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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집 가는 길

"갈치, 팔뚝만한 갈치를 싸게 팝니다."

 

놀이집에 가는 길입니다.

아파트 어귀에서 갈치를 팝니다.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하는

갈치가 한 마리에... "

 

공원에는 산수유, 매화 같은 꽃들이

퍽퍽 피어올랐습니다.

 

"근데 갈치가 눈을 깜박거려?"

"글쎄, 이상하네.."

 

"저거 들으니까 생각난다"

"뭐가?"

 

얼마전에 여의도를 지나다가

제가 들었던 소리는 이랬습니다.

 

"민주애국시민여러분!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천원

말린 오징어 한마리가 천원. 말리는 인건비도 안 나와~"

 

주선생님과 잡담을 즐기는 사이

버스가 왔습니다.

 

"아차! 약 넣었어?"

"응"

"깜딱 놀랐네"

 

주선생님은 요새

많이 놀랄 때

꼭 깜딱 놀랐다고 합니다.

긴박함이 잘 드러나는 표현입니다.

 

"그거 캐릭터로 괜찮겠다.'

"뭐가?"

"깜닭이 어때 깜닭이. 얘는 항상 놀란 표정을 하면서 '아잇! 깜딱이야' 이렇게 외치는 거지"

 

'이렇게?"

주선생님 놀란 닭 표정을 지어보입니다.

그럴 듯 합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지금 미루를 놀이집에

데려다 주는 길입니다.

 

처음엔 그렇게 서운하고 아쉽고 그랬는데

지금은 놀이집 갈 때 둘이서 수다떠느라 바쁩니다.

미루는 그냥 달랑달랑 매달려 있습니다.

 

놀이집 문 앞.

미루한테 좀 미안합니다.

마음을 듬뿍 담아서 인사를 했습니다.

 

"미루야...오늘도 놀이집에서 잘 놀고..좀 있다 만나자!"

 

미루를 맡기고 나오는 길.

몸이 아주 가볍습니다.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씨..젖 얼린 거 안 가져왔다"

 

발걸음이 더욱 빨라집니다.

요새 집중력이 좀 떨어진다 했더니

이제는 미루가 놀이집에서 먹을 젖도 빼놓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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