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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안아주자

미루가 시도때도 없이 징징대서,

안아주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주선생님이 사온 호떡을 먹으면서

미루를 무릎에 앉혀 놨는데

 

방금 전까지 온갖 짜증을 부려놓고

꼼지락 꼼지락 잘 놉니다.

 

"에휴...언제 이렇게 안아보겠냐..."

 

문득 이렇게 안는 것도

미루가 크면 싫어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징징대서 안아주는 거지만

실컷 잘 안아줘야겠다 싶습니다.

 

앞에 있던 주선생님도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나도 전에 그 생각했었는데.."

 

몸도 안 좋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미루를 안았었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조금 크면 싫다고 할 것 아냐..

그래서 지금 실컷 안아보자 그렇게 생각했지..."

 

저 어릴 때도 언제부턴가

부모님이 안아주는 게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이 기억은 꽤 나이를 먹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얘기입니다.

 

그때까지도 아버지는 저를 안고 주무셨었는데

그거 참는 게 진짜 힘들었었습니다.

 

아버지는 낮잠이 많으시고

저는 낮에는 잠 안 자는데

 

낮잠 주무실때 꼭 저를 오라고 해서

껴안고 주무셨습니다.

 

싫다고 하면 아버지가 서운해하실까봐

그냥 말도 못하고 오라면 갔는데

 

왜 꼭 머리통을 통째로 껴안으시는지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눈앞으로 밀폐된 공간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는 어른 냄새가 가득 찼습니다. 싫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른냄새는 담배냄새였습니다.

전 담배를 안 피우니까 미루를 중학교 때까지는 안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근데 말하고 나니까

미루가 안쓰러워집니다.

 

아기였을 때 안아주고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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