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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 개인정보 유출... 금융수장 책임론 부상

사장들만 물러나면 다냐
가라앉지 않는 '국민분노'

[진단] 사상최악 개인정보 유출... 금융수장 책임론 부상14.01.21 08:42l최종 업데이트 14.01.21 10:1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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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 3사 "국민들께 죄송, 피해 전액 보상"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 삼사의 기자회견에서 각사 대표들이 나와 사과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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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다. 금융사들의 정보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주먹구구식 관리와 감독 부재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한마디로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도 금융사들의 안이한 인식과 초기 대응 부실은 그대로였다. 개인 정보보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뿐 아니라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우선 이번 사건 역시 전형적인 인재라는 것이 지적이 높다. 개인신용평가회사 직원이 거대 카드사 고객정보를 마음대로 넘나들며 빼돌리는 와중에도 해당 회사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카드사들은 은행보다 고객정보를 더 많이 취급하고, 마케팅 등 활용도 역시 높아 정보유출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금융회사 보안관계자는 "이번에 유출된 사례는 매우 초보적인 관리부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회사 직원도 아닌 외부인력이 개인정보를 거의 맘대로 접근해서 취급하도록 한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형적인 내부통제와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사상 최악의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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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기 기다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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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에 유출혐의로 구속된 박아무개씨가 속해 있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과도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두 카드사의 경우는 내부의 강력한 보안정책으로 이번 정보유출 피해에서 일단 모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장은 "신용정보업체와 금융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이용하고 있는지 공개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와 같은 구조라면 언제라도 다시 정보유출 사고가 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유는 해당 금융사들의 안일한 대응도 한몫했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빠졌나갔는데도 카드사들이 내놓은 보상방안은 '월 300원 문자통보 서비스'였다. 정보유출 회원에 대한 실태파악은커녕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카드사들의 초기 대응은 말그대로 소비자를 두 번씩이나 우롱하는 말도 안 되는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은 이어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피해보상과 함께 철저한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엔 강력히 처벌해야"... KB금융 임원 일괄사퇴·감독 당국 책임론도 거론

이 때문에 금융회사에 대한 강력한 처벌뿐 아니라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금융당국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이번 카드사태로 국민의 3분의 1이 정보유출의 피해를 입었다"면서 "집단대표소송 등으로 모든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금융회사들도 개인정보보호 관리 부실에 따라 회사가 망할 수 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돼야 회사들도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과거에 비슷한 사고들이 일어났을 때 문책 등 내부징계가 미미했다"면서 "내부뿐 아니라 당국에서도 보다 엄격하게 징계와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철한 센터장은 "개인정보유출은 한두 번 일어난 게 아니다"면서 "그때마다 정부에서도 내놓은 대책도 똑같다, 그리고 정보유출은 반복되고 소비자들은 막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당국의 관리 소홀도 매번 나왔지만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형구 국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감독당국의 안이한 정보의식과 감독 부실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도 지난해 동양사태에 이어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태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인사는 "동양사태로 지난해 감독 당국의 책임론이 거셌는데, 대형 금융 정보유출 사고까지 터져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꼴"이라며 "금융회사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인사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미 내부적으로 (보안관련) 기준 등이 다 마련돼 있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인데, 이것을 자꾸 감독 당국과 연결시켜 책임을 지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항변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이날 오후 KB금융 부사장 등 집행임원 전부와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부행장급 이상 임원,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등이 사표를 제출했다.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 역시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고, 롯데카드 역시 박상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9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태그:개인정보유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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