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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무상급식연대'에 대한 한 우려

 

- 이명박에겐 없지만 박근혜에겐 있는 것을 생각하자 -

 

 

 

 

이명박에겐 없는 것

 

대략 2000년 이후, 정치인이 특정 이념을 내걸고 나서는 것은 매우 촌스러운 짓이 되어버렸다. 대신 모든 정치적 가치, 이념은 '경제'라는 지상명제에 왕좌를 내주고 말았다.

 

그런면에서 이명박은 꽤 세련된 존재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의 입장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고양이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인데, 그래서 경제라는 고양이를 잡기 위해 일견 그와 안어울리게 보이는 뉴딜이란 용어도 쓰고 케인지언이라는 정운찬도 총리 자리에 앉혔다.

 

그러나 이념도 이념 나름이다. 정치인은 학자가 아니니 보수주의니 근본주의니, 또는 자유주의니 사회민주주의니 하는 특정이념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대중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생각의 좌표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사실 그것도 굳이 이름 붙이자면 이념은 이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전'이라 해야 맞겠지만...) 이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인데, 이에는 타 정치세력의 동의를 얻어 광범위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

 

헌데,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명박은 참 촌스럽다. 그는 입만 열면 '선진화'를 부르짓지만 여러모로 구린 면이 많다.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선진화'라는 나름대로의 역사적 비전을 뽐내고 있긴 하지만, 이 비전에 대한 동의여부를 떠나 '선진화의 이명박식 실천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존재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볼땐 흑묘백묘인지 몰라도 남이 볼 땐 아전인수라는 거다. 최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의원들을 향해 '보스따라 입장이 바뀐다'고 공격한 것은 전형적인 자기중심성의 발현, 즉 '내 생각만 선진화'라는 식의 주장이다. '선진화'야 말로 탈이데올로기 시대에 보수가 장기집권을 노리는데 가장 훌륭한 브랜드인데, 현 정권의 유딩스러운 자기중심성 때문에 이미지를 깎아먹고 여당의 분열마저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에겐 있는 것

 

이 시점에서 박근혜에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이 경제를 '짱'으로 여기는 데에는 '세련'됐지만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비전제시에는 촌스러운 반면, 박근혜에게는 이명박의 한계를 넘어설 뭔가가 있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친박이 현재 사실상 야당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종시 정국에서 수정안 반대파의 최고 골잡이는 누가 뭐래도 정세균이 아니라 박근혜다. 이로써 박근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수사의 민주당 독점권을 빼앗아 왔다. (지금부터는 나의 상상력이 최대한 발휘됨을 염두해 두시고...) 만약에 여기에 박근혜가 지방선거를 겨냥해 무상급식을 추진해 보겠다는 발언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사실 무상급식은 김문수와 경기도의회가 과도한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그렇게 급진적인 공약도 아니다. 실제 다른 시도에선 실시하는 곳도 있고, 원희룡도 무상급식을 받아 안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육영수의 핏줄인 만큼 자신을 '국모'의 이미지로 형성화할 강력한 자원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박근혜가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리를 하진 않겠지만, 만약 그런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이 어린아이들의 밥을 무상으로 챙겨준다? 내가 볼땐 박근혜로서 필승의 카드다. 심지어 박근혜는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행사 때 추모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그토록 노력하셨지만, 경제 성장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이건 괜히 한번 해 본 소리가 아니다. 박근혜는 최근 자신의 키워드를 '복지'와 '행복'에 두고, 사회복지기본법 개정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박근혜 복지법'나온다>, 매일경제, 09.12.30) 이로서 박근혜는 유신공주 이미지를 벗고 지역균형발전과 복지국가를 두 축으로 반MB전선의 수장이 될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세종시 논란에서는 박근혜가 지난번 미디어법 사태에서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무상급식은?

 

박근혜와 무상급식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전적으로 내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원희룡의 무상급식 공약 발언 이후, 노회찬은 적극적으로 '무상급식연대'를 제안했다. 그 동안 반MB전선의 '내용'을 강조해 온 진보신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원포인트 연대'가 진보신당으로서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번 무상급식 논란은 어느 순간부터 문제의 본질인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벗어나 정치인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상황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통해 진보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허망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 '무상급식연대'가 성사된다고 한다면 노회찬은 무슨 근거로 서울시장 선거를 완주할 것인가?

