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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6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넷째날입니다.

 

도쿄를 떠나서

하코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이곳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곳이랍니다.

 

우리는 고속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타고 하코네에 가서

 

등산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산을 오르고

 

로프웨이란 걸 타고 온천이 뿜어져 나오는 산 꼭대기로 가서

뜨거운 물에 익힌 계란을 까 먹고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유리병을 직접 불어서 만들 수 있다는 곳에 가서

병을 만들어 오기로 했습니다.

 

자, 드디어 하코네로 출발입니다.

 

짐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코네행 급행 열차에서

표가 없어서 따로 따로 앉았습니다.

 

주선생님은 일본 할머니 세명과

한참 웃고 떠듭니다.

 

말 안 통하는 사람과 그럴 수 있다는 건

참 신통한 재주입니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미루가 보채다가 울다가 합니다.

 

그래도 겨우 달래가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숙아, 숙소가 어디지?"

"일단 역 밖으로 나가자.."

 

"잠깐 미루를 업자"

"내가 안을께"

"천천히 해.."

 

모포가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아기띠 좀 뒤에서 당겨줘"

"좀 더 꽉"

 

"카메라 조심해...off로 놨어?"

 

"저기가 나가는 곳인가봐.."

"휴, 횡단 보도가 없다. 지하도로 건너야 되나봐.."

 

"저기 건너가면 안내소가 있겠지?"

"내가 여기서 짐 지키고 있을테니까 너 혼자 갔다와"

 

사람은 많고

짐도 많아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루의 대활약이 시작됐습니다.

 

미루는

등산열차 안에서 울고

케이블카 안에서 울었습니다.

로프웨이에선 보채더니

로프웨이에 내려선 칭얼댑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장소만 바꿔가면서

계속 미루를 달랬습니다.

 

"상구, 아무래도 안되겠다. 미루가 너무 힘들어 하는데..그만 내려가야겠어.."

 

유람선 타는 걸 취소하고

유리병 만들기도 포기합니다.

 

산 정상 쯤에서 계란 까 먹는 계획도 포기하고,

대신 주선생님이 밑에서 기다리고

제가 후딱 올라가서 그냥 계란 몇 개 사와서 나중에 먹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후지산 정상을 가린 구름이 걷힐 텐데

마음이 급해서 그냥 구름 가린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마지막 희망

'온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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