대규모 공항 건설 정책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제주 타운홀미팅에서 이 대통령이 도내 전기차 100% 전환 시기를 앞당기도록 장관과 도지사에게 거듭 촉구한 점과 연결해 또 하나의 공항 건설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민결정권과 관련해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방법론이 바로 주민투표다. 직접 민주주의 원리에 비춰보면 갈등 사안 주민투표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명쾌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지사 후보들이 주민투표를 가장 많이 거론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가 도민결정권의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민투표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 2023년엔 공항 건설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도민의 70% 이상이 주민투표로 결론을 내자는 데에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는 "현행법상 국가 사무인 제2공항 건설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위성곤 후보도 비슷한 이유로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민투표를 주장하는 측은 주민투표법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제1항에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해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과연 투표 결과에 패자 측이 승복하겠냐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실시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마당에 투표로 결정하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찬성 측이 주민투표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반대 측은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떠안고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갈등이 큰만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패배한 측이 깨끗이 승복해 모든 논란이 일시에 사그라드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주민투표'이므로 일단 결론이 나면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숙의형 공론조사나 여론조사 방식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공정한 절차와 내용을 정하는 과정이 주민투표 못지않게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만약 제주 제2공항 문제를 도민결정권에 의해 매듭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공론조사나 여론조사보다는 모든 제주도민이 참여하는 주민투표가 상대적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 제2공항 논쟁 끝내는 계기 돼야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한라컨벤션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이 피켓 등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3월 30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한라컨벤션 앞에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관계자들이 제주 제2공항 갈등 해소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성곤 후보가 당선할 경우, 먼저 주민투표와 공론조사 등 다양한 방식을 놓고 의견수렴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한 환경단체나 시민사회의 반대에 직면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도민결정권을 존중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위성곤 후보는 지역구 표심을 고려한 탓인지 예외적으로 제2공항 건설에 안전문제 해소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 견해를 밝혀왔다. 어떤 선택을 하든 속도감 있게 관련 절차를 마련하여 더 이상 도민 분열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당 김명호 후보나 무소속 양윤녕 후보가 당선한다면 공약대로 주민투표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문성유 후보가 당선하면 도민결정권 논리나 주민투표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제2공항을 조속히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전문가 검증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사실상 공항 건설이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제주사회를 10년 이상이나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게 한 소모적 논쟁이 반드시 끝나야 한다. 후보자들은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확실한 소신과 해법을 제시하고 도민의 선택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지방선거#제2공항#주민투표#도민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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