 

논리전개를 위해 박근혜 얘기를 주로 했지만 진짜 문제는 박근혜가 아니다. 사실상 이미 무상급식은 진보정당만의 것이 아니다. 원희룡의 말대로 그것은 "따뜻한 보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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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짝사랑

한 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안했었는데, 또 손가락을 간지럽히는 소리를 들어서리... ㅋㅋㅋㅋ

 

요즘 밤늦은 알바로 너무 피곤해서 약국에 가서 레모나를 한 통 샀다.

근데 약국에 있던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가관이다.

정운찬 총리 지명자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청문회 서면 답변으로 입장을 밝혔는데,

행정상 비효율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단다.

 

난 세종시 문제에 딱히 관심은 없지만,

몇년 전부터 특별도시 만든다고 그 지역 땅값 폭등시켜 놓고,

게다가 그 지역 농민들한테 땅 뺏어서 그 지역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그 시작을 현 정부에서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쨌든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런면에서 정운찬이 이 문제를 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같아 재수없긴 한데...

 

그러나 내가 기가 막힌 것은 이어지는 민주당의 논평이었다.

행정도시 건설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논의되었던 어쩌구 저쩌구 하더니만...

결국 한다는 소리가 정운찬이 이딴 식으로 나오면 정치적 야합이라는 거다.

 

난 순간 좀 어리둥절 했는데,

정치밥을 몇년 처드신 이양반들이 혹시 야합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나 싶었다.

야합은 서로 다른 편인데, 사적인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고 행하는 불순한 행위... 뭐 이런 거 아닌가?

근데 정운찬의 이 발언에서 뭐가 야합이라는 거지?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아는 얘기고,

거기에 총리로 지명된 사람이 비슷한 견해를 밝혔는데...??

 

혹시 민주당은 아직도 정운찬이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하철 가판대에서 파는 일요신문 따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정운찬이 "머리는 한나라당쪽인데, 가슴은 민주당쪽"이라는 말을 믿고

정운찬의 가슴에 기대나?

 

얘네들 아직도 옛 짝사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이렇게 진상짓을 하고 있으니,

세종시며 4대강이며 참 깝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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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방법

1/
 
전국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분위기로 숙연하다. 그런데 나에겐 추모의 분위기에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어지면서도 망설여지는 일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 때문에 여러 고민이 들어 또 이렇게 짧지 않은 글을 쓰려 한다.
 
많은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은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분이고, 그래서 그의 개혁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그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진보정당들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검찰조사 등으로 안타까운 상황에 놓였으나, 대통령 재직중에 정치개혁의 초석을 놓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진보신당 논평) 심지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침묵해온 자신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이건 웬 고해성사인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나누고 애도를 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재임기간 내내 그의 경제개혁은 물론이고 정치개혁에 있어서도 진정성 없음을 비판해 왔던 진보세력에서 갑자기 이런 태도로 돌변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나는 이런 태도가 ‘애도’와는 하등 상관 없는 것이라고 본다. ‘애도’라는 것은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남아 있는 다른 생명들 곁을 떠나감을 슬퍼하는 것이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핑계로 또는 그 죽음의 억울함에 기대어 결국엔 그가 옳았음을 인정하는 ‘고해성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2/
 
한편 나는 지난 주말 많은 이들의 추모 분위기 속에서 조금은 다른 종류의 슬픔을 느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까 봉하마을을 찾아온 조문객들이 조중동 등 언론사들의 왜곡보도를 규탄하면서 하는 말이 "당신들, 어디 노무현 같이 훌륭한 대통령을 이 나라에서 다시 만나 볼 수나 있는 줄 알아?"였다. 2004년 탄핵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비극적인 방식으로 ‘메이저 보수세력’의 희생양이 된 '마이너 보수세력' 노무현은 점점 시민들 사이에서 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인의 최대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나왔던 많은 시민들이 결국 4.15총선 투표장으로 가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을 종용받았던 것처럼, 지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많은 시민들도 그런 반복되는 역사의 순환 속으로 복귀할 것을 강요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3/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니 이런 말이 있더라.
 
