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볼리비아 대선에서 에보 모랄레스가 승리함으로써 중남미에 7번째 좌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이 좌파 정부들의 앞날은 순탄할까? 중요한 변수가 미국이다.

역사를 보면 미국은 제3세계, 특히 남미의 개혁 또는 좌파 정부를 그냥 두지 않았다. 지난해 출간돼 한글로도 번역된 <경제 저격수의 고백>은 그 수법을 폭로한다. 1970~80년대 이 작업에 직접 관여했던 저자 존 퍼킨스가 전하는 방법은 이렇다. 목표가 정해지면 먼저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들이 투입된다. 민간 전문가 직함을 지닌 이들은 정부 관리들에게 과장된 전망을 제시한다. ‘외자를 도입해 발전소를 지으면 10년 뒤까지 몇십%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식이다. 뇌물·협박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작업에 넘어가면 덫에 걸린다. 엉터리 전망이기에 쌓이는 건 빚뿐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마피아와 마찬가지로 빚을 갚지 못한 대가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저자는 썼다.

경제 저격수들이 실패하면 “중앙정보국(CIA)의 자칼이 끼어든다.” 실제로 퍼킨스가 파나마의 토리호스 대통령과 에콰도르의 롤도스 대통령 설득에 실패한 뒤인 81년 두 대통령은 잇따라 비행기 폭발사고로 숨졌다. 퍼킨스는 “이들의 죽음은 결코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또 축출 위기에 몰렸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믿는다.

이 공작에는 평화봉사단이나 비정부기구들도 연루된다는 의혹이 있다. 퍼킨스만 해도 에콰도르에서 평화봉사단원으로 활동한 직후 경제 저격수로 뽑혔다. 평화봉사단원 출신의 노동운동가 낸시 월리스는 얼마 전 미국 인터넷매체 ‘엠아르진’에 쓴 글을 이렇게 끝맺었다. “모랄레스 취임을 앞두고 볼리비아의 희망이 고조된 지금, 평화봉사단과 비정부기구들의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기사등록 : 2006-01-08 오후 06:42:11기사수정 : 2006-01-08 오후 06:42:11
한겨레 (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1/10 16:01 2006/01/10 16:01
https://blog.jinbo.net/rkpaek2/trackback/63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