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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리반 사회 수업을 준비하며 - 2012.10.21

페이스북에 썼던 글. - 2012.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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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할 한소리반 사회 수업은 참, 떨린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목우경 누님이 앞으로 사회 수업 안들어 오겠다고 할까봐서...ㅠ.ㅠ 지난 시간에 시설 얘기를 한참 했더니, 끝날 때 목우경 누님이 말씀하셨다. 자기는 이렇게 어두운 얘기만 해서 싫다고. 그래서 좀 더 밝은 이야기를 담은 것들 공부해 보자고 했는데... 이걸 어쩐담, 이번에 준비한 이야기는 시설 얘기를 뺨치는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 이야기인데... -_-;;

그러나 프레모 레비가 전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이야기에서 단지 비참함, 절망만을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 소망으로 수업을 준비했다. 지난시간에 시설 이야기 다루면서 보았던 고병권 쌤의 글에서도 나와 있듯이, 우리는 '포기에 맞서야 한다'. 프리모 레비가 수용소에서 만난 슈타...인라우프는 포기에 맞서는, 근대의 인간 개념에 맞서는 가장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일, 이 문장을 함께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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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모 레비, <이것이 인간인가> 57-58쪽. 슈타인라우프의 말을 떠올리며.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도 살아남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똑똑히 목격하기 위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한 문명의 골격, 골조, 틀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당연히 비누가 없어도 얼굴을 씻고 윗도리로 몸을 말려야 한다. 우리가 신발을 검게 칠해야 하는 것은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한 존중과 청결함 때문이다. 우리는 나막신을 질질 끌지 말고 몸을 똑바로 세우고 걸어야 한다. 그것은 프로이센의 규율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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