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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수난 2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안되서

저는 평소에

 

좀 덤벙덤벙거리는 걸로

인간미를 유지합니다.

 

이것 때문에

두 사람이 요새 고생이 많습니다.

 

1.

 

"상구 가만히 있어...내가 넘어갈께..."

 

미루를 목욕시키다가

힘이 딸려서

주선생님한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화장실이 좁아서

주선생님이 저를 돕기 위해서는

화장실 바닥에 놓은 미루 욕조를 넘어가야합니다.

 

"조심해..바닥 미끄러울 지도 모르니까..."

 

"응....아악.."

 

제가 미루 물비누를 바닥에 흘린 바람에

그거 신경쓰다가 주선생님은

화장실벽 수건걸이에 머리를 받아버렸습니다.

 

 

2.

 

"으....이건 진짜 아프다... 상구...왜 그랬어.."

 

주선생님이 설거지하는데

제가 싱크대 찬장에서 뭘 꺼내놓고

문을 안 닫았던 모양입니다.

 

주선생님은 설거지를 마치고

고개를 번쩍 들었습니다.

 

많이 미안했습니다.

 

저 때문에 날이 갈수록

주선생님 맷집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3.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부엌 바닥을 걸레질하던 주선생님은

다시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악......."

 

"현숙..왜 그래?"

 

"누가 전자렌지 문 안 닫았어..너지~!!!"

 

주선생님은 진짜 화나면

저한테 너라고 합니다.

 

"아까 미루 줄 물 뎁히고 안 닫았나 보다.."

 

"이건 인재야 인재~~!!!"

 

인재란

홍수나 산사태 같은 게 났을때

대비를 소홀히 한 관계당국을 욕할 때 쓰는 말입니다.

 

 

4.

 

근데 이 정도 덤벙거리는 건

그나마 괜찮습니다.

 

오늘 새벽엔

제가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 바람에

미루 몸이 불덩어리가 됐습니다.

 

감기 나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정말 어디가서 머리라고 박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6시쯤에 우는 아이 달래고

해열제 먹이고 재우느라 고생했습니다.

 

잘 때는 항상 창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선생님이

수도 없이 강조하는데

전 그때 뿐입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습니다.

사람이 인간미가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는 한이 있더라도

덤벙 거리는 걸 고쳐야겠습니다.

 

될까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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