"인간 노무현의 특이성은 ('도덕성'의 붕괴라는) 이 사실을 '수치'(shame)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었다. 그만큼 그의 주이상스는 한국 사회의 평균을 넘어서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죽음은 한국 부르주아의 위선을 외설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 이택광 블로그  (http://wallflower.egloos.com/1909217)
 
내가 대학을 다녔던 딱 그 기간만큼 대통령직에 있었던 그의 정책 대부분에 반대했던 나이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위 사실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자살을 그만이 가진 도드라진 자존심 때문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고... (물론 성격을 파악하는 문제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진실로 간주할 수는 없지만...) 노무현이 이명박, 전두환과 대립적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비자금 수천억원을 챙긴 놈은 떵떵거리면서 골프치러 다니고, 전과 14범에다가 성매매를 일삼는 비서관을 청와대 내에서 거느리고 있는 대통령도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는데, 그에 비하면 노무현이 뭐 그렇게 잘못을 했냐는 항변, 나올만도 하다.
 
 
4/
 
이런 분위기 속에서 노무현 지지자들은 노무현을 죽인 ‘공범’들을 색출해 내 분노를 쏟아내려는 듯 하다. 그런데 한승수, 박근혜, 정몽준 등의 조문이 저지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정동영의 조문이 저지된 것은 나로선 좀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동영이 임기말의 노무현 대통령을 많이 씹기는 했지만, 정적(政敵) 수준은 아닌데 굳이 막을 필요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던 와중에 프레시안에 실린 다음 글을 보고 노무현 지지자들의 심성 밑바닥에 있는 사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대통령직에 계실 때 그 수모와 고초를 당하시고도 당당한 의지를 보이셨기에, 언제까지나 꿋꿋하시리라 믿었습니다. 진보라는 사람들이 허망한 몽상을 쫓느라 님을 공격하고 등을 돌려도 희망을 간직하시기에, 늘 저희 곁에서 등불이 되어 주실 줄만 알았습니다. (...)
대통령님을 괴롭힌 모든 인종들을 지목해서 조목조목 비난하고 싶습니다만, "원망 마라"고 하신 당부를 지금은 따르겠습니다. 검찰이 법으로 사람을 잡는 인간사냥개 노릇을 한 것이 아닌지도 지금은 따지지 않고, 얼치기 진보들의 자기방어용 결벽증이 대통령님께 얼마나 부담스러웠을지도 지금은 들춰내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표현인 ‘각하’라는 표현을 김대중 대통령때부터 쓰지 않는게 관례가 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에게 ‘각하’라는 극존칭을 써가며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노무현을 공격했던 이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맞장구를 치려는 듯, 일부 네티즌들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에 진보/보수를 막론한 모든 언론사와 정치세력들도 공범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단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분위기는 분명히 진보냐 보수냐, 또는 개혁이냐 수구냐 같은 이념논쟁이 아니라, ‘노무현’이냐 ‘非/反노무현’이냐 라는 대립구도를 띠고 있는 듯 하다.
 
 
5/
 
노무현의 죽음이 현 정권의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이라는 점을 백번 인정한다 하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루된 이번 사건 또한 이전 정권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권력형 비리의 한 사례라는 것이다. 물론 액수로 치자면 군사정권 시절에 비자금 조성한 놈들과 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분명 그들 사이에도 64억이라는 돈이 오갔다. 검찰의 강압적, 저인망식 수사의 문제점을 염두에 둔다 하더라도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하는 건 순 억지일 뿐이다.
 
