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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 '독성'을 요리하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프라이팬, 알고 사용하자·①
 
 

올 추석도 부치고 굽고 볶고 끓여 상 차릴 걱정이 앞섭니다. 이때 빠져서는 안 될 주방기구가 프라이팬이죠. 그리고 프라이팬의 생명은 음식재료가 눌어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계란후라이라도 해 먹으려면, 매끄럽게 코팅된 프라이팬이 필수니까요. 

'눌어붙지 않는' 테플론 코팅 프라이팬은 1956년 프랑스 회사 '테팔(TEFAL)'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불소수지코팅제인 테플론이 코팅되지 않은 프라이팬은 프라이팬이 아닐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불소수지코팅제의 핵심인 '과불화옥탄산(PEOA)'이 건강에 위협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당뇨와 고혈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니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 교수와 프라이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는 환경독성학, 환경오염물질, 식품위해요인에 대한 관심을 가진 환경의학자로, 2013년에 책 <아이 몸에 독이 쌓이고 있다>(예당Friend 펴냄)를 냈습니다.  

 

▲ 임종한 교수. ⓒ작은것이아름답다(정은영)

- 프라이팬에 쓰이는 불소수지 코팅 제품의 유해성이 알려진 지 10여 년 흘렀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워낙 프라이팬 자체가 일상에서 많이 쓰이고, 그 위험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는 상태에서 대체물질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우려가 많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고, 이런 문제에 대한 국내 연구도 별로 없어요. 시중에 유통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 또한 무엇을 통해 어떻게 섭취되는지 정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과불화옥탄산(PFOA)은 주방에서 어떤 경로로 노출되나요?


'과불화옥탄산(PFOA)'은 잔류성 유기화합물에 속하는 환경호르몬입니다. 프라이팬을 가열할 때 온도가 올라가면서 불소수지코팅제 일부가 기화되어 나오고, 프라이팬 자체에서 녹아 나오기도 합니다. 이것을 요리 과정에서 코로 들이마시거나, 음식물에 섞여 들어간 것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 들어가 쌓이게 되는 겁니다. 
 

- 과불화화합물의 독성 영향은 어느 정도까지 밝혀졌는지요?


해외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어 있습니다. 이런 화학물질의 생산과 소비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죠. 과불화옥탄산이 사람 몸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굉장히 다양한데, 동물실험의 결과로는 간 독성, 발암성, 생식독성, 신경독성 같은 위험이 보고되었습니다. 과불화옥탄산은 몸속에 쌓여 호르몬 교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태계에서도 노출되면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로도 밝혀졌어요. '환경호르몬'이 가질 수 있는 여러 특성들 가운데 '호르몬 교란'이 가장 심각합니다. 놀라운 것은 최근 연구에서 남아가 태아 시기에 자궁을 통해 환경호르몬에 과다 노출이 된 뒤, 성인이 되어 정자 수 감소와 관련이 된다는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 이 화학물질로 인한 생태계 오염은 어떻게 일어납니까?


과불화옥탄산 자체는 대기에서 노출되기도 하고 식품을 통해 노출되기도 합니다. 프라이팬을 닦을 때 물에 씻겨 흘러들어가 생태계에 노출되면, 하천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하천이나 바다에서 플랑크톤을 비롯해 먹이사슬을 따라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작은 물고기, 그것을 먹는 큰 어류에까지 축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생식기 이상이나 자웅동체로 발견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축적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조류와 파충류에게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고, 돌아돌아 결국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2004년 대구가톨릭대 양재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혈중 과불화옥탄산 농도'가 한국 여성과 아시아인에게서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그만큼 아시아에서 이 화학물질을 많이 활용한다는 거예요. 한국은 화학물질 사용이나 활용 자체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반면, 화학물질이 가진 위험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조차 잘 안 되고 있어 사각지대인 것이 현실입니다. 
 

 

ⓒ작은것이아름답다


- '호르몬교란 물질'인 과불화옥탄산은 실제 어떤 질환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실제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천성 기형이나 저체중아이나 미숙아로 나타나고, 여아는 성조숙증이 남아는 정자 수 감소와 무정자증이 나타나요. 과잉행동장애, 비만 같은 연구 결과도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결혼한 부부에게 불임은 20% 정도로 나타납니다. 생식기 이상으로는 선천성 잠복고환이나 요도하열 같은 부분을 건강보험자료로 조사해보면, 과거 20년 전과 비교해 굉장히 빠르게 늘어났어요. 현재 10배나 많아졌거든요. 

비스페놀에이에 노출되면 '활성산소'라는 독성물질이 몸속에 생깁니다. 이처럼 과불화옥탄산이라는 호르몬교란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와 당뇨를 일으키고, 결국 뇌혈관 변화를 일으켜 중풍이나 치매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에는 당뇨를 앓는 사람이 700만 명에 육박하는데, 앞으로는 30대 이상 성인의 경우 3명 가운데 1명꼴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당뇨가 있으면 혈관이 손상되고 혈압도 높아집니다. 당뇨와 고혈압이 결합되면, 퇴행성 동맥경화증으로 진행되고 혈액순환 장애를 통해 뇌세포가 제대로 된 영양물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뇌세포 손상을 일으켜 뇌경색,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다시 노인성 치매, 알츠하이머로 연결될 수 있어요. 우리나라 사망원인을 보면, 암을 빼고는 비감염성 질환이라 해서 대개 뇌질환 2위-심혈관질환 3위-당뇨 5위, 그리고 4위가 자살입니다. 우리 몸 건강을 지키는 핵심 체계에 독성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 과불화옥탄산과 질병의 관계를 밝히는 국내 연구는 나와 있습니까?


