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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화이팅

주선생님이 아침 일찍

미루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놀이집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답니다.

 

주선생님은 놀이집 선생님이

경험도 많고 아주 좋은 분이라고

한참 칭찬을 했답니다.

 

"미루가 그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야, 그치?"

 

놀이집에 갔습니다.

오늘도 미루는

선생님을 만나서 신나게 놀 겁니다.

 

놀이집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이 바뀌었습니다.

사정이 생겨서 그만 두셨답니다.

 

불안이 엄습합니다.

 

놀이집에서 나온 후

저는 조용해지고

주선생님은 말이 많아졌습니다.

 

갈증이 납니다.

우유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저 아줌마는 왜 하나도 안 웃긴데 웃냐"

 

라디오에서 나온 유치한 유모어에

슈퍼 주인 아줌마가 반응을 보였다고

주선생님이 슈퍼를 나와서는 막 투덜거립니다.

 

골목을 걷는데

차 한대가 옆을 휙 지나갑니다.

 

"뭐야! 너만 피하고 난 피할 자리도 안 만들어주고..

차에 치일뻔 했잖아"

 

이번엔 저를 구박합니다.

점점 까칠해집니다.

 

"어? 근데 왜 5천원짜리가 없지? 아... 진짜 오늘 되는 게 없네"

 

뭘 살려고 5천원을 가지고 나온다는 게

놓고 온 모양입니다.

 

아침에 그걸로 빈라덴 접으면서 놀더니

그대로 두고 나온 게 틀림 없습니다.

 

"미리 말 해줘야 하는 거 아냐? 그 선생님 좋았는데..."

 

역시 주선생님이 말이 많아지고 까칠해졌던 건

놀이집 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불쑥 선생님 바뀌었다고 하면 우린 어떡해, 미루는 어떡하고"

"그래도 미루는 잘 적응할거야..그렇게 믿자"

 

하루 종일 걱정 때문에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드디어 미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

놀이집에 도착했는데

문 밖으로 애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엄청 통곡을 합니다.

 

문을 열었습니다.

미루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서 울고 있습니다.

 

속이 미어집니다.

적응이 힘들었나 봅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은

굉장히 난감한 얼굴로 우릴 봅니다.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 몰라서

멍하게 서 있는데

주선생님이 미루를 확 받아 안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많이 힘드셨죠? 그래도 내일은 좀 나아질거예요.

선생님 화이팅!!!"

 

주먹까지 불끈 쥐어 보입니다.

 

최소한 인상이라도 팍 꾸겨야 할 판에

주선생님은 제가 생각지도 못 한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얼굴에 생기가 도는 듯 했습니다.

제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습니다.

 

놀이집 선생님이 주선생님한테는

여성노동자로 보였답니다.

 

돌봄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응원해주고, 고생한 만큼 대우해주는 거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선생님 방식이

미루의 놀이집 생활을 위해서도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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