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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와 화천군을 향한 조직적 공격...

"공무원 목 비틀겠다"... 한계 넘은 협박

이외수와 화천군을 향한 조직적 공격... 이외수 "너무 잘나서 미안해"

13.01.26 16:43l최종 업데이트 13.01.26 17:57l

 

 

터무니없는 트윗에 대해서 일일이 대꾸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 그러면 된단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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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사님은 임진년 동짓달에 구설수에 오르겠습니다."

2012년 1월 산골의 어느 암자를 찾았을 때 주지스님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구설수에 오를 일이 뭐 있겠는가!'라는 생각에 그 스님의 말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조직적인 댓글 공격과 전화... 목 비틀러 오겠다더니

"혹시 화천군청 관광기획 계장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실례지만 어디신가요?"
"야이~ 개만도 못한 XX야! 니가 공무원이냐?"


비슷한 전화를 지난해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에 10통 이상 받았다.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잠이 들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자 어떤 결정이 필요했다. '더는 이런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자 '똑같은 수준의 말투로 응대하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졌다.

그러자 반응은 참 다양했다. "너 그 자리에 있어. 내가 가서 모가지를 비틀어 줄 테니" 또는 "네가 말한 것 다 녹음 해 두었으니까, 내일 인터넷에서 검색해 봐라" 등.

다음날 우두커니 앉아 내 목을 비틀러 온다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지난 12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천군청 자유게시판과 '군수에게 바란다'란에 난데없이 "화천 감성마을에 사는 이외수 작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이 수백 건씩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수십 억 원을 들여 감성마을을 조성해 이외수 작가를 영입한 것은 국민 혈세 낭비고, 그 책임은 화천군청에 있으니 군청이 나서 작가를 퇴거시키라는 거다.

"도대체 군청 게시판에 이외수 작가와 관련된 글이 왜 이렇게 많이 올라오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지난주엔가 전화가 한 통 왔어요. '다음주에 화천군청 게시판 난리가 날거다'라는 전화였어요. '실례지만 어디세요?'라고 물었더니 툭 끊던데... 저도 좀 이상해요"
 

일부 누리꾼이 문제삼은 내 답글 전문
선생님 글을 보고 제 생각은 다르기에 이곳에 답글을 드립니다.

이외수 선생님은 자유인입니다. 소설을 쓰시든, 트위터를 하시든, 정치에 관심을 가지든 그분 자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설가는 소설만 쓰고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런 말은 70~80년대나 가능했던 이야기입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든, 어느 당을 지지하든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외수 선생님께서 화천에 오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요. 제 생각은 선생님과 좀 다릅니다.

그분이 화천에 계시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화천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게 산천어축제와 감성마을 이외수 때문이란 생각은 해 보셨는지요.

물질적인 쪽도 말씀드려 볼까요? 2011년 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해 산천어축제를 하지 못 했습니다. 그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로 문제였습니다.

산천어축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10억 원이 넘습니다. 산천어축제를 취소하자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화천 농민을 살리자'라고 나섰던 게 누구입니까. '화천의 상황이 이러니 화천 농산물 좀 사 주세요'라는 이외수 선생님 한마디에 불과 며칠 만에 1억 원이 넘는 농산물이 판매된 걸 알고 계시는지요.

그 여파로 2011년 1월부터 2월까지 15억 원어치의 화천 농산물이 팔렸습니다. 또 지난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배추 파동은 어떻습니까.

배추 심은 농가는 차라리 갈아엎는 게 그나마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화천 다목리(감성마을)는 어땠습니까.

이외수 선생님께서 '다목리 배추 좀 사주세요' 한마디에 다목리 배추만 1억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화천군민들이 생각하는 이외수 선생님이란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전산담당 직원은 그렇게 대답했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나는 어느 분께서 올린 게시물에 "내 생각은 다르다. 이외수 작가로 인한 화천군이 (본) 효과는 이런 게 있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렸다.

