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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우리가 발표한 평등부부 서약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같이 일하고 같이 쉰다'입니다.
그거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진짜 고민 많이 해서 썼었습니다.
지금은 그 서약서가 어디 있는지
심혈을 기울여서
집안을 뒤져봐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 정신만은 생활 속에서 지킬려고 노력 많이 합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두 사람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평등합니다.
그런데
각자의 가족이 끼어들면
불평등이 생깁니다.
대표적인 불평등이
저는 '사위'이고 주선생님은 '며느리'라는 점입니다.
저는 사위로서
양쪽 집 어딜 가도 편하게 있고
주선생님은 며느리로서
두 군데 모두에서 큰 의무를 부여 받습니다.
장인 어른은
주선생님만 보면
시댁한테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언젠가 한 번은
아르바이트 해서 돈 벌었다니까
"시어머니한테 전화 드려서, 돈을 벌었는데
옷 한벌 사드릴까요?라고 말하고 옷 사서 보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제가 어디서 돈이 났다면
어머니는 "어이구, 너도 돈 벌 때가 있냐~?"라고 하시지
장모 옷 한 벌 사드리라고는 안 하실 겁니다.
한 번은 어찌어찌 해서
어머니께서 정색을 하고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너, 설마 처가집 가서 설거지 하는 거 아니지?
절대 하면 안된다..절대..!!"
36년 동안
이 날 어머니 표정이
제일 무서웠었습니다.
이미 처가집에서
설거지를 몇 번 한 뒤였습니다.
주선생님은 저희 어머니가 살아 오신 얘기를 듣고
같은 여성끼리 연민의 정이 생겨서
결혼 초기에 자주 전화를 드렸었습니다.
그러다 전화가 뜸해 지니까
어머니께서 말씀하십니다.
"야...요새는 현숙이가 시어머니한테 전화도 안 하더라..?"
며느리가 전화하는 걸
일종의 의무로 생각하고 계신 듯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당연히 상처 받았습니다.
물론 처가집에서는
제가 전화 자주 해야 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박 2일로 들른
처가집에서
저는 이틀 내내 책만 봤습니다.
매일 제가 밥 하다가
장모님이 밥 해주시니까
아~정말 좋았습니다.
게다가 미루도 어른들이 봐주시니까
전 그냥 이 방바닥 저 방바닥에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주선생님 차례입니다.
주선생님은 시댁에 가서
방바닥에 등을 붙일 새가 없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강행군입니다.
여기 저기 인사다닐 곳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는 편한 편입니다.
미루 보느라고 예년만 못했지만
그래도 주선생님만큼 힘들진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너무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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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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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잘 보고있는 블로거입니다... 근데 어머니가 무서우신가보네요~ 어머님보시는 앞에서는 남편도 같이 일해야 된다고 말씀못드리시는 것 보면.부가 정보
sanggo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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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기 보다, 30몇년간 시집살이 하시면서 만들어진 가치관이 웬만해서는 깨지질 않아요. 워낙 단단해서...긴 토론이 필요한 문제같아요. 그런 토론 없이 그냥 얘기하면, 어머니는 "어이구, 결혼하드만 지 마누라 편드는거봐~"로 반응하시거든요. 그런 게 아니잖아요...그래서 말씀드리기 힘든 것 같아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