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밀레와 민중들

밀레는 유명한 화가다.

만종, 이삭줍는 여인들 등의 작품으로 농촌의 풍경과 노동의 경건함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있는데

당시에 밀레는 평단으로부터 하층민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그려 사회바판을 선동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고 하는 오해일 뿐이다.

 

밀레의 그림에 농촌은 있으나,

정작 농민은 있지 않았다.

농민들의 얼굴은 뚜렷한 형체없이 단순히 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윤곽만이 그려져 있을뿐.

생활고에 찌들린채 내일에 대한 기대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리지 못한 탓에

그의 그림은 결코 민중적이거나 저항적이지 못한채

그저 농촌 풍경만을 묘사하는 바르비종파의 화풍으로 이어지고 만다.

 

며칠전 당대회를 거치며

나는 다시 한번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지금 우리의 운동 속에

민중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가.

 

몇몇의 선동적 주체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기만 한다면, 기다렸다는듯 넙죽 그 깃발 아래로 앞다퉈 뛰어들어올 것이라는 환상.

진보정치라는 것은 소위 말빨좀 있는 명망가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생활정치는 그보다 한 단계 아래에 위치한 것이라는 착각.

 

이를 극복하지 못하니

민중을 그리는 시각은,

2007년의 암울한 사회 속에 그저 빌딩이나 혹은 나무나 자동차 같은

한 요소로써만 묘사될 뿐이다.

 

민중들의 문제는

정밀화처럼 세밀히 묘사되고

그에 대한 해법은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삶은 불안하고

정치는 불만가득한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풍경은 안개속처럼 흐릿하지만

그 속 민중들의 표정과 행동의 디테일은 풍부하게 묘사되는,

.. 밀레와는 다른 식의 풍경화가 보고 싶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