글자 트위터에서는 4일간 집중적으로 나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고 "이런 자질 없는 공무원은 잘라야 한다"라는 글과 전화를 통한 언어폭력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정갑철 화천군수는 "외지 사람들이 감성마을 만든 화천군 정책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대꾸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자 공격 방향은 정 군수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새누리당 3선 군수냐" "화천군청 앞에서 군수 퇴진 데모하자" "화천군수실 전화번호는 xxx- OOOO다. 일제히 비난 전화를 하자"는 등 트위터 상에는 몇 초 간격으로 수십 건의 글이 등장했다.

"이거 조직적이지 않습니까! 일베나 십알단 쪽에서 내가 더 이상 트위터를 못하게 만들고, 화천을 떠나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외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조직적이지 않고서야 "군청 게시판이 난리가 날 거다"라는 예고성 전화가 올 수 없다. 또 하루에 겨우 서너 건의 글이 올라오던 군청 게시판에 수백 개의 비슷한 글이 도배되고, 또 비슷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그런 항의성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수 있을까도 싶다.

대다수의 관공서 게시판은 익명이 허용되지 않는다. 전산 담당자는 정확히 어떤 내용의 답을 원하는지 묻기 위해 글을 올린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 받은 사람은 "전화번호와 이름은 맞는데, 나는 그런 글 쓴 적 없다"라고 말했단다.

"당선자께서 대통합을 말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국가 정책에도 반하는 것 아니냐."

정갑철 화천군수가 이렇게 말하자 또 말꼬리 잡기가 시작됐다. "당신은 새누리당 자격 없다" "이외수를 몰아내고 그렇게 말해라" "정갑철이 만든 산천어축제 가지 말자"라는 식의 엉뚱한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트위터 아이디 @bond******은 "지나가는 똥개를 발로 차면 죽이려 잡아 먹으려 차는 게 아니다, 사람에게 대들었거나 쫓아버리려고 혼내는 것이다! 반면 산천어(잡기)축제는 죽이려고, 잡아먹으려고 손으로 잡는 것이다! 어느 것이 동물 학대인가? 이외수씨 스폰서 화천군은 산천어(잡기)축제를 멈추어라!"라는 트윗을 했다. 아무리 무응답이 최선책이라지만, 대꾸를 해야했다.
 

이런 말도 되지 않은 억지성 글은 이젠 없어져야 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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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이 좀 지나친 듯... 산천어축제나 송어축제나 모두 양식어종임. 어차피 횟집으로 팔려나감. 횟집에 가서 항의 하시지 그러세요."

나는 이들이 어느 특정 당 소속인지는 관심없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그런 글들을 지속적으로 알티(RT)하고, 봇(트위터 로봇인)을 이용해 퍼 나르고, 근거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만나서 이야기하자라는 제안에도 떳떳하게 나서지도 못하는 사람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타인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글을 올리는 행위가 사실이라면, 이는 범법행위일 수 있다는 거다.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

바쁘다는 이외수를 작가를 붙들고 간단히 인터뷰했다.

- 벌써 1개월 넘게 트위터에 악플이 올라온다.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나도 사람인데 신경 안 쓸 수 있겠나. 그런데 좀 사실을 말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냥 '내가 너무 잘나서 미안해'라고 말한다.(웃음)"

- 조직적이라고 말하셨는데, 어떤 조직 체제를 갖추고 공격을 한다고 보는가. 나도 좀 배워 홍보에 적용하고 싶다.
"15명 정도가 집중적으로 악플을 생산하고, 나머지는 일정한 보수를 받고 알티를 하는 사람들로 보인다. 또 한 사람이 트위터 아이디를 수십 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판단된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젠 정책적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도덕적 인터넷 사용법도 가르쳐야 한다는 거다. IT 산업이 아무리 선진국이면 뭐하나!"

- 아방궁 이야기는 한 달 넘게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들이 아방궁이라 부르는 집필실을 찾아온 주민들이 '어떻게 작가가 옥수수 창고 같은 데서 사느냐'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도 아방궁 이야기들을 하기에 '비가 새는 아방궁도 있느냐'고 트윗을 했더니, '부실공사' 이야기를 또 만들어 내고... 그런데 사실 집필실은 비가 샌다."
 

화천군 감성마을에 거주하는 소설가 이외수씨.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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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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