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09/01/23 02:57

향연

이러한 아름다움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인간의 본성 가운데서 사랑보다 더 훌륭한 협력자를 찾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설득시켜보고자 한다네. 사실 나도 방금 디오티마가 말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모든 사람들이 사랑의 신을 존경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말일세. 그래서 나 자신은 사랑에 관한 모든 것들을 존중하고 특별히 수행의 대상으로 삼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네.

 

- 플라톤, '향연' 중에서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하는 노력 자체를 의미한다. 그런데 아름다움은 좋음을 수반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사랑은 좋음을 지속적으로 소유하려는 갈망이 된다. 그러한 목적에 도달하려면 우리 인간의 영혼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 상승은 언제나 로고스를 동반하고, 아름다운 육체의 단일성에서 출발하여 아름다운 영혼들과 훌륭한 직업. 지식들의 단일성을 거쳐 앎의 단일성을 향해 올라간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앎'이라는 마지막 단계의 앎을 위한 예비 단계들일 뿐이다.즉 연속적 앎은 직관이라는 불연속적- 그 연속성을 단절시키고 초월해버리는- 직관에 의해 완성된다.

 

- 박희영, '향연' 해설 중에서

 

 

 -------------------------------------------------------------------------------------------------------------------------------

 

 연애하면서 사랑에도 철학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가슴이 터질것같은 열정은 예상보다 빨리 식었고 감정적인 마무리는 두고두고 뒤끝을 남겼다. 물론 나름 연애에 대한 원칙들이 있긴 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활동에 대한 교감 및 진로 모색- 같은 유치하면서 단순한 그러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그러나 상대방에게 푹 빠져있을 때 그런 것들은 가볍게 무시되거나 최소한의 논의조차 되지 않는 법이다. 또한 사랑은 개인의 은밀한 영역이다. 활동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전하게 그리고 최대한 티안내고 조용하게 연애는 이뤄져야 하며 불가피하게 깨졌을 경우에는 신속하게 정리되어야만 한다. 이런 경우 대개는 십중팔구 여성이 조직을 떠나게 되지만. 한편 결혼까지 이르게되면 애 낳고 키우랴 사랑은 이제 생활의 전영역으로 확장되지만 그만큼 고민하고 토론할 기운은 상실된다. 삶의 전 영역이 사랑의 과정이며 또한 결과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부재를 느끼는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사랑은 현실 밖의 환상으로 승화된다..

 

사랑은 무엇인가? 각자의 정의는 다양하겠으나 구체적인 양상은 단순하다. 멋진 말을 많이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의 실천과 내용이 그만큼 멋져지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어쩌면 다 그렇게 단순한지 자기에게만 특별한 경험일뿐 뒤로 물러서면 미세한 차이만 있고 다 비슷하게 보인다. 또한 이성간의 사랑을 토대로 한 짝짓기와 종족번식의 과정은 지금까지 인류의 맥을 이어왔으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하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갖겠지. 수많은 인간중의 하나인 나의 관점으로도.

 

고전읽기는 단순하지만 어렵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의 긴 얘기를 들을 때면 '대체 뭘 주장하려는 거지?' 답답증에 속이 터지는데 플라톤의 대화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 문장은 쉽게 읽히지만 끝까지 찬찬히 읽어야 했고 솔직히 이해 안 가는 부분도 많다. 확실한 것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중요한 탐구방식이 사랑이라는 것이다. 굳이 향연까지는 아닐지라도 술자리든 차를 마시면서든 사랑의 의미를 확장시켜보고 그 수행까지 사이비소크라테스처럼 권장해보는 것, 재밌지 않겠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9/01/23 02:57 2009/01/23 02:57

트랙백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