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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당신을 찾는 방법…처음엔 코 다음엔 눈

 
조홍섭 2015. 07. 20
조회수 2257 추천수 0
 

50m 밖서 후각으로 이산화탄소 감지, 시각으로 목표 찾아

1m 안쪽선 체온과 체취로 표적 결정…눈에 띄는 옷 피해야

 

Aedes_aegypti_biting_human.jpg» 모기는 먹이를 찾아 무작정 날아다니지 않는다. 주도면밀하면서도 융통성 있는 전략을 채용하기 때문에 모기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모기행동을 실험적으로 연구한 결론이다. 사진=실험에 쓴 것과 같은 종의 이집트숲모기, 사진=미국 농우부

   
모기는 포유동물이 호흡할 때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피를 빨 목표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람에 쉽사리 흩어지는 이산화탄소를 멀리서 감지해 그 원천에 접근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수수께끼를 정교한 실험장치로 푼 연구결과가 나왔다. 플로리스 반 브뤼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박사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모기가 후각, 시각, 열 감각 등을 목표물과의 거리에 따라 별도로 동원해 숙주를 찾아낸다고 밝혔다. 
 
풍동에서 배고픈 암모기를 2만 번 이상 날리면서 3차원 위치추적 장치를 가동해 진행한 실험에서 드러난 모기의 행동은 이렇다.

 

fig.jpg» (a) 모기가 바람을 거슬러 날며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는다. (b) 바람에 흩날려 냄새를 놓친다. (c) 지그재그로 비행하며 냄새를 찾는다. (d) 눈에 띄는 물체에 접근해 본다. (e) 이런 과정을 되풀이하다 눈에 띄는 물체에서 체취를 맡는다. (f) 체온을 감지한다. 열, 습기, 냄새를 추적한다. (g) 충분한 단서가 확보되면 기회를 노려 목표에 내려앉아 흡혈한다. 그림=반 브뤼겔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먼저, 모기가 이산화탄소 냄새를 맡으면 위로 솟아오른 뒤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냄새를 지그재그로 비행하면서 추적한다. 모기는 50m 밖에서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한다.

 

이산화탄소를 찾아내 여기에 자극받은 모기는 이번엔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물체를 탐색한다. 모기는 5~15m 떨어진 곳에서 시각을 이용해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처음부터 시각을 동원하지 않는 까닭은 엉뚱한 물체를 표적으로 삼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때 주변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물체가 포착되면 이에 접근한다. 1m 안쪽으로 접근한 모기는 체취나 체온, 습기로 최종적인 공격 대상을 정한 뒤 기회를 노려 내려앉아 피를 빤다.

 

Vlieg _Muggensilhouet_2.jpg» 유리창에 앉아 쉬고 있는 모기. 모기를 피하려면 눈에 띄는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 사진=Vlieg,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후각, 시각, 열 감각을 독립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감지해 반응하는 모기의 숙주 탐색 전략은 “약오를 정도로 강력하다.”라고 밝혔다. 모기를 피하기 위해 숨을 완전히 참을 수도 없지만, 설사 체온을 낮추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옆 사람의 호흡이나 시각적 단서마저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논문은 “모기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시각적으로 위장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밝은 셔츠처럼 눈에 잘 띄는 옷을 입지 않거나 그런 사람 옆에 있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단속적인 냄새 단서에 이어 안정적인 시각 단서로 먹이를 찾는 행동이 모기뿐 아니라 초파리, 박각시나방 등에서도 나타나, 이것이 곤충 일반의 오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최고 위험 동물' 모기, 왜 내 피만 좋아할까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n Breugel et al., Mosquitoes Use Vision to Associate Odor Plumes with Thermal Targets, Current Biology (2015),
 http://dx.doi.org/10.1016/j.cub.2015.06.04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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