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반대하는 진영은 미군이 전작권을 넘겨주면 “전쟁이 나도 미군이 한국을 도우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전쟁 때 국가 존망의 위기를 미군 등의 도움으로 넘긴 기억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온다.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에는 전쟁 등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 전투부대와 주한미군, 미국에서 오는 증원군을 하나로 묶어 지휘하는 작전계획이 있다. 전작권 환수 뒤 연합사가 해체되면 이 작전계획이 사라지고 전시증원전력도 없을 것이라는 게 전작권 환수 반대 쪽에서 펴는 주요 논리다.
전시증원전력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기존 2만8천명 규모의 주한미군에 더해 한반도 전장에 보내는 병력과 무기체계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일부에서는 시차별 부대전개제원(TPFDD)에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포함한 병력 69만여명 △5개 항모전투단 등 해군 함정 160여척 △전투기 등 항공기 1600여대 등이 미군 전시증원전력 규모로 정해져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시에 미군이 얼마나 지원되는지는 군 관계자들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이다.
한 군 관계자는 한겨레에 “미국이 전시증원전력의 상세한 내용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 현역 전체 병력 규모가 130만명가량인 상황에서 이 규모의 절반이 넘는 ‘전시증원전력 69만명’이라는 숫자는 현실적이지 않다. 미 전체 항모전단이 11개로 전시증원전력 항모전단 5개는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한국군 내부에서도 “69만명 규모 등 대규모 전시증원전력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미국의 전략도 과거와 달라졌다.
증원전력 69만명이라는 것은 중동과 한반도에서 동시 전쟁 발발 시 북한이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이전에 저지·격퇴한다는 ‘윈윈 전략’에 따른 것이다. 미국 행정부에서 이 전략은 1990년대 초반에 형성돼, 2012년 폐기됐다.
현재 미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며 있는 주한미군도 필요하면 한반도 밖으로 내보내겠다고 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 억제에 대한 ‘주도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미국의 역할은 ‘결정적이지만 제한적인 지원’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 주도, 미국 지원’으로 한반도 방어 구조가 재편되고 있어 전작권 환수와 무관하게 미국의 대규모 전시증원전력은 실체가 불투명해졌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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