또한 노무현의 도덕적 결벽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그래봤자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평균적인 도덕성이 심각하게 하향평준화된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그의 도덕성이 높아보이는 것일 뿐이지만), 처음부터 그를 둘러싼 민주당 세력이 부패했다는 것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사실이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이 불법대선자금 119억여원을 모금했고, 그 중엔 삼성에서 받은 30억원도 있었다.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가 태생부터 거대 기업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점, 그래서 참여정부의 부패실상은 암흑 세력의 유혹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씨앗 자체가 부패의 토양에 심어졌다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참여정부’라는 이름도 삼성 구조조정 본부에서 만들어준 이름이라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개인의 카리스마적 정치 스타일과 탈권위주의적 언행 등은 대중들에게 이런 미묘한 차이를 커다란 간극인 것으로 이해되게 했으며, 이런 차이에 기반해 결집한 ‘노사모’등은 이른바 ‘3김정치’에 후속하는 패거리 정치를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터진 (그들의 상징적 존재인) 노무현의 죽음은 급기야 지금과 같은 악무한적 원한과 분노의 정치로 귀결되고 있다. 나는 바로 이것이 고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번 사건이 낳은 가장 비극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로써 시민들의 정치적 상상력은 ‘노무현이냐 이명박이냐’하는 양자택일식 선택지 안에서 한계지워질 것이고, 이명박도 노무현도 아닌 제3의 길을 추구해 왔던 진보운동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억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사건은 당연하게도 표면상으로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권력이 죽은 권력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죽은 정치인의 유령이 산 정치를 지배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6/
 
소중한 생명의 죽음을 앞에 두고 너무 매정한 말만 쏟아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다른 어떤 이유에서가 아니라 바로 ‘소중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이기에 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에게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도 ‘정치인 노무현’이 훌륭해 보일때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시절, 모 대학에서 행한 강연에서 ‘반미 좀 하면 어떠냐’는 발언으로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본 고3시절의 나 또한 함께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웹서핑 중에 발견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파업중인 울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앞에서 행한 연설문을 보고 왠지모를 생경한 감동이 느껴졌다.
 
“여러분! 이번 여러분의 파업은 법률상 위법입니다. 그런데 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 산동네의 철거민을 보십시오. 그 사람들도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따뜻하게 등 눕힐 수 있는 구들장이 필요하고 그 사람 자식들도 밥 먹던 상이나마 행주로 닦아 책 놓고 공부할 수 있는 방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에 위반되었다고 무허가라고 집을 뜯어버립니다. 노점상들도 그렇습니다. 입에 풀칠을 하려고 나와 있는 노점상들을 도로교통법을 걸어 목판을 차버립니다.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집에 불이 나 다섯 가구가 몽땅 타버렸는데 피해액이 백만 원도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목판 하나는 전 재산입니다. 밥 못 먹게 하는 법, 그것은 법이 아닙니다. 
여러분! 헌법에는 노동3권을 명시해놓고 방위산업체는 안 된다고 합니다. 입만 열면 안보, 전쟁 위협을 하면서 비행기로 3분 거리에 있는 서울에 왜 63빌딩을 짓습니까? 방위산업체 쟁의는 안 된다고 하는 말은 대한민국 노동운동을 콱 밟아버려라 이런 뜻입니다. 그러므로 법은 정당할 때 지키고 정당하지 않을 때는 지키지 않아야 합니다. 또 말로만 하지 말고 악법은 국민의 손으로 철폐시켜야 합니다. 노동자가 놀면 온 세상이 멈춥니다. 그 잘났다는 대학교수, 국회의원, 사장님 전부가 뱃놀이 갔다가 물에 풍덩 빠져 죽으면 남은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세상을 꾸려 나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노동자가 모두 염병을 얻어 자빠져 버리면 우리 사회는 그날로 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경제, 사회관계 등 모든 것을 만들 때 여러분이 만듭니까? 그게 바로 오늘 한국의 노동자가 말하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 다함께 노력합시다.“
 
