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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군사작전하듯이"... 여당 손발 묶고 야당 압박

정부조직개편 여야 협상 난항... 박 대통령, 야당 '무시' 대국민 여론전 강수

13.03.03 19:02l최종 업데이트 13.03.03 19:02l

 

 

박근혜 정부의 국정 표류 장기화 우려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새 정부의 정상 가동도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다.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5일까지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까지 감안할 때 3월 중순 이전까지는 대통령과 총리만 있는 '반쪽 정부'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불통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야당을 협상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일방적인 통보, 또 대야 협상에서 여당의 유연성을 없애버리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박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원내대표 회담 한 시간 전 가이드라인 제시한 청와대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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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불과 1시간 앞두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김 대변인은 여야 협상의 핵심 쟁점인 방송 관련 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에 대해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방송을 보기 때문에 방송과 통신 정책을 미래부와 방송통신위가 나눠 담당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다"며 야당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PTV·케이블 방송 등 비보도 방송에 대한 인허가권과 광고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했을 때 방송의 공정성 담보가 어려워진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별도의 술책을 쓸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질까봐 걱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임원 선임, 보도관련 정책, 방송통신 금지행위 사후 규제, 방송내용 심의 평가 및 규제 등은 방통위에 그대로 두기로 야당에 양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대변인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 압박에 나서면서 사실상 청와대가 야당과 협상에 나서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이날 여야 원내대표 협상은 별다른 진전 없이 한 시간만에 끝나고 말았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윤창중 대변인이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을 내놨다. 난항을 겪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 제안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사전에 야당과의 협의는 없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청와대는 윤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 사실을 박기춘 원내대표에게 알렸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회담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야당 압박용 여론몰이를 위해 회담을 기획했다는 의심을 사면서 제안은 빛을 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야당은 다시 한 번 거친 공방을 주고받았다.

청와대 회동 무산... 거친 공방 주고받은 야당과 청와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회담 무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을 위해 국회와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고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며 "오늘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들과 국정현안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자 회담을 제의했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가 청와대 회동을 발표하면서 전례 없이 야당과 전혀 상의하지 않았고 오히려 오늘은 야당이 회동을 거부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며 "군사작전하듯 일정을 정해놓고 회동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연휴기간 내내 연일 국회와 야당을 압박하는 국정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았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이날 여야 협상 결렬 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야 말로 중대한 양보를 했음에도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것 마저 거절하고 어제 이어 오늘도 야당을 압박하는 여론전을 반복하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연일 강경한 대야 압박이 이어지면서 협상 교착의 일차적 원인으로 지적됐던 이한구 원내대표의 독선과 아집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버티고 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방송 정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겨야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당의 협상 여력을 없앴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일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을 만난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여당에 재량권을 주면 오늘이라도 통과된다. 거의 합의가 됐는데 대통령이 원칙대로 하라고 하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평행선 달리는 여야... 새 정부 국정 운영 장기 표류하나

여론도 정부·여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청와대는 여러 차례 민주당을 압박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야당의 발목잡기 보다는 여당의 정치적 무능력과 박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비판이 더 크다는 평가다. 실질적인 정부 출범에 차질이 생긴 것에 대해 야당의 책임도 없지는 않지만 국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부·여당의 몫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청와대 초청 회담 불발, 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어떻게든지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결론을 내서 새 정부가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민주당에서 조금 더 대승적 결단을 해주시길 거듭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야는 원내 수석부대표 간 접촉을 이어가며 막판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하는 등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협상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국정 차질에 대한 사과와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7일만에 직접 대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강수를 꺼내 든 것이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일축하면서 여야의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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