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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 내고 뭐 할려고?"
이 말은 제가 처음 육아 휴직 낸다고 했을 때
사무실 사람들이 저한테 했던 주옥같은 말 중 하나 입니다.
자기들은 꽤 평등한 척 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육아휴직 낸다고 하니까
갑자기 저를 과녘에 세워놓고
활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첫 화살은 심장에서 멀찍이 꽂혔습니다.
뭐 그 정도 쯤이야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평소 저의 넓고 깊은 아량을 생각할 때
웬만한 화살은 10점 만점을 맞추기 힘든 터였습니다.
다음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1년 동안 뭐 할려고?"
역시 한참 먼 곳에 날아가 박힙니다.
같은 선수가 두 번째 화살을 꺼내듭니다.
"뭐 다른 계획이 있나 보네..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거 아냐...!"
저는 꿈쩍도 안고
오직 애 키울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세번째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이야~좋겠다. 나도 좀 1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선수의 화살은
살짝 과녘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봐야 1점 짜리입니다.
다음 선수는 좀 더 강한 화살을 날렸습니다.
"육아휴직이자, 안식년이네...좋겠어요~"
하나 같이 저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말합니다.
그게 더 밉습니다.
육아휴직 날짜가 가까워오자
여러 명이 동시에 발사대에 섰습니다.
"애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든가? 육아휴직까지 하게..?"
"남자가 옆에 있어 봐야 전혀 도움이 안될걸~?"
"처음 1년은 남자가 할 게 없어...육아휴직 할려면 1년 지나고 나서 하지 그래.."
여러 발이 한꺼번에 날라오니까
제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맞춰
국가대표들이 나섭니다.
이 선수들 강력한 집중력으로 심장을 정확히 겨눴습니다.
"나도 애 키워봤거든? 하여튼 유난을 떨어요~"
활에서 발사된 화살이 "쉬~익" 소리를 내며
느닷없이 가슴에 콰악 꽂혔습니다.
"윽.."
두번째 화살이 날라옵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육아휴직 쓰면 어쩌라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과연 내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것인가...'
"헉"
어느새 세번째 화살이 와서 박혔습니다.
"정 그러면, 오전에는 출근하고
오후에는 재택 근무하면 되겠네..중요한 회의는 나오고.."
거의 쓰러지기 직전
여기 저기서 화살이 날라와
온몸에 박힙니다.
"몰라서 그렇지..애가 얼마나 이쁜데..육아 그거 하나도 안 힘들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일해야지, 무슨 육아휴직.."
"무슨 시간이 안 날거라고 그래...애 자는 시간에 일 하면 되지..."
저는 거의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정말 내가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던 게 잘못된 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잘못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저 한테 화살을 날린 사람들이 모두 틀렸습니다.
저는 제 몸에 박힌 화살을
두 손으로 잡아서 다 뽑아버리고
힘차게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
미루랑 한참 결전을 벌이고 있는 어느 날
친한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나야!!"
반가웠습니다.
이야, 내가 고생하는 거 알고
이렇게 친히 위로전화까지 하다니
정말 훌륭한 후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배는 언제나 그렇듯이
힘찬 말투로 말했습니다.
"잘 쉬고 있남~?"
불의의 일격을 당했습니다.
다리가 휘청거립니다.
전 눈이 획 돌아갔습니다.
"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그 후 소문이 좀 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전화 온 두 사람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생이 많지?"
"요즘 니가 모든 남자들의 공적이 되고 있다며?
그러면 안 돼 임마~헤헤 농담이고, 정말 잘 하고 있다.."
댓글 목록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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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인식의 충격을 주지 않았을지...그래도 '심재옥 파동'이 있었던 것을 보면 전혀 먹혀들지 않는 넘들도 있는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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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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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육아휴직 얘길 듣고 한 반응을 고백하자면첨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는 거.
다음으론 '아내가 곱절로 힘들겠구나'고 그 '관계'로 생각이 확장됐다는 거.(넘 억울해하진 마세요)
마지막엔 남성들이 공격할 것이 뻔하니 '마음고생이 심하겠구나'라는 거.
최근 육아일기를 보믄서 생각은
'훌륭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백배에다가 주선생께서 곱절로 힘든 것은 맞겠지만 주선생께만 치우친 힘듦은 넘어선 것일 테니까 나중에 더 이쁘게 살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주변에서 그렇게 씨부리는 남성들의 아내가 더 불쌍해진다는 것' 힘내시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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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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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도 오랫만에 사무실 후배랑 통화했는데... "집에서 하루종일 뭐해요?" 그런 소릴 들었다눈... 대휘청했습죠.부가 정보
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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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만큼 힘든 중노동 있음 나와보라구 해!!"이말 한마디 던져 주지 그랬어요..흑~부가 정보
tru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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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배가 나는 아니죠? 아닌가...기억이 잘 안나네부가 정보
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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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별달리 연락을 못 드렸네요. 늦게 나마 축하드리고 예쁘게 키우길 바래요.부가 정보
sanggo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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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충격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글쎄...잘 모르겠음.염둥이/ 육아휴직이 힘든 걸 좀 덜어보자는 취지가 있는건데, 주선생께서 곱절로 힘들거라고 생각하시네요..ㅠㅠ
엄마되기/ 후배 불러서 하루 육아 시키세요~
머프/ 그럴걸 그랬죠?^^
truroad/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게..ㅎㅎㅎ
하늘소/ 감사감사, 이쁘게 키우고 있는 중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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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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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뒷북이지만, 반응들을 보고 있자니..새삼 열이 살짝 오른다..ㅎㅎ/ 난 육아휴직 했다고 했을때, 기냥 '상구답다'고 생각했다..그리고 다시 직장 복귀한 소감도 궁금하다..일터에 있는 기분이 전이랑 많이 다를것 같은데..부가 정보
너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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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boss/ 누구시오?부가 정보
han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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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본명보다 나름 유명한 아이디인데, 옛날꽃날에 삐*스시절부터 써온. 한은정이야. 설마 서영표파트너라 해야 안다고하면 테러를하겠음..음..니 블로그에서 배운바로는, 바로 '한선생님'이라고 해야하나 ^^ // 내친김에, 영표는 잘 있음..믿거나 말거나..콧셤, 턱셤을 길러서 볼만함 -.-;; 우리 딸내미? 키가 내 어깨까지 옴...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