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잠깐의 여유

계속되는 육아는

잠깐의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선생님도 그렇고

요새 많이 지쳐 있습니다.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

우리는 비디오를 빌려 봅니다.

 

미루 잘 때 보는 경우가 많아서

맨날 소리를 쥐꼬리만하게 틀어놓습니다.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현숙~나 슈퍼 가서 뭐 좀 사올께~"

 

콩나물을 사들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쇼파에 앉아 있는 주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쇼파 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다리 사이에 미루를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미루야 이건 딸기야... 딸기. 딸기!"

 

세밀화를 읽어주는 모양입니다.

 

"이건 자두. 자두!"

 

미루는 세밀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엄청 집중합니다.

 

그런데 책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자세가 특이합니다.

 

너무 등을 많이 굽히고 있습니다.

고개는 완전히 푹 숙인 상태입니다.

 

미루는 세밀화를 보고 있는데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시선은

그 보다 더 아래쪽에 가 있습니다.

 

목이 많이 아픈 것 같아보여서

주선생님한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현숙아..너 괜찮어?.."

 

"어?... 왜?"

 

주선생님은

세밀화 아래쪽에

만화책을 놓고 읽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좀 낯익은 자세다 싶었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책상 서랍에 만화책 놓고

몰래 읽는 바로 그 자세였습니다.

 

미루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