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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첫 조사서 진술 거부... 특검이 밝혀야 할 다섯 가지

6월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김건희(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씨의 매관매직 의혹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생중계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 유성호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22일 김건희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월 25일 특검이 출범한 지 147일 만의 첫 대면조사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특검의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특검이 김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다.

특검은 김씨가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과 가까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관저 공사를 수주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의류와 장신구 등 고가 물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측은 혐의를 부인한다. 김씨 변호인들은 이날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관저 공사 수주에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특검은 관련자 진술과 통화기록, 메시지, 계약·예산 문서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김씨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대통령실과 정부기관이 누구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는지를 밝혀야 한다.

① 21그램, 누가 관저 공사 업체로 선택했나

첫 번째로 특검이 확인해야 할 것은 21그램의 선정 과정이다. 21그램은 김씨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를 후원했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의 설계와 시공도 맡은 업체다. 21그램 대표의 배우자와 김씨가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도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관저는 1급 보안시설이다. 그런데 당시 21그램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었다. 이런 업체가 별도의 경쟁입찰 없이 대통령 관저 이전과 증축 공사를 맡았다. 업체 선정 과정이 정상적이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특검은 21그램을 처음 관저 공사 업체로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김씨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21그램을 직접 소개했는지, 또는 제3자를 통해 업체를 추천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당시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이었던 김오진 전 비서관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김 전 비서관이 자체적으로 21그램을 선택했는지, 대통령실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는지, 김씨의 요구나 의중을 전달받았는지를 가려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이나 비교·검토 없이 처음부터 21그램에 공사를 맡기는 것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했는지가 핵심이다.

② 1000만 원 상당 금품, 공사 수주·공사비 지급 대가인가

2024년 10월 8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성동구 뚝섬역 부근 ‘21그램’ 사무실. ⓒ 권우성

두 번째는 김씨가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000만 원 상당의 금품과 관저 공사 사이의 관계다.

특검은 김씨가 21그램 측으로부터 디올 의류 등 688만 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건희 특검팀은 관련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른바 '디올 명품 3종'으로 불린 의류와 장신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을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21그램 대표의 배우자가 차액 324만원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보고 금품 수수액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금액을 합하면 특검이 특정한 수수 금액은 약 1000만 원이다.

종합특검은 김씨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조사했다. 유 전 행정관이 물품의 보관과 전달, 가방 교환 과정에 관여했는지가 조사 대상이었다.

다만 김씨가 물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알선수재 혐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금품 제공과 관저 공사 수주 또는 공사비 지급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특검은 특히 물품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2022년 5월 중순 관저 이전 공사가 예산 부족 문제로 잠시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된 정황도 주목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에 배정된 예산은 14억 원대였지만, 21그램 측이 요구한 공사비는 약 41억 원에 달했다. 특검은 21그램 측이 김씨에게 물품을 제공한 직후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 전용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품이 단순히 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였는지, 아니면 이미 공사를 맡은 21그램이 증액된 공사비를 신속히 지급받기 위해 김씨에게 청탁하면서 건넨 것인지도 확인돼야 한다.

③ 14억 원 공사, 왜 41억 원으로 늘었나

세 번째는 관저 공사비 증가와 예산 전용 과정이다. 당초 관저 내부 인테리어 명목으로 편성된 예산은 14억 4000만 원이었다. 그러나 21그램이 제시한 견적은 약 41억 원이었다. 애초 편성된 예산의 세 배에 가까운 차이다.

특검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21그램이 요구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예산을 불법적으로 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는 대통령비서실이 부족한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수십억원 규모의 행정안전부 예산을 관저 공사에 사용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검은 이미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 기소했고,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들이 정부청사관리본부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예산 전용을 밀어붙였다고 보고 있다. 관련 기관이 스스로 예산을 전용한 것처럼 외형을 만들고, 예산 전용에 반대한 담당 공무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은 김씨가 공사비 증가와 공사 중단 상황을 알고 있었는지다. 특검은 김씨가 관저 내부 설계와 공사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그 과정에서 공사비가 당초 예산을 크게 초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김씨가 공사비 지급 상황을 보고받았거나 예산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면, 업체 선정뿐 아니라 예산 전용 과정에도 직접 관여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④ 감사원 감사는 왜 축소됐나

▲유병호 감사위원 영장실질심사 출석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유병호 감사위원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네 번째로 확인해야 할 것은 감사원 감사 축소 의혹에 김씨와 대통령실이 관여했는지다.

감사원은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한 국민감사 청구를 받아 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감사원은 21그램의 공사 수주와 관련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특검은 이 감사가 축소되거나 왜곡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병호 감사위원이 대통령실의 요청을 받아 21그램에 대한 조사를 축소한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 20일 밤 유 위원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을 통해 21그램 대표를 대면조사하지 말고 서면조사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과정에서 21그램 대표의 진술이 실제와 다르게 보고서에 반영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1그램 측은 하도급 업체에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다는 사실을 공사 현장에서 이미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보고서에는 감사 과정에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취지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김씨가 감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씨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21그램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했거나, 감사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을 요청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감사원에 조사 방식 변경을 요청했다면 누가 처음 지시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관리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스스로 움직였는지, 대통령 또는 배우자의 요구를 전달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⑤ 윤석열은 무엇을 알고 있었나

마지막으로 특검은 윤석열씨의 역할도 확인해야 한다. 관저 이전은 대통령실의 주요 국정 업무였다. 예산과 보안, 계약 문제가 얽힌 주요 현안인 만큼 윤씨에게 어느 수준까지 보고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씨가 업체를 추천하거나 공사 내용에 관여했다면 윤씨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공사 예산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됐고, 이 과정에서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기관이 움직였다면 대통령에게 아무런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씨가 21그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윤씨가 알았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윤씨가 물품 수수 사실이나 가방 교환 비용 대납을 인지했는지, 이후 반환이나 비용 지급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 감사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면 그 과정에서 윤씨가 이를 승인하거나 묵인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날 특검은 김씨 조사를 위해 A4 용지 15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모든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씨 변호인단은 김씨가 저혈압 증세로 장시간 조사가 어렵다는 점도 특검에 전달한 상황이다.

결국 김씨가 첫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만큼 특검 수사의 성패는 21그램 선정과 금품 전달, 공사비 증액과 예산 전용, 감사 축소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는지를 객관적 증거로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김건희#종합특검#윤석열#유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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