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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식당 잡기

지난 주 토요일날 식구들이 모여서

막내동생 딸의 백일잔치를 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몇 년에 한번이나 갈까 말까한

한정식집에서 밥을 먹게 됐습니다. 출세했습니다.

 

품평이 이어집니다.

 

"야...난 니 차가 완전 시골로 들어오길래

식당이 있긴 있나 했는데..괜찮네.."

 

"요 앞에 오리구이집 있드만,

글로 우회전 하면 그냥 집에 갈라고 그랬다.."

 

예전에 미루 백일잔치날이 기억납니다.

 

식당 잡느라고 그 고생을 했는데

막상 식당에 가보니까 우리 예약석이

방이 아니라 넓은 좌식 홀이었습니다.

 

전 완전히 새파랗게 질렸고

대담한 주선생님은 "뭐, 어때~"라고 했습니다.

 

식구들은 그냥 묵묵히 밥을 먹었는데

반찬이 전반적으로 짜게 나와서

여기 저기서 투덜투덜 거렸습니다.

 

그때 마침 또 하나의 백일잔치 팀이 등장해서

그 식당에서 그런 식으로 백일잔치 많이 하는 듯한 인상이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바람에 잘 넘어가긴 했는데

 

아무튼, 손님 대접한다고 식당에서 밥 먹으니까

신경 쓰이는 게 참 많았습니다.

 

막내 동생은 기분 좋은 얼굴입니다.

 

"날 뭘로 보고~~!!!"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댓가지 쯤 나올 무렵

둘째 동생이 말합니다.

 

"갈비도 안 나오고 회도 안 나왔는데 인제 시작 아냐?"

 

순간 막내동생의 얼굴이 파래졌습니다.

코스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눈치 빠른 아버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야! 한정식이 이 정도 나오면 잘 나온 거지, 뭘 더 바래~"

 

전 행동으로 막내 동생 편을 들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음식이 남으면

접시를 끌어다가 박박 긁어먹었습니다.

 

"아줌마, 아줌마...그 접시 가져가지 마세요, 요리가 남았네요.."

 

옆상에 남은 음식도 다 갖다 먹고

제일 끝에 나온 밥이며 반찬도 게걸스럽게 해치웠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먹어줘야

잔치의 주인장이 기뻐합니다.

 

근데

벌써부터 미루 돌잔치

식당 잡을 일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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