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카, 길은 시작된다(The Enka Road Begins)|재키 우(Jacky Woo), 일본, 85분, 드라마
─영화 〈엔카, 길은 시작된다〉가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로 간 이유
세상의 비리와 부조리에 맞서 '진실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국제휘슬러영화제(SWFF). 올해로 3회를 맞이한 이 강렬한 저항의 영화제 상영작에 뜻밖의 영화 한 편이 이름을 올렸다. 평범한 주부의 일상과 가수 도전기를 그린 서정적인 정조의 일본 영화 〈엔카, 길은 시작된다〉다. 언뜻 영화제의 묵직한 고발성 모토와 어울리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가 품은 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거대한 권력에 대항하는 것만이 저항은 아니다. 매일의 일상을 버텨내며 비로소 '나답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보통 사람의 발걸음이야말로, 우리 삶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한 가장 숭고한 저항이다.
재키 우 감독은 남편과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만 보내던 평범한 중년 주부 료코(오카 미도리 분)의 지루하리만치 반복되는 보통의 삶을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매일 가게에 나가 자리를 지키며 장사하고, 돌아와서는 밥하고 집안일하는 슴슴한 그녀의 하루는 감독의 시선을 통해 따뜻한 풍경으로 재탄생한다. 영화는 이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백그라운드이자 뼈대임을 묵묵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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