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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가 뭐든지 입으로 빨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게다가 요새
새롭게 선보인 동작이 있습니다.
딸랑이를 손에 쥐어주면
좀 서툴기는 하지만
위아래로 흔듭니다.
이야, 그거 참 신기합니다.
정말 매일매일이 다르게 발전하는게 놀랍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손톱 깎아주는 데만 신경 쓰다가
미루 발톱이 하염없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중 왼쪽 엄지발톱이 어디에 걸렸는지
획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어머..이거 봐...상구~이것 좀 봐..얼마나 아팠을까..."
"에구에구, 미루 정말 많이 아팠겠다.."
발톱의 반이 뒤집어졌으니
정말 많이 아팠겠다 싶었습니다.
미루는 낑낑 거리면서
주선생님한테 손을 내밀었습니다.
"얘 봐...나 한테 위로해달라고 하나 봐..손을 내밀어..
응~미루야, 여기..엄마 손 잡어..."
미루는 정말로 슬픈 눈을 하고
주선생님 손을 잡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깁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가련했습니다.
처음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흥분'의 감정만 있는데
클수록, '기쁨', '놀라움' 같은 것들이 생깁니다.
이제 미루는 거기서 더 나아가
'슬픔'아니면 '위로받고 싶음'의 감정이 생긴 것입니다.
주선생님의 손을 잡아 끄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미루가 비록 애기지만,
얼마나 아팠으면 저럴까 싶어 마음이 쓰렸습니다.
진심으로 미루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미루는 주선생님 손을 자기쪽으로
다 끌고 가더니
입으로 막 핥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미루는 오직 빠는 것만 관심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안아줘도 항상 버팅기던 미루가
제 품에 푹 안기고 머리를 어깨에 기댔습니다.
"이야~현숙아 미루봐봐...인제 제대로 안기네.."
저는 그게 그렇게 신나서
주선생님을 불렀습니다.
동시에 제 어깨가 축축해졌습니다.
역시 미루의 관심사는 한가지입니다.
미루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주선생님,
이번에는 이유식을 대비해서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컵을 미루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딸랑이를 위아래로 흔들어서
그렇게 소리를 잘 내는 걸 보면
미루 팔의 소근육들이
꽤 발달해 있는 것으로 봐도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컵을 들어서 물을 마시는 동작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미루는 너무나 능숙하게
일단 한 손으로 컵의 손잡이를 쥐었습니다.
주선생님 눈을 빛내며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미루는 주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리라
마음 먹은 듯
컵을 더욱 꼬옥 쥐더니
위아래로 흔들었습니다.
역시 너무 빠른 발전을 기대했나봅니다.
컵을 쥐어준 건 주선생님 혼자서
미루한테 한 일입니다.
저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그냥 놔두면 알아서 큰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주선생님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것 저것 시켜보는 게 재밌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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