과불화옥탄산에 노출된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노출 수준에 따라 당뇨나 뇌혈관 질환에 대한 발병률이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한 정량 수치가 아직은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혈액 속에 검출되는 과불화옥탄산이 여러 환경호르몬과 함께 당뇨,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고 기존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요. 독성학적 기전으로 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거니까요. 
 

- 비스페놀에이가 문제가 되자, '비스페놀에이 프리(free)' 원료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이 나왔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화학회사가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비스페놀에이가 문제가 되니 프리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 말이죠. 과불화옥탄산이 문제라고 하니, 이 물질은 없고 동일한 기능을 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개발하는 겁니다. '비스페놀에이 프리' 제품은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에이는 들어 있지 않지만, 그 전체 화학 구조의 생체 축적성이나 호르몬 교란역할은 같은 형태라고 봅니다. 독성을 얼마나 지니고 있지 않은가, 안전한가는 다른 부분인 겁니다. 앞으로 검증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최근 중국산 값싼 프라이팬부터 국내외 값비싼 프라이팬에 이르기까지 재질과 코팅재도 다양한 제품들이 많아졌는데요. 그 가운데 나노화 성분을 사용한 제품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사실 '나노화'는 아직 검증이 안 된 형태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옷의 방수코팅제나 대개 방향제, 스프레이, 자외선차단제처럼 뿌리면서 공기 속에 살포하는 형태예요. 공기 가운데 뿌려진 나노 물질을 들이마셨을 때는 독성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흡입 독성'과 관련해 나노제품이 생명을 위협하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노를 응용한 프라이팬 경우 나노 입자가 식품 속에 들어가는 것인지, 기화되면 분말 형태로 들어가는 것인지, 아직 연구가 진행된 것은 아니어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은나노를 이용한 나노 세탁기가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어류에 독성영향을 줘서 금지됐듯 프라이팬에 사용된 나노 제품도 그런 위험을 가지고 있는 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과불화옥탄산도 노출될 때는 나노 형태로 기화됩니다. 
 

- 유해화학물질이 안 들어간 '프리' 제품은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인가요?


그 부분은 논란이 일었던 문제입니다. 플라스틱 신소재가 여러 형태로 개발되는데, 기존 알려진 독성물질인 비스페놀에이나 프탈레이트 형태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생물학적 활성도로 봐서 여성호르몬 같은 활성도를 지녔거나, 그런 경로를 통해 어떤 물질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호르몬 활성도와 교란성이 나타나면 사람에게 해로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연구보고가 나오고 있어요. 특정 화학물질은 그 제품이 가진 독성을 평가하는 단위이기 때문에 아직은 표준화 형태로 규정된 것은 아니어서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주방용품을 비롯해 일상용품에 빠르게 퍼지는 신소재 제품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많은 플라스틱 가운데 폴리염화비닐(PVC)나 폴피카보네이트(PC)는 독성이 검증되었고 폴리프로필렌(PP)는 그나마 안전한 형태라고 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잘 분해가 되지 않고, 다른 형태로 생태계에 많이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특징 탓에 환경에 위험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거죠. 다른 것과 비교해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플라스틱 자체가 환경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안전성이 검증되기 전까지는 플라스틱 제품 자체를 가능하면 안 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 의견입니다. 신소재 제품 자체가 안전성 검증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런 부분이 소비자에게 대안으로 홍보되는 것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작은것이아름답다


- 우리 사회가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책과 생활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실제 화학물질 사용량, 인체 노출 수위와 독성영향 피해가 같이 관리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현실이죠. 화학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더 낱낱이 알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프라이팬이 광범위하게 쓰는 제품이니 과불화옥탄산 같은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도 하고, 일반 만성 질환이 화학물질 노출과 상관성이 있다는 과학 연구를 진행해야 합니다. 신뢰할 만한 과학 자료가 만들어지면, 제품에 대한 규제나 안전 등급이나 인증 제품에 대한 것도 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자료는 제한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과학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시민이 생활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외 자료를 바탕으로 그 위험성을 알려 나가야 합니다. 
 

- 곧 한가위를 맞는데요. 건강한 식생활문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프라이팬 사용 횟수를 줄이고 되도록 많이 쓰지 않으려 합니다. 기름을 사용해 볶는 것보다는 가능한 한 삶고, 튀김류 요리처럼 반복해 사용하는 기름은 산폐하기 때문에 되도록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런 요리들은 늘 먹기보다는 조상들이 잔치나 명절에나 먹었듯이 횟수를 줄여 섭취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식생활 전체에서 조리법을 바꿔야 합니다. 
 

출처


- <과불화옥탄산 (PFOA)의 생식독성 작용기전 규명 연구> 손화영(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2007
- <불소화합물의 독성 작용영향 연구> 손희영, 양재호, 김상현, 경북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 <과불화화합물의 인체노출평가> 최경호, 서울대학교 위해영향연구팀 2008
- 미국 환경실무그룹 (EWG) 화학물질 인덱스(http://www.ewg.org/chemindex/term/496)
- <성인남성의 과불화 화합물 자중 내 노출로 인한 정자의 질과 생식호르몬의 관계> (Associations of in Utero Exposure to Perfluorinated Alkyl Acids with Human Semen Quality and Reproductive Hormones in Adult Men) Anne Vested 외 10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volume 121 April 2013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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