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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옛 여자친구 부모 살해사건에 "최고형 마땅"... 국회는 폐지 여부 논의중
15.08.28 17:07l최종 업데이트 15.08.28 18:0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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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서대문형무소 사형장(자료 사진).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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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사형제 폐지를 논의하는 가운데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이후 2년 만에 사형수가 나왔다.
지난 27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강간한 장아무개(25)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범행동기와 범행의 잔혹성, 이 사건이 사회에 끼친 충격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할 때 아무리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극형의 선고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19일, 장씨는 옛 여자친구 A씨의 집을 찾았다. 배관수리공이라고 거짓말을 한 그의 가방에는 청테이프와 흉기, 갈아입을 옷 등 범행도구가 들어있었다. 장씨는 A씨의 부모를 죽인 다음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A씨를 집으로 유인했고, 그에게 겁을 줘 성관계를 했다.
이후 부모의 사망을 확인한 A씨는 몰래 아파트 4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렸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범행 동기는 단순했다. 장씨가 A씨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한 일이 학교에 소문나고, A씨의 부모가 이 내용을 자신의 부모에게 알린 데에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수사 당시 장씨는 A씨와 그 부모를 탓하는 등 사건의 원인을 피해자 책임으로 돌렸다. 또 A씨에게 지인들을 손보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범행 직후 마트에서 식도를 구입했다. 범행을 준비한 기간도 약 10일 정도였다. 1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남근욱 부장판사)는 장씨가 치밀하게 살인을 계획했고, 수법이 잔인하며 추가 범행도 염두에 뒀던 데다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이 사건이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국민에게는 매우 큰 충격을 줬다며 2014년 9월 18일 장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대구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 판단 역시 비슷했다. 지난 4월 9일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극히 사소한 일에 앙심을 품고 무고한 피해자 2명을 살해했고, A씨는 평생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라면서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형벌이지만 원심의 사형선고이 너무 과중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밝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아직 살아있는 형벌, 사형... 국회, 폐지 여부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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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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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회에서는 현재 사형제 폐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월 6일 사형제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한때 사형수였던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 바로가기)에서 "사형이 범죄 공포를 없애고 피해자 가족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없다"라면서 "국가가 범인 죽이고 '할 일 다했다'고 끝낼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법안 발의에 참여한 동료의원들도 여야를 떠나 171명에 달한다.
사법부도 알고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사형 폐지 논의가 계속되어 왔고, 최근에 사형제도 폐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라고 했다. 또 한국이 1997년 12월 30일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직 사형이 살아있는 제도라는 점을 들었다. "사형제도 폐지에 관한 입법자의 결단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헌법재판소 또한 2010년 2월 25일 사형제가 합헌이라고 선고한 이상, 법원이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범죄에 최고형을 선고함이 마땅한 경우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였다.
이번 판결로 장씨는 61번째 사형수가 됐다. 생존한 사형수 가운데 그를 포함한 일반인 사형수는 58명, 군 사형수는 3명이다. 대법원은 2014년 4월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에서 총기난사로 동료 5명을 살해, 항소심까지 사형선고를 받은 임아무개 병장의 사건도 심리 중이다. 2011년 9월 6일 사형제 위헌확인 청구 각하 후 지금까지 헌재에는 새로운 사건이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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