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걱정

동화책을 얻어왔는데

작가 두 사람의 이력이 재밌습니다.

 

형은 어려서부터 동물과 놀기를 좋아했고

동생은 형과 노는 동물을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그 두 사람이 동화책을 낸 겁니다.

 

동화책은 온갖 동물과 곤충 이야기로 가득하고

글씨는 그 보다 더 가득해서 미루보다는 주선생님이 좋아합니다.

 

한참 책을 보던 주선생님이

저한테 이야기합니다.

 

"나..걱정되는 게 있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별거 아닐 게 틀림 없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호응해줬습니다.

 

"뭔데?"

 

"미루가 나중에..집에 동물 사오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아..이 문제는 주선생님한테는 몰라도

저한테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전 죽으나 사나

사람 사는 집엔 사람만 살자는 사상의 소유자입니다.

 

안 그래도 기관지도 안 좋은데

집에 동물털 날리는 건 싫습니다.

 

정색을 하고 얘기했습니다.

 

"안되지..내가 미루한테 잘 설명을 할 거야..."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그럼.."

 

주선생님도 저랑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다행입니다.

 

"미루가 개라도 사와 봐...이 좁은 데 어디다 키워.."

 

"맞아, 맞아..그리고 또 애들이 못 키우니까 어른이 키워야 돼..."

 

듣고보니 그 점도 문제입니다.

미루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또 뭘 더 키운다는 건 정말 심각한 일입니다.

 

계속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병아리 같은 거 사오면 또 중간에 죽잖아...애들이 슬퍼하고.."

 

이 순간 주선생님

매우 진지하게 한 마디 하십니다.

 

"안 죽기도 해..."

 

"잉?"

 

"나 어릴 때 동생이 병아리 사왔었는데...한 마리가 안 죽고 닭이 됐어.."

 

아저씨 말만 믿고 병아리 사왔다가 죽으면

아이한테 정말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냥 사 온 병아리가 닭이 되면

그건 더 충격적일 것 같습니다.

 

문득 쇼파에 닭과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주선생님은 그 닭이 계속 무럭무럭 크다가

어느날 홀연히 사라졌는데

 

닭의 행방은 장인어른만 안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어쨌든 이후로도 오랫동안

우리 집엔 사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