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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 비무장지대 건너겠다

12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 비무장지대 건너겠다

2015. 03. 27
조회수 5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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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crossDMZ 조직위, 왼쪽부터 크리스티안 안, 글로리아 스타이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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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개국의 여성평화운동가 30명이 금단의 땅,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를 걸어서 건너겠다고 선언했다.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코리건 맥과이어,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레이마 그보위,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을 포함해 30여명의 여성평화운동가들은 2월8일 ‘WomencrossDMZ’ 홈페이지(WomenCrossDMZ.org)를 통해 오는 5월24일 비무장지대(DMZ)를 도보로 횡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북미대화는 끊기고 남북관계는 험악한 가운데 계획대로 행사가 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와 남·북에 평화걷기 행사의 협력을 요청해 원칙적인 답변을 받아 놓은 상태다. 북한은 “여건이 성숙되면 가능하다”라고 답변했고, 유엔군사령부는 한국정부가 횡단을 승인하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즉, 남쪽의 의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상황인 셈이다. 통일부는 “(외국인의 DMZ행진은) 남북교류협력법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명백한 반대의사를 표한 건 아니지만 한발 빼는 모양새다.

 

 평양에서 서울 가는 길, 에볼라 비켜라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Women Cross DMZ’는 국·내외 여성평화활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3월11일 제59차 UN 여성지위위원회(CSW·Commission on the Status of Women) 회의가 열린 뉴욕 유엔본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 행사의 공동기획자 크리스틴 안씨는 "왜 걷느냐고요? 모든 관계자들에게 대화와 상호이해, 그리고 궁극의 용서로 대변되는 새로운 한반도의 역사를 상상해보도록 하기 위한 겁니다"라고 행사의 취지를 전했다. 
 이 행사의 명칭은 <2015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성걷기>(2015 WOMEN’S WALK FOR PEACE IN KOREA)(이하 DMZ여성걷기)이다. 그런데 아직 DMZ여성걷기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국 측의 협력을 얻어내는 문제가 남아있고 북한 측과도 아직 실무적인 조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DMZ여성걷기 주최 측은 평양에서 서울로 간다는 큰 계획을 잡았다. 평양에서 출발해 개성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한 뒤, 비무장지대 4km 구간을 도보로 걸어서 한국 측 출입국 관리소를 지나 서울로 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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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전경. 사진 오른쪽 위가 개성공단이다

 

  비무장지대 통과절차는 다음과 같다. 일단 비무장지대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명시적인 허가를 받으면 비무장지대 통과가 가능하고 실제로 통과할 때는 한국 국방부의 협조를 받는다. 통일부는 장비, 물품의 반입반출에 대해서만 협조를 하게 된다. 출입국관리소에서는 들어올 때 법무부의 허가를 받는다. 북한과 유엔군사령부 측의 허가가 떨어진 셈이니 한국 측과 협조만 이뤄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다만 북한 측과 실무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24일부터 에볼라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의 자국 방문을 금지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은 모든 입국자를 21일간 격리시켜왔다. 이 때문에 ’WomencrossDMZ’ 측이 행사 이전에 평양을 방문해 실무적인 조율을 할 수 없었다. 북한은 이 같은 조치를 3월2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중 국경을 통한 육로관광도 재개하고 있는 상태며 실무진의 평양방문길도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동포들이 주축인 평화시민단체 액션포원코리아(Action for One Korea) 정연진 대표는 이 ’WomencrossDMZ’ 참여자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대표는 “3월 말 안으로는 윤곽이 잡혀야 5월24일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2월에 에볼라 때문에 실무진이 평양에 들어가지 못해 실무과정에 차질이 생겼다”며 “평양의 행사에 대해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무진이 못 들어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질 여지가 있을 뿐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행사 자체가 무산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일단 평양에서 서울을 육로를 통해 온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14년에는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은 연해주 한국계 러시아인 32명이 자동차로 한반도를 종주하며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한국으로 왔다. 2013년에는 뉴질랜드 탐험가 5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서울로 들어왔다.

사진3 2013년 뉴질랜드 탐험가 5명이 오토바이로 비무장지대를 통과했다.

 

이번 평화행사는 ‘종북논란’ 피해갈 수 있을 듯

 

  정연진 대표는 국내에서 평화통일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연대회의를 조직하고 있다. 연대회의를 통해 국내 평화·통일운동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WomencrossDMZ’와 연대·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행사의 국제조직위원인 평화영성가 김반아 박사는 “크리스티안 안, 글로리아 스타이넘 등 행사의 주관자들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을 때까지 정례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5월24일 국내에서 어떻게 이 움직임을 받아 평화통일운동의 동력으로 삼을지, 그 방법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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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평화·통일 운동가들은 3월5일부터 ‘WomencrossDMZ’와 연대·협력을 위한 회의를 열고 있다.

 

  ’WomencrossDMZ’ 측은 ‘5월24일’이라는 날짜나 ‘DMZ 걷기’이라는 상징성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인상을 풍겼다. 이들이 5월24일을 택한 건   남북교류협력을 중단한 ‘5.24조치’ 해제 요구의 의미를 담았다기보다 5월24일이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이기 때문이다. 김반아 박사는 “만에 하나 DMZ여성걷기를 못하게 되면 한국에서만이라도 다른 종류의 행사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반아 박사는 3월16일 연대회의에 참석해서 “지난해에 북한의 승인을 받았는데 변수가 조금씩 생기고 있어 플랜 A, B, C, D 등을 세웠다”라며 “아직 어떤 플랜으로 DMZ여성걷기가 진행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국내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리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분단 70년을 넘어설 수 있는 기류를 만들어가고 싶다. 국내 시민사회와 국민의 참여가 이뤄지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진행이 되면 광복 70주년인 올해 5월24일에 ’WomencrossDMZ’ 행사로 전주곡을 띄우고, 7월27일 정전 협정일에 평화통일 관련 행사를 하고 8월15에는 ‘천만의 합창, 우리의 소원은 통일’ 행사가 일종의 피날레가 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게 하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최측은 ’WomencrossDMZ’ 행사로 ‘종북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최근 두 건의 테러사건을 겪었다. 전북 익산에서 통일토크콘서트를 연 재미교포 신은미씨는 사제폭탄테러를 당했고 리퍼트 미국 대사는 흉기에 베였다. 한국사회는 두 사건을 겪고 ‘종북 논란’에 휩싸였다. 정 대표는 “이번 행사의 주축은 여성이며 세계평화운동가들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상대로 종북논란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김반아 박사는 외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유명인들이 움직이면 외신이 따라 움직인다”라며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도 국내·외 여론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행사 성사가 수월해질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주최쪽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행사를 의미 있게 만들어보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낙관하고 있다.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씨는 유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의 무응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안 된다’는 답변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고요. 이번 행사에 대한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규정 기자 okeygun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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