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09/06/07 12:08

법의 정신

'국가 구조는 자유로운데 시민은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 일이 있다. 반면 시민은 자유로운데 국가구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국가 헌법은 법률상 자유이면서 실상 그렇지 않고, 시민은 실상 자유스러우면서 법률상 그렇지 않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나는 헌법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과, 시민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적 자유를 형성하는 법을 구분한다. 자유라는 말처럼 여러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사람의 마음에 다양한 영향을 준 말도 없다. 즉, 모든 사람은 그들 자신의 관습,기호에 가장 적합한 정체에 자유라는 이름을 적용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유는 공화정에 존재하며, 군주정에서는 배척되었다고 말하여진다. 결국, 민주정에서는 인민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대부분 행동하는 듯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종류의 정체가 가장 자유로운 것으로 간주되었고 인민의 권력은 자유와  혼동되었다.

정치적 자유는 결코 무제한의 자유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국가에 있어서 즉 법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에 있어서 자유란 단지 그가 원하는 바를 행할 수 있고 또한 그가 원하지 않는 바를 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자유란 법이 허용하는 것을 행할 수 있는 권리이다.

 

모든 국가에는 세 종류의 권력이 있다. 입법권, 만민의 법에 관한 사항을 집행하는 권력 및 시민법에 관한 사항을 집행하는 권력.....입법권과 집행권이 한 사람이나 또 한 무리의 지사(magistrate)들의 수중에 집중된다면,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재판권이 입법권과 결합된다면 시민의 생명과 자유는 자의적 권력에 노출될 것이다. 만일 한 사람이나 또는 군주, 귀족 혹은 인민과 같은 한 무리가 이 세 가지의 권력, 즉 법을 만드는 권력, 공공의 의결을 집행하는 권력 및 각 개개인의 범죄와 불화를 재판하는 권력을 행사한다면 모든 것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중에서

 

 

 

몽테스키외(1689~1755)는 프랑스 정치 철학자로서 1748년 '법의 정신'을 출판하여 정치 이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그 이전에 저술된 '페르시아 인의 편지'를 통해 이슬람과 기독교를 비교하고 로마 교황청의 정책을 반추하면서 우상 파괴적인 비판 정신과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여 인간은 이미 사회에서 태거났으므로 사회 및 정부의 기원에 대한 탐구는 헛수고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사유는 '법의 정신'으로 이어진다. 몽테스키외는 법이 정부의 다양한 형태와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사실과, '좋은 정부'라는 규법적인 전망 안에서 법이 자유를 이끌어 내는 경로를 밝히고자 했다. 자유를 위해서는 통치자 및 피통치자 모두를 편견으부터 해방시키고 교육을 확대하여 만인에 대한 사랑을 포함한 일반적인 덕을 함양하는 계몽이 필요하다는 것이 몽테스키외의 입장이다. 그는 또한 민중의 권력과 자유를 구분하여 자유와 민주주의 사이에 거리를 두고 있다. 즉 정치적인 절체라는 공리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법의 보호 아래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자유 개념은 이원론적인 성격을 띠면서 갈등을 빚는다. 즉 정부 권력에 의해 자유가 침해되는 사태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여 개인의 독립과 자율을 보장하는 소극적 개념으로서의 자유와, 시민적 덕을 추구하는 적극적 개념으로서의 자유의 개념이 그것이다. 자유가 후자의 개념으로 나타날 때, 시민의 정치적.도덕적 의무는 적극 통제된다. 그가 자유의 본질적 전제로 제시한 '절제'라는 조건은 권력의 제한 내지 시민의 헌법적이고 사법적인 자유로 귀결된다. 즉 엘리트에 의해서 주도되는 제한적 정체를 추구한 것이다. 특히 공화정의 자유와 군주정의 강력함을 결합시킬 수 있는 연방 체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몽테스키외는 고전적 공화주의에서 근대적 자유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해 볼 수 있다.

