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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서다

힘들어서 잠시 누워 있으면

미루가 놀라운 속도로 기어 옵니다.

 

"낑낑.."

 

꼭 제 몸통 어딘가를 짚고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갈비뼈를 누릅니다.

 

"으악-"

 

10kg짜리가 누르니까

뼈 골절이 걱정됩니다.

 

저를 쳐다봅니다.

미안한 눈빛.

 

인제 9개월 됐다고

미안한 것도 압니다.

 

"퍽"

 

눈을 때립니다.

아직 미안한 걸 모릅니다.

 

기분이 심하게 상하지만

여러 날 관찰한 결과,

어루만지려는 동작을 하려는데

부드럽게 안되고 결국 사람을 때리게 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참습니다.

 

마침내 몸을 넘어서 건너편으로 가면

미루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다시 반대로 넘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일을 당합니다.

 

그 중 몇 번은 죽을 뻔 했습니다.

 

미루가 이유식이랑 젖을 잔뜩 먹은 직후에

누워있는 제 목을 넘었습니다.

 

불룩한 배가 목을 감싸듯이 눌러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손으로 눈을 짚고 넘을 때는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안구보호를 위해 강제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방바닥에 누웠습니다.

 

이건 밥 먹은 사람의

신성불가침의 권리입니다.

 

이번에도 미루가

그 권리를 침해합니다.

 

배를 짚고 올라 옵니다.

배는 견딜만 합니다.

 

"이 정도 쯤이야...미루야, 마음껏 넘어라"

 

올라오는 듯 하더니

다리를 쭉 펴면서 몸을 세웁니다.

 

아, 미루가 배를 짚고

서고 있습니다.

 

지난 번 일본 갔다 올 때

공항에서 의자 잡고 잠깐 섰었는데

이번엔 좀 더 확실히 다리를 폅니다.

 

배에 쏟아지는

엄청난 압력.

 

밥 먹은 직후입니다.

 

그래도 미루가

선다는 데, 제가 참아야 합니다.

 

자기 발로 선다는 것

그것은 매우 고통스런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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