많은 이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지 않는다. 비정규직 법안을 만들어 수 많은 이들을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고, 한 평생 땅에만 의지해 정직하게 살아온 평택 대추리 농민들을 내쫓아 미군기지를 들여오고, 게다가 컴퓨터 게임하듯 소중한 생명들을 짓밟았던 미국의 이라크 학살동맹에 참여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여전히 나에게 비판의 대상일 뿐이다. 또한 나는 그가 ‘민주화된 시대에 분신이라는 낡은 투쟁 방식을 고집한다’고 비판했던, 그의 재임기간에 죽어간 수많은 열사 노동자들을 그곳에 가서 꼭 만나뵙고 그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인간’ 노무현을 추모한다. 발톱이 빠질 정도로 고문당한 부산지역 운동권 대학생들을 변호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노동자 파업에 함께 나서 이 땅에 ‘법’이 가야할 길이 어딘지를 고민했던 ‘변호사’ 노무현을 추모한다. 그런 ‘인간’ 노무현은 2009년 5월 23일 보다 훨씬 전에 죽은 것이 분명하지만, 오늘 우리가 추모해야 할 노무현은 단연 후자라고 생각한다.
 
 
7/
 
고인의 죽음을 진정 애도하는 길은 무엇일까?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을 고인의 무덤 앞에 제물로 갖다 바치고 ‘나야말로 진정한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다’라고 외치는 신앙고백은 올바른 애도의 길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이 땅의 ‘정치’ 자체를 죽음으로 내모는 길이다. 모르긴 몰라도 고인은 이 땅의 ‘정치’까지 자신의 동행자로 만들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남긴 유산을 올곧게 평가하자. 그것이 진정 한 생명의 죽음을 애도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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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어서 특종을 보도하라!

어제 명박이가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TV까지 접수를 해서는 '국민과의 대화', 아니 '국민에 대한 협박'을 했다. 그건 분명 협박이다. 공기업 선진화 협박, 그린벨트 해제 협박, 비정규직 협박(정규직 전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주겠다고 말했다던데, 이제 그런말 한번 더 들으면 귀에 딱지 생기겠다.)...

 

그리고 바로 그 전날, 나는 우연히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갔다가 경악할 만한 게시물을 보았다. 사복경찰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길가에서 괴한도 아닌 (아, 그쯤 되면 괴한보다 더 하다고 해야겠지...) 인근 지역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조계사를 지키고 있던 3명의 안티이명박 회원에게 칼부림을 했다고...

 

내가 본 게시판의 글은 너무 단편적인 내용을 급박하게 올린 것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 네이버를 뒤져보기로 했다. 이 정도 기사라면 언론에게 있어서는 대박 특종감이라고, 나는 너무 순진하게도 믿어버렸다.

 

나는 당연히, 이 정도 사건이면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란에 뜰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니 근데, 바로 어제까지 네이버 초기화면을 장악한 것은 정부의 종교차별 논란, 환율과 주가하락 문제 정도였다. 나는 그래도 믿었다. "초기화면에 안 뜨더라도 기사 검색하면 좀 나오겠지." 그런데 이게 왠걸... 내가 "조계사 테러"라고 검색하니까 나오는 뉴스들 중 가장 최근 것이 9월 7일 기사더라.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다시 인터넷에 들어가 봤다. 참세상에는 해당 기사가 메인으로 떴고, 민중의 소리에도 뜬 것 같다. 그러면 일간지들은 어떠한가? 그 때까지 관련 내용 보도한 주요 언론은 경향, 한겨레, 뉴시스 정도였다. 조중동이야 기대도 안했지만 이거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마 안티이명박 카페 회원이 돌맹이 하나만 집어 던졌어도 대서특필 했을 것이 분명한 이 썩을 언론들이 시민들이 칼부림을 당하는데도 기사 한 줄 안써주다니...

 

옛날에 임금님 행차하실 때에는 더러운 것, 보기 싫은 것, 추한 것들은 다 치우고 입 밖으로도 발설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명박이 방송을 싸그리 장악해 국민에 대한 협박을 하기 바로 전날 이런 일이 일어났고, 이에 대해 주류 언론 어느곳에서도 기사 한줄 안 써보냈다는 것에 모종의 커넥션을 생각하지 않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언론은 들어라. 니들 좋아하는데로, 특종을 좀 찾아다녀라.
이 정도면 대박 특종이다. 언론은 제발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특종을 보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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