'법의 정신'은 31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서 법을 사물의 성질로부터 발생하는 필연적인 관계로 파악했으며 4편부터 10편까지 법이 각 정체의 성질과 원리와 관련해서 제정되고 집행되어야 함을 설파한다. 11편부터 13편까지는 정치적 자유와 관련하여 법을 고찰하고 있으며14편부터 18편까지 자연 환경이 인간의 기질과 열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이에 대한 입법자의 관심이 필요함을 촉구한다. 19편에서 일반 정신 및 풍습에 관해 고찰하며20편부터 22편까지 상업에 관한 제반 문제가 검토돈다. 23편에서는 부권의 역할을 강조하며 24편부터 25편까지는 종교에 관한 고찰이다. 26편부터 29편까지 인간을 지배하는 자연법, 종교의 법인 신법, 만민법, 일반적 정치법, 특수적 정법, 각 사회의 시민법, 가법등의 관계를 검토하면서 각 법의 영역이 존중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마지막 30,31편에서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귀족 지배 체제가 수립된 과정을 일별한다.

 

아마 거의 한달쯤 이 책을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방대하고 세세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시간만큼 집중이 되지 않았으며 고민도 해 보지 못한 채 일단 책을 덮는다. 현실속에서 법은 무엇인가? 때론 민중의 목을 겨누고 때론 죽지 않을만큼의 권리 정도만 보장해주고 때론 아무것도 아닐 뿐이다. 오래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한편으론 '악법은 어겨서 깨뜨리리라'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며 그때그때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악법들에 맞선 투쟁을 해보지만 매번 좀 잠잠해졌다싶으면 날치기되기 일쑤이다. 민중의 뒤통수를 치며 끊임없이 열사들을 탄생시켜 온 법,  가끔 활용해보지만 근본적으로 법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주장하는 법은 무엇인가?  민중의, 민중에 의한, 민중을 위한?

 법 같잖은  현실 속에서도 정작 구체적인 탐색을 하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이것 또한 나의 한계임을 인정하자. 단 자유의 정의와 법으로의 구현에 대한 의심은 남겨두기로 한다. 그리고 시대와 인물을 뛰어넘는 여성, 인종에 대한 아래의 문제적 구절도 되새겨보자.

 

 

 '군주정체에서 여성은 거의 근신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관들이 그녀들을 궁정으로 불러들이므로, 거기서 군주정체에서 용인되는 거의 유일한 것인 자유의 정신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각자는 자기의 입신출세를 위해 여성들의 애교와 정열을 이용한다. 그리고 그녀들의 섬약함은 자부심을 허용하지 않고 허영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므로, 사치가 항상 그녀들과 함께 번성한다.

전제국가에서는 결코 여자들이 사치를 채택하지 않지만, 그녀들 자체가  사치품이다. 극단적으로 그녀들은 노예일 수밖에 없다.

공화정체에서 여자는 법에 의해서는 자유지만, 습속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다. 사치는 추방되고, 그와 더불어 타락도 악덕도 추방된다.

그리스의 여러 도시, 즉 남성들 사이에서조차 습속의 순박함이 덕성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정해놓은 그 종교적인 생활을 하지 않고, 또 맹목적인 악덕이 제멋대로 행해지고, 남녀간의 사랑이란 한낱 형식이고 결혼생활에는 그저 단순한 교유 관계만 있던 그리스의 도시에서는 여자의 덕성. 천진성. 순결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 점에 관해 그 이상 훌륭한 정치를 행한 민족은 일찍이 없을 정도였다.'

 

'인류의 본질을 피부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환관을 만드는 아시아의 여러 민족은, 흑인이 우리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부분을 분명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피부색은 머리털의 빛깔로 판단되는데, 세계에서도 가장 뛰어난 철학자인 이집트인 사이에서는 이 머리털의 빛깔이 대단히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붉은 머리털의 인간이 눈에 띄면 모조리 죽였던 것이다.

흑인에게 지적 능력이 없다는 증거는, 그들이 문명국에서 대단히 귀중히 여기는 금목걸이보다도 유리 목걸이를 중히 여긴다는 점이다. 그들을 인간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만약 우리가 그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그리스도교가 아니라고 의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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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7 12:08 2009/06/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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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thesunis 2009/06/13 16:24 ADDR EDIT/DEL REPLY

    고전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뚜렷한 체계도 없이 찾아 읽고 있습니다. 나름 목적을 가지고. 그런데 사포님과 읽은 책들이 조금 비슷하네요. 저 역시 고전만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만 사포님 역시 고전들이 많이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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