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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보고 말한다

  • [글]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한다[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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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는 의식의 물질적 외피. 세상은 사람이 움직이고 그 사람은 사상이 움직인다. 사람은 그 뜻과 수준에 따라 움직이고 그에 맞게 세상은 바뀐다. 그 사람의 그 뜻을 어떻게 아는가. 그 말을 통해 안다. 그 말이 본질의 왜곡된 반영으로서의 가상이든 그 진실된 반영으로서의 진상이든 그 배경과 맥락을 짚으면 그 속내가 보이고 거기에 그 뜻과 수준이 있다. 
     
    최근 온 세계가 코리아반도에서 전쟁이 터지지않나 크게 긴장했다. 전례없는 남북고위당국자간에 43시간 마라톤접촉도 있었다. 이에 남의 통일진보단체 코리아연대 성원들은 전쟁을 반대하며 광화문미대사관앞에서 5일간이나 철야1인시위를 벌였고 미대사관앞에서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이다 전원연행되기도 했다. 다행히 잘 수습됐다. 그리고 이 과정과 결과에 대해 남의 <대통령>·청와대안보실장·통일부장관, 북의 총정치국장·당중앙비서·최고리더의 순으로 한 발언들이 있었다. 
     
    먼저 남은 북의 <사과>에 집착하다 <유감>으로 끝났는데, 그 <유감>이 <사과>가 아니란데 대한 과학적, 사전적 의미가 널리 퍼지며 사실상 논란은 정리됐다. 그래선지 부자 몸조심 하듯 이에 대해 북은 아무 발언도 하지않았다. 모든걸 다 알고 있고 이 경우 침묵이 금이라고 확신하는 매우 세련된 대처다. 다음으로 당국회담의 다음단계로의 수뇌회담에 대해선 남도 북도 그 성사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지만, 김관진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라 하고 홍용표는 현재 검토하는게 없다고 했다. 김관진이 한 발언과 북의 발언들을 감안하면 홍용표의 <현재 정상회담에 대해 전혀 검토되고 있는게 없다>는 말은 <향후 정상회담에 대해 전면 검토되는게 있을거다>로 읽힌다. 말장난 같지만 오늘 없다는 얘기지 내일 없다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의 수구꼴통들을 의식하지않을수 없는 수구정권으로선 반통일정책을 통일지향정책으로 전환하는, 말그대로 <대전환>을 해야 하는 판이니, 모든게 수박 쪼개듯 드러나기 전까진 아닌보살하는게 상책일수 있다. 그렇게 보면 홍용표의 <정상회담은 지금 섣불리 말하기보다는 우선 남북간에 합의된 부분을 잘 이행하면서 그러한 조건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게 전혀 어려울게 없다. 또 그런 의미에서 홍용표의 카운터파트를 맡은 김양건이 <북남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진시켜나가야... 올해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일으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 ... 당국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며 여러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야 ... 북남관계의 급속한 발전을 바라지않는 세력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해 각성있게 대하여야>고 한 의미도 명백하게 다가온다. 도대체 <북남관계의 대전환>, 심지어 <대변혁>으로까지 불리울 사건이 뭐겠는가. 그게 당국회담이겠는가 그 정도선에서 논의될 사안이겠는가. 그 <대전환>·<대변혁>을 올 1.1신년사에 자신의 이름과 권위를 걸고 선언한 김정은최고리더가 당중앙군사위확대회의를 다시 열고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 ...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가야>고 말한 의도도 그런 의미에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수뇌회담은 그 여부와 과정이 이번 고위급접촉에서 충분히 논의됐고 전반적인 흐름상 올해 가기전에 성사된다고 보는게 순리적이다 하겠다.
     
    하여튼 남과 북의 발언들을 분석해보면, 그 내용이든 표현이든 남은 수세적이고 소심하며 대결지향적인데 북은 공세적이고 대범하며 통일지향적이다. 그렇지않은가. 있는그대로, 보이는대로 말할뿐이다. 어려울거도, 분석이랄거도 없는 말이다. 혹 누군가 목에 칼을 들이대며 이 말을, 생각을 바꾸라 한다면 바꿔야겠는가. 난 바꿀 생각이 없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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