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아버지여, 내가 진리를 찾고 있사오나 그것을 확인하지 못하나이다.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하시며 다스려 주소서. 우리가 소년시절 배웠으며 또한 아이들을 가르쳤던 대로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 즉 세 가지 시간이 있지 않다고 가르칠 자가 누구옵나이까? 다른 두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시간만 존재한다고 누가 말할 수 있나이까? 아니면 그것들이 존재하나이까? 그러나 시간이 미래로부터 현재가 될 때, 어떤 은밀한 곳에서 나오며 현재의 시간으로부터 그것이 과거가 될 때 어떤 은밀한 곳으로 물러가는 것이옵나이까? 미래를 예언하던 사람들은 아직 현존하지 않는 예언한 사물들을 대체 어디서 보았나이까? 존재하지 않는 것은 볼 수 없음이니이다. 그리고 지나간 사물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에서 그것들을 보지 않는다면 마치 그것이 참된 것인 양 말할 수 없었나이다. 이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어떤 식으로든 식별될 수 없나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이 존재하나이다.'
-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중에서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신의 형상으로서의 인간 존재의 근본 구조를 해명한 '삼위일체론', 교회와 로마 제국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통해 종말론적 역사 철학의 기초를 확립한 '신의 나라'를 저술했고, '시편 강해' '요한복음서 강해'를 비롯해 이단에 대한 논박을 다룬 책 등을 펴내 서방 교회의 아버지로서 가톨릭 신학의 버팀목이 된 인물이다. 특히 '참회록'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고백록'은 단순한 회고록이라기 보다는 신에게 이르는 자신의 내적 영혼에 관한 심오한 상념들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내용상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1단락은 제 1권으로부터 제9권가지 이른바 자서전적 회상 부분으로서, 출생에서부터 회심에 이를 때까지 방종한 생활을 하며 지었던 최를 고백하고, 이것을 통해 주어진 신의 은총을 찬미하는 부분이다. 제2단락은 제10권 부분으로, 현재 히포의 주교로서 신에게 감사함을 고백하면서 자서전적인 앞부분과 철학적인 뒷부분의 내용을 이어 주는 부분이다. 그리고 제3단락은 제11권으로부터 제13권까지로서, 내용적으로는 '창세기' 제1장에 대한 주해를 통해 창조자로서의 신을 찬미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제적으로는 기억과 시간, 특히 아우구스티누스의 심오한 시간론 사상이 담겨 있는 부분으로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 사상을 깊이 있게 음미해 볼 수 있다.
주님에 대한 끊임없는 찬양이 이어지는 기독교 서적을 종교적 신념이 없는 자가 읽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특히 중간중간 언급되는 그의 여성관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헌신적인 어머니상과 유혹적인 창녀, 단 두 종류로 분류될 뿐이니 아무리 시대를 감안해도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 잘못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참회하는 모습은 종교적 입장과 시대를 떠나 감동을 안겨 준다. 또한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생활과 인식의 내용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변화하게 되는지 엿볼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독자 또한 자신의 삶과 인식의 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모든 것은 신에게 환원된다. '신이 무엇을 만들지 않았을 때 시간이란 없었으며 신이 이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신과 영원히 공존하는 시간은 없습니다. 신은 영원히 계시기 때문입니다' 라고 아우구스티누스처럼 단언할 수 있다면 세계에 대한 복잡한 해석과 고민은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신이 이 모든 것을 창조했으므로 그 뜻에 따라 살면 그만일 것이다. 신의 영역, 그곳은 아직 내가 알 수 없는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