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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가 깨더니 웁니다.
생각 보다 좀 일찍 깼습니다.
밥 먹을 시간이 거의 되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더 잘 것 같기도 합니다.
안아줬다가 내려 놓으면 울고
달래줘도 내려 놓으면 다시 웁니다.
인제는 무조건 빨리 젖을 먹여야 합니다.
주선생님은 사무실에 갔고
미리 짜서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간 밤에 냉장실로 옮겨 놓은 젖이 있습니다.
미루를 안은 상태에서
젖병을 꺼낼려고 싱크대 위쪽 문을 엽니다.
문 아래쪽 연결 부위가 팍 떨어져 나갑니다.
제기랄, 별 일이 다 생깁니다.
문과 싱크대 본체를 연결한 나사가 풀어졌나 봅니다.
젖병을 꺼내는데
하여튼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해서
바닥에 떨어뜨립니다.
미루는 무거워 죽겠는데
젖병을 소독해야 하고,
젖은 따뜻하게 해서 먹기 좋게 만들어야 합니다.
앞이 캄캄해집니다.
다시 재워볼까 생각도 하지만
안 될 짓은 안 해야 합니다.
일단 미루를 다시 바닥에 내려 놓습니다.
"으아아앙~~"
미루는 눈두덩이 빨개지면서
다시 울기 시작합니다.
혹시 안 울까 하고 공갈 젖꼭지를 물려보지만
확 뱉어버립니다. 성격이 저런 건 아니겠지..생각합니다.
애벌레 인형을 던져 줍니다.
다행히 안 웁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부엌으로 막 뛰어가서
가스렌지 불 중 제일 센 쪽에
물을 올려 놓습니다.
"끓어라, 끓어라~~"
안절 부절, 왔다 갔다..
미루와 부엌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합니다.
"아~! 진짜 미치겠네.. "
물 정말 더럽게 안 끓습니다.
미루는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미루야~~미루야~~아빠 여기 있어~~"
멀리서 말로만 안심시킵니다. 효과가 없습니다.
얼레! 딸꾹질을 합니다.
기뻤습니다.
미루는 원래 딸꾹질을 하면 안 웁니다.
어제까진 그랬습니다.
오늘은
딸꾹질을 하면서도
울음을 안 멈춥니다. 이런 모습 처음입니다.
매우 많이 배가 고픈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물은 계속 안 끓습니다.
'왜 수돗물에서는 끓는 물이 안 나오는 거야..'
다시 미루한테 달려가서
애벌레 인형 대신
주사위 인형을 던져주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물이 조금씩 끓기 시작합니다.
살면서 끓는 물에
이렇게 정을 느껴보긴 처음입니다.
미루쪽을 한 번 쳐다봤습니다.
옆으로 치웠던 애벌레 인형을 끌어다가
입으로 빨려고 합니다.
"빨면 안돼~~~~! 드러워~~"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고
손으로는 집게로 젖병을 집습니다.
끓는 물에
넣었다 뺐습니다.
"윽..."
뜨거운 젖병을 그냥 손으로 콱 잡고
젖 보관 팩에 담긴 젖을 부었습니다.
이 놈의 팩은 또 왜 이렇게 안 열리는지
5초쯤 혼자 난리를 치다가
그냥 가위로 입구를 잘라 버렸습니다.
자, 이제
미루 한테 먹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젖병에 담긴 젖을 뎁혀야 합니다.
어휴, 정말..
땀이 삐질 삐질 납니다.
미루는 엄청 울어댑니다.
할 수 없이 따뜻한 물을 틀어서
젖병을 담그고
미루한테 달려가서 안아줍니다.
안고, 뎁히고...왔다 갔다..
전화까지 옵니다.
"나중에 전화 드릴께요~~"
겨우 젖이 적당한 온도가 됐습니다.
"미루야, 인제 됐다~ 젖 먹자..
미안해..내가 좀 빨리 준비 했어야 하는데.."
미루를 왼손으로 받쳐들고
오른손으로 젖병을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인제 안심이 되었습니다.
미루가 꿀꺽꿀꺽 젖을 잘 받아넘기기만 하면 됩니다.
어제 밤에 미리 연습했었는데
아주 잘 먹었었습니다.
오늘은
끝까지 젖병을 안 물었습니다.
한 시간 내내 실랑이 하다가
결국은 주선생님이 사무실에서 돌아와서
젖을 물렸습니다.
심장 떨리는 하루였습니다.
댓글 목록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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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제가 다 손에 땀을 쥐었네요. 화이팅입니다. 앞으론 점점더 익숙해질 거에요.(그런데 애벌레 인형은 원래 아가들이 빠는 걸 감안한 인형이에요. 많이 더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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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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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힘들다... 힘들어야만 한다...부가 정보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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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지금은 젖병을 무나요? (걱정)부가 정보
sanggo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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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인형..미루가 항상 가지고 놀고 열심히 빠는 인형인데요...몇달을 그렇게 해서 인제 좀 더러워지지 않았을가 싶어서요...근데 애벌에 인형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해요?...글구...젖병은 아직 안 물어요...ㅠㅠ...
말걸기/ 암..힘들어야 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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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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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인형... 귀챦아서 저는 세탁기에 그냥 돌렸어요.ㅎㅎㅎ 거울 플라스틱이라 안깨져요.(정 불안하면 세탁망에 넣어서 돌리면 완벽!) 가끔 손빨래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젖병을 안무는건 정말 심각한 문제군요. 모유실감이나 쭈쭈젖꼭지가 효과가 좋다던데... 쭈쭈는 (미루네가 쓰는) 와이드젖병엔 맞지 않아요. 모유실감 써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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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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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쭈 젖꼭지루 먼저 시도했는데 그래서 젖병도 새로 샀다우..근데 입에 넣는 것도 싫어하더라구요. 그 이후로 한동안 포기하다가 낮잠 잘때 공갈 젖꼭지를 물길래 모유실감으로 시도를 했는데 역시나 안되요. 아주 힘들어요. 심각하죠. 그래서 지금은 젖 먹을 시간에 집에 와요. 헝헝...그나마 수유간격이 3시간 반 정도로 벌어져서 대략 하고 있긴 한데...이게 일정한 거리나 시간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니...뭘 할 수 있을까 걱정...부가 정보
sanggo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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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되기/ 인형..세탁기에 집어 넣었어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