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론
'만약 국가의 힘을 장악하고 있는 행정권이 최초의 기본법이나 공공의 긴급사태가 입법부의 소집과 활동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해하기 위해서 무력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는 다음과 같이 답변하겠다. 아무런 권한 없이 그리고 그에게 맡겨진 신탁에 반해 인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인민과 전쟁상태에 들어 가는 것이며, 인민은 그들의 권력을 행사하여 그들의 입법부를 본래대로 회복시킬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입법부를 설치한 의도는 입법부로 하여금 사전에 정해진 시기에 또는 그러한 필요가 있을 때 입법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법부가 사회에 그토록 필요한 그리고 인민의 안전과 보존이 걸려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무력에 의해서 방해받을 경우, 인민은 그것을 무력에 의해서 제거할 권리가 있다. 상황과 조건을 불문하고 권한 없는 힘의 사용에 대한 진정한 치유책은 힘으로 대항하는 것이다. 권한 없이 힘을 사용하는 자는 항상 침략자로서 전쟁상태를 자초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와 같이 취급 되어 마땅하다.'
- 존 로크 '통치론' 중에서
존 로크(1632~1704)는 근대 철학의 3대 조류 가운데 하나인 경험론을 최초로 이론적으로 체계화했으며 또한 현대의 지배적인 사회 사상인 자유주의의 전통을 세운 철학자이다. '정부론'은 명예 혁명이라고 하는 정치적 대립 속에서 휘그당이 추구하는 정치적 원칙들을 정당화하는 정치 철학을 제시하는 글이며 당시 영국 시민 계급의 정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 사상은 그의 당대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18세기에 모국인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던 미국인들에게 그의 저항권 사상은 미국 독립 혁명의 이념적 원리로 신봉되었다. 신흥 부르주아 계급이 추구한 근대 시민사회의 구성적. 조직적 원리를 제공하였으며 진보적 사회사상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노동에 의한 소유' 이론은 사회주의자들에게 자본주의를 비판할 이론적 근거로 수용되었다. 로크의 기대와 달리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에 의한 소유'가 '소유에 의한 소유'로 변질된 사회이기 때문에, '노동에 의한 소유'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사회주의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론'은 두 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 1론은 '로버트 필머 및 그 추종자들의 그릇된 원칙과 근거에 대한 지적과 반박'으로서 왕권신수설을 주장한 필머를 반박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제 2론은 '시민 정부의 참된 기원, 범위 및 목적에 관한 시론'으로, 사회계약론을 기초로 하여 로크의 사회사상이 세부적으로 개진되고 있으며 현재의 번역본은 모두 2론만이 번역되어 있다.
'자연적으로 가족의 아버지는 감지하기 어려운 변화에 의해서 동시에 가족의 정치적 군주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연히 오래 살기도 하였으며 또 유능하고 탁월한 후계자들을 몇대에 걸쳐 남겨놓은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우연, 의도적인 창안 및 기회가 영향을 마침에 따라 여러 가지 체제와 관행하에서 세습제적 왕국과 선거제적 왕국의 기초를 닦았던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군주의 자격이 부권으로부터 유래하며 사실상 아버지들이 통상 통치를 담당하는 자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이 아버지가 정치적 권위를 자연적 권리로서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된다는 논변을 고려해보자. 만약 이러한 논변이 유효하다면, 그 논변은 모든 군주는 , 아니 오직 군주만이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논변을 강력히 지지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최초에 가족의 아버지가 제사장이었다는 사실은 그가 그 집안의 지배자였다는 사실만큼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특히 여성과 노동에 대한 부분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는데 존 로크의 '통치론'에서 가족에 대한 내용은 놀랍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제도, 가부장제의 모습이 부권과 군주의 비교를 통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가족과 정치사회는 비록 성격과 목적이 다르지만 가장과 군주가 구성원의 '자발적인 복종'에 의한 지배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즉 가부장제에 의해 가족은 유지,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가부장은 아니지만 하여튼 나도 가장이다. 흔히 말하는 결손 가정 중 모자가정, 최근엔 한부모가정이라고 한다. 나와 아이는 법적으로 가족이고 엄마인 나는 아이를 부양할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 대한 통치권을 갖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아이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줄 뿐이며 그 과정을 통해 나라는 인간 또한 성장해갈것이다. 무한한 존경, 존중, 지원 및 복종을 받을 항구적인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쫌 욕심은 나지만~ㅋ 그치만 아이에게 나는 분명히 권력을 가진 존재일 것이다. 흔히 아버지가 만만한 가족에게 그러하듯 나도 밖에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사소한 아이의 실수에 터뜨릴 때가 있다. 이유는 있으되 합당치 않은 분노에 대해 아이는 분명 스스로 약자라고 느낄 테고 나 또한 열두살 아이 앞에서 턱없이 커진 자신을 느낀다. 또한 '이 모든 게 너를 위한 거야' 라는, 사실은 자기중심적일뿐인 논리를 가끔 나도 들이대는데 그만큼 일상생활속에서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일관되게 존중해주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왕이 아닌 평등한 가장은 어렵고 험난하다. 권리만 강조하는 아이와 권력을 남용하는 엄마, 가정이라는 작은 왕국 안에서 우리 둘 다 게으른 왕이다. 가족